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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에 복 한 마리 조합… 시원한 국물이 별미[와인쟁이 이상황의 오늘 뭐 먹지?]

동아일보

‘복진면’의 복칼국수. 이상황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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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황 배리와인 대표

칼국수처럼 서민적인 음식이 또 있을까요. 먹을 게 마땅치 않았을 때 밀가루 한 포대만 있으면 쉽게 반죽해서 수제비나 칼국수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먹을 게 풍족하다 못해 넘쳐나는 요즘도 칼국수의 인기는 여전합니다. 오늘 소개할 음식은 서민적인 칼국수에 사치스러운 조합이 곁들여져 별미가 된 음식, 복칼국수입니다. 시원한 국물을 내주는 복어로 맛을 낸 칼국수라니.


‘복진면’은 경기 의왕, 과천, 안양 인근 주민들의 나들이 코스로 떠오른 백운호수 주변에 있습니다. 편하게 드시려면 예약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대구에서 시작해서 서울 강남 시절을 거쳐 2008년 이곳에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복어는 간을 보호하고 알코올을 해독하는 작용이 뛰어나서 술꾼들의 해장으로 손에 꼽히는 식재료입니다. 예전에는 고급 요리의 대표 격이었지만, 요즘은 양식이 일반화되고 공급량도 늘어 주머니가 빵빵하지 않아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생선이 되었습니다. 빵빵하게 부푼 배 속에 품고 있는 독 때문에 ‘목숨을 걸고’ 먹어야 하는 음식이지만 감내하고 먹을 정도로 맛있지요. 살이 단단하다 못해 딴딴해서 젓가락도 잘 안 들어갈 정도지만 끓이면 그만큼 국물이 정갈하고 시원합니다. 독성이 없는 흰밀복 한마리가 통째로 들어가는 복진면의 복칼국수는 복찹쌀칼국수와 얼큰복칼국수 두 종류가 있습니다. ‘복은 지리(맑은 탕)’라는 게 세간의 입맛이다 보니 특별한 취향이 없으면 따르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자극적인 맛으로 진면목이 가려지지 않게.


요즘은 손칼국수라 해도 이미 반죽되어 있는 것을 구입해 밀어서 내는 곳도 많습니다만, 이곳 칼국수는 직접 밀가루를 반죽해서 뽑아냅니다. 일반적인 칼국수보다 다소 얇은 듯한데 아마도 시원한 국물이 잘 스며들도록 신경을 쓴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맛의 비법이라면 비법인데, 특별한 것은 칼국수에 찹쌀을 조금 섞습니다. 얇은 면에 어울리는 끈기를 확보하고 쉽게 퍼지지 않아 국물이 한층 시원해지고 깔끔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칼국수의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을 정도의 딱 적합한 배합, 복과 같은 단단한 육질의 생선과 잘 맞는 조합으로 보입니다.


상호가 그렇듯이 복칼국수가 대표 메뉴이긴 하지만 복튀김도 맛있습니다. 칼국수가 다 익기 전에 막 튀겨낸 담백하고 고소한 튀김을 한입 먹고 나면 마음이 저절로 포근해집니다. 그 다음에 천천히 칼국수를 즐기시면 됩니다. 복과는 뗄 수 없는 관계인 미나리는 넉넉하게 들어 있지만 추가로 주문도 가능합니다. 2인 이상 주문 가능한 세트를 시키시면 복칼국수에 복튀김, 그리고 탱글탱글한 복껍질 무침까지 푸짐하게 드실 수 있습니다. 직접 재배한 양념을 사용한 피꼬막무침, 삼종 묵무침, 포기김치, 명태껍질무침, 도라지무침 등 밑반찬도 다양하고 맛있습니다. 칼국수를 다 드시고 볶음밥도 드시면 좋습니다. 복칼국수 외에도 까치복을 사용한 복지리, 참복을 사용한 활복불고기, 활복회 등 따로 즐길 만한 음식도 준비돼 있습니다.


이상황 배리와인 대표 wine@verais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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