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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불에 오손도손… 자연의 신비 찾아… 꿀맛같은 휴식

“추워야 제맛” 겨울캠핑 즐기기

장작불에 오손도손… 자연의 신비 찾아

17일 경기 용인의 한 캠핑장 TP형 텐트 안에서 맞은 저녁시간에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화목난로에서 열기가 퍼져 내부는 온도는 20도로 따뜻했다. 아이들이 잠들면 음악을 들으며 부부간의 대화도 이어진다. 용인=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눈과 얼음의 계절’ 겨울에 캠핑을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 “추운데 무슨 캠핑?” 미친 짓일까. 아니다.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따뜻한 날엔 느낄 수 없는 겨울의 아름다움과 낭만…. 추워야 캠핑이 더 즐거운 사람들이 있다. 본보 캠핑 마니아 기자들이 겨울 캠핑에 대한 모든 것을 들려준다.

우리 가족의 겨울 별장 ‘장박(長泊)’

- 최혁중 사진부 기자


17일 가족 모두 경기도 용인의 한 캠핑장으로 향했다. 이달 초부터 내년 3월까지 빌린 캠핑장에 미리 쳐둔 텐트에 들어가 이문세의 1990년대 히트곡을 틀고 화목난로에 장작불을 지폈다. 불이 활활 타오르자 가족 모두 난로 주변으로 둘러앉아 제철인 석화와 가리비, 돌문어를 구워 먹었다. 맛있는 음식 먹는 재미에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그치지 않았고 모처럼 우리 부부도 술 한잔을 기울이며 정담을 나눴다.


사실 겨울은 캠핑 비수기다. 날이 추워 텐트 치기가 쉽지 않고 난로 등 방한 장비가 많아 이동과 설치, 철수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캠핑을 포기할 수는 없다. 우리 가족은 ‘장박’을 즐긴다. 장박은 캠핑장 사이트를 빌려 자가 텐트를 설치하고 짧게는 1개월, 길게는 몇 개월씩 여유롭게 원하는 시간에 캠핑을 즐기는 것이다. 1박 캠핑을 위해 바리바리 장비를 싸들고 가야 하는 ‘힘든’ 캠핑이 아니라 수개월 동안 장비를 펼쳐 놓고 몸만 다니는 ‘별장’의 개념이다. 장박을 잘 이용하면 고수들만 떠난다는 겨울 캠핑을 일반인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당초 장박은 비수기 때 캠핑장의 틈새 전략으로 나온 아이디어. 최근에는 인기 캠핑장의 경우 자리싸움이 펼쳐질 정도로 사람들이 몰린다. 이른 곳은 10월부터, 보통은 11월 초부터 장박 예약을 받는다.


추운 겨울 따뜻한 캠핑을 하려면 그에 맞는 장비가 필요하다. 장기간 텐트를 쳐 놓기 때문에 도난과 파손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장치도 필요하다. 관리인이 24시간 상주하는 캠핑장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다.


장박 텐트는 잠을 자는 공간과 식사와 생활을 할 수 있는 거실이 필요해 기본적으로 상당히 커야 한다. 장박에는 인디언텐트라 불리는 TP형 텐트가 효율적이다. 원추형의 고깔 모양 지붕 형태로 돼 있다. 가운데 지지대 역할을 하는 폴을 세우고 팩을 박으면 큰 텐트도 간단하게 설치할 수 있다. 인디언들이 모든 주거활동을 텐트에서 하는 개념에서 시작됐다. 화목난로를 설치하고 연통을 고깔로 뺄 수 있다. 텐트의 소재가 면이라 환기는 잘되지만 새 텐트의 경우 일정 기간 시즈닝(젖고 마르는 반복적인 과정으로 면 조직에 방수 능력이 생기는 현상)이 필요하다. 환기가 잘되는 반면 열 손실이 많아 화력이 좋은 난로가 필요하다. 무거운 것이 단점. 가볍고 추위에 강한 폴리에스테르 재질 텐트도 있다. 겨울에는 텐트 안쪽에 붙어 있는 물이 얼어 얼음덩어리가 되어 툭툭 떨어지기도 한다. 폴리텐트는 난로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과 탁한 공기 환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캠핑족에겐 “나도 텐트에 빨대 꽂고 싶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연통을 빨대로 비유한 말인데 화목난로에 연통을 연결하고 불을 때는 캠핑을 꼭 해보고 싶지만 그만큼 설치가 어렵고 귀찮기 때문에 나온 비유다. 불 피우려 캠핑을 한다고 할 정도로 화목난로는 장박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로망이다. 불을 바라보며 아무 생각 없이 이른바 ‘불 멍때리기’를 하다 보면 일상생활에서 얻는 스트레스가 다 달아난다.

장작불에 오손도손… 자연의 신비 찾아

TP형 텐트에 꽂힌 연통에서 나오는 연기와 텐트 안 조명은 멋진 장박촌 풍경을 만들어 낸다(왼쪽 사진). 난로 열기를 이용해서 만들 수 있는 요리도 다양하다. 화천러브팜캠핑장 제공·용인=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난로는 훌륭한 요리 공간이다. 장박의 장점은 인터넷으로 전국의 맛있는 식재료를 캠핑장으로 배달시킬 수 있다는 것. 각종 고기와 생선, 채소, 고구마, 감자까지. 집에서 하기 힘든 음식으로 파티를 할 수도 있다. 석유난로의 경우 항상 일산화탄소 중독에 대비해 환기를 해야 하고 경보기를 함께 사용해야 한다. 화목난로의 경우 섭씨 500도 이상의 고열이기 때문에 난로 주변에 아이들의 출입을 막는 안전장비가 꼭 필요하다. 화재 시 쓸 수 있는 소화기도 준비해야 한다.


장박지는 스키장을 가기 위한 베이스캠프 역할도 한다. 주말 서울을 떠나 스키장까지 가는 시간을 절약하고 겨울시즌 스키장 인근의 살인적인 숙박비도 절약할 수 있다.

대자연의 신비를 즐기는 ‘백패킹’

- 박창규 기자·채널A 파견


2016년 12월 초 일요일. 휴가를 내고 장비를 차에 싣고 경남 의령의 한 산으로 향했다. 캠핑에 빠져 지낸 지 4년. 누군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본 정상의 멋있는 풍경이 계속 눈에 밟혔다. 4시간 가까이 차를 몰고 산 중턱에 있는 주차장에 도착했다. 배낭을 꺼내 등에 짊어지고 정상으로 올라갔다. 해질 무렵 도착한 산 정상에는 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일요일 저녁이어선지 전날 왔던 이들도 다 철수했다.


밤이 되자 근처 산 능선의 풍력발전기에서 깜빡이는 불빛과 저 멀리 읍내에서 보이는 불빛들 외에는 적막이 감돌았다. 텐트 안에 들어가 조용히 생각에 잠겨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시곗바늘은 자정을 향해 흘러가고 있었다. 침낭 안에 몸을 파묻었지만 바로 잠이 오지 않아 텐트 밖으로 나가 보니 장관이 눈앞에 펼쳐졌다. 하늘에 별이 촘촘히 수를 놓은 것처럼 빼곡하게 박혀 빛나고 있었던 것이다. 기온은 영하, 산자락을 타고 지나가는 겨울바람에 코끝과 귓불이 시려왔지만 눈앞에 보이는 장관을 포기하기 싫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늘을 바라봤다. 이 멋진 광경을 이곳에서 나 혼자 만끽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내 존재가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 이후 틈만 나면 겨울의 자연을 찾아 나서고 있다.


캠핑은 복잡한 도심을 떠나 자연과 하나 되는 행위다. 겨울 캠핑 마니아들은 ‘비박’과 ‘백패킹’을 즐긴다. 비박은 독일어 비바크(biwak)에서 온 말로 텐트를 쓰지 않고 자연 지형지물을 이용해 하룻밤을 보내는 일을 일컫는다. 백패킹(backpacking)은 야영 장비를 갖추고 1박 이상 떠나는 여행이다. 등산과 트레킹이 결합된 활동이다.

장작불에 오손도손… 자연의 신비 찾아

겨울에 아무도 없는 산 정상에 텐트를 치고 보내는 하룻밤은 백패커들의 ‘로망’이다. 콧등과 귓불을 때리는 차가운 바람에 위축되기도 하지만 하늘의 반짝이는 별과 멀리 보이는 읍내의 불빛들이 마음에 평화를 안겨준다. 의령=박창규 기자 kyu@donga.com

백패킹은 텐트, 침낭, 코펠 같은 장비부터 먹을거리까지 모두 배낭에 넣고 장시간 돌아다녀야 한다. 짐의 무게를 최소화하는 게 방점. 장비 대부분이 가볍고 공간을 덜 차지하는 것이어야 한다. 음식 역시 간단한 것 중심으로 챙긴다. 먹고 즐기는 것보다 자연에서 휴식을 취한다는 캠핑의 본질에 더 가깝다. 처음에는 봄, 가을에만 백패킹을 즐길 생각이었다. 겨울은 추워서 방한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생존에 위협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가을의 절정까지 백패킹을 다니면서 겨울에도 다니고 싶다는 ‘환상’을 가지게 됐다. 텐트 안에서 잠을 청한 뒤 아침에 눈을 떠 텐트 밖을 바라봤을 때 주위가 온통 하얀 눈밭이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자주 했다. 결국 실현시켰다.


겨울 백패킹의 매력은 대자연이 연출한 풍광이다. 사람이 적은 곳을 찾아다닐 수 있다는 것도 장점. 과거 오토캠핑을 다닐 때면 밤늦게까지 텐트에서 먹고 마시며 떠드는 소리에 잠 못 들었던 경험이 많았다. 음악을 크게 틀어놓거나 떼창을 하는 이들 때문에 화가 나기도 했다. 휴식을 위해 캠핑장을 찾았는데 오히려 인위적인 소음에 내 꿀 같은 휴식 권리를 침해당한 느낌이랄까. 백패킹은 사람이 최대한 적은 곳을 찾아갈 수 있다. 깊숙한 자연 한가운데로 들어가 그 공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더구나 겨울에는 백패킹을 다니는 사람이 적다 보니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에 훨씬 좋다.


물론 장비를 더 철저하게 챙겨야 한다. 영하의 날씨에도 몸을 확실히 보호해 줄 겨울용 침낭은 필수. 텐트는 단순한 바람막이 역할밖에 하지 않기 때문에 침낭의 보온성이 절대적이다. 거위 털 등으로 만든 우모점퍼, 우모바지 등도 챙겨야 한다. 산행이나 트레킹 중에는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한겨울에도 땀이 나지만 박지에 도착해 텐트를 치고 나면 몸이 급격히 식어 동상에 걸릴 수 있다. 텐트 안에 까는 매트도 바닥의 냉기를 최대한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 안전한 산행을 위해서는 아이젠, 스패츠 같은 겨울용 등산장비도 꼭 챙겨야 한다. 또 한 가지. 백패킹에서 가장 명심해야 할 철칙은 ‘아니 온 듯 깨끗하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흔적을 남겨선 안 된다.


최혁중 sajinman@donga.com·박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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