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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한 운전자 눈가 촉촉… 車가 조명 낮추고 위로곡 틀어

현대모비스, 스타트업 2곳과 기술시연 마치고 공동개발 돌입

이별한 운전자 눈가 촉촉… 車가 조명

현대모비스가 협업하기 시작한 스타트업 제네시스랩의 기술 구현 모습. 인공지능(AI)이 차량 내 카메라를 통해 탑승자의 얼굴, 음성을 분석해 감정을 읽어낸다. 이에 맞춰 음악을 재생하고, 조명을 조절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 제공

운전 중 문득 며칠 전 헤어진 남자친구 생각이 난다. 인상이 나도 모르게 찌푸려지면서 눈가가 촉촉해진다. 그러자 차량이 알아서 음악을 바꿔 틀어준다. 가수 버즈의 ‘울지마’.


자율주행모드를 켜고 운전대에서 손을 뗐다. 동시에 차량의 앞, 뒤, 옆 유리가 모두 스크린 화면으로 변하더니 버즈의 뮤직비디오가 뜬다. 친구 결혼식에 입고 갈 원피스를 주문하기 위해 차량 내 터치스크린을 조작하자 창문스크린이 인터넷 쇼핑 메뉴로 바뀐다. 옷을 고르다 보니 이별의 아픔이 사라졌다. 어느새 입가에는 웃음이 번졌다. 그러자 음악이 저절로 바뀐다. 가수 에일리의 ‘보여줄게’.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를∼.’


영화 속 미래자동차의 모습이 아니다. 한국의 작은 스타트업이 이미 기술 개발을 상당 부분 마친 것들이다. 현대모비스가 이 스타트업들과 손을 잡았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M.스타트 공모전에서 최종 선정된 국내 스타트업 제네시스랩, 링크플로우와 기술시연을 마치고 공동개발에 들어간다고 11일 밝혔다. 현대모비스는 “자동차 기술에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접목하고 미래차 기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유망한 스타트업과 중장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선순환 생태계 조성에 앞장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네시스랩은 인공지능(AI) 기반의 감정인식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음향이나 영상기기를 제어하는데 ‘감정인식 인포테인먼트 제어’라고 부른다. 차량 실내에 달린 카메라가 탑승자의 눈썹, 콧등, 입술 등 얼굴의 특징 70여 개를 우선 인식하고 변화를 감지한다. 동시에 마이크는 탑승자의 목소리, 음성을 분석한다. 이 두 가지 조합으로 사람의 감정을 AI가 읽어낸다. AI는 스스로 학습을 거듭하는 ‘딥 러닝’ 방식으로 작동된다. 경험이 쌓일수록 정확도는 더욱 높아진다.


제네시스랩의 감정인식 기술 성공률은 약 85% 수준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업계의 성공률이 70% 전후인 점을 감안하면 기술력이 매우 높다. 감정인식에 사용되는 데이터 통신량도 경쟁사들보다 90% 이상 줄였다.


얼굴인식 기술은 장기적으로 운전자의 졸음운전을 막거나, 음주운전을 예방하는 안전기술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영복 제네시스랩 대표는 “운전자의 감정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술은 앞으로 시장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링크플로우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웨어러블(입을 수 있는) 360도 촬영장치를 개발한 곳이다. 또 이를 기반으로 한 영상 합성기술, 영상 기반의 온라인 거래 등에 특허를 가지고 있다. 이들이 현대모비스에 제안한 기술은 차량 실내 유리창을 모두 디스플레이로 활용하는 것이다. 앞 유리 화면으로는 인터넷 서핑을 즐기고, 옆 유리에서는 영화가 상영되고, 뒷유리에는 멋진 그림이 수시로 바뀌어 나타나는 식이다. 링크플로우는 손짓으로 기계에 명령을 내리는 ‘제스처 컨트롤’ 기술도 확보했다.


현대모비스가 이들과 어떤 방식으로 협업을 해 나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지분투자나 공동기술개발 등 다양한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스타트 공모전은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말 처음 시작했다. 총 155개 스타트업이 참여해 두 곳이 최종 선정됐다. 두 스타트업은 선정 후 3∼7개월 기술육성 과정을 거쳤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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