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에 250㎞ 산악마라톤?… 도전 통해 살아있음을 느껴”
올해로 한국나이 80세인 이무웅 씨가 한 트레일러닝 대회에 참가해 달리며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세계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사하라, 고비, 아타카마, 남극)을 일찌감치 이룬 그는 올 6월엔 조지아 250km 트레일러닝에 출전하는 등 이젠 산악마라톤에 빠져 지낸다. 이무웅 씨 제공 |
양종구 기자 |
“처음 달릴 때 집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냅다 뛰었다. 그런데 150m인 운동장 트랙 절반도 못 돌고 숨이 막혔다. 허허, ‘한 바퀴도 못 도네’ 하며 한탄하고 돌아섰다. 다음 날 또 달렸다. 또 한 바퀴도 돌지 못했다. 그때 알았다. 내가 너무 욕심을 냈다는 것을…. 천천히 달리면 되는데…. 천천히 달렸더니 한 바퀴, 두 바퀴 계속 달릴 수 있었다. 많이 달리니 땀이 흘렀고 샤워를 하고 나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
2000년 10월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다. 어느 순간 풀코스가 싱겁다고 느껴져 100km 울트라마라톤으로 갈아탔다. 그리고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세계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사하라, 고비, 아타카마, 남극)을 이루는 등 지금까지 지구촌 극지마라톤을 약 20차례나 다녀왔다. 2번 이상 간 곳도 있다. 사하라는 섭씨 50도가 넘는 모래 위를 달린다. 고비사막은 계곡과 산, 사막을 건넌다. 아타카마는 해발 4000m를 넘는 고지를 달려 ‘고산증’을 극복해야 한다. 남극은 추위를 이겨야 한다. 한마디로 모두 극한과의 싸움이다.
이제 그의 도전은 사막에서 산으로 바뀌었다. “사막은 다 가봤으니 새로운 곳”에 가는 것이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2년 넘게 해외로 나가지 못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바로 직전인 2020년 2월 초 서아프리카 기니만에 있는 상투메프린시페라는 조그만 섬나라에서 열린 5박 6일간 200km를 달리는 트레일러닝이 마지막 도전이었다.
“올 6월 유럽 조지아에서 6박 7일간 250km를 달리는 트레일러닝 대회 참가 신청을 마쳤다. 주위에서 그런다. 그 나이에 어떻게 하냐고. 그럼 ‘해봤어?’라고 한다. 어느 순간 돌아가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께서 했던 말을 내가 쓰고 있었다. 시도조차 안 해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힘들다. 하지만 그는 “조금만 더 하다 보면 목표로 하는 곳은 한 발짝 더 가까워진다. 안 하는 것보다 낫다”고 했다. 그는 달리면서 건강 하나는 자신한다. 어떤 질환 약을 아직 먹는 게 없다. “하루 세 끼 다 잘 먹고 술도 잘 마신다”고.
체력이 예전만 못 한 것은 사실이다. 언젠가부터 100km 울트라마라톤에 출전하지 않는다. 시속 8km로는 달려야 하는데 이제 7km로밖에 못 달린다. 제한 시간 안에 들어오는 게 버겁다. 밥 먹듯이 완주했던 100km인데…. 그는 “코로나19가 없어 평소대로 계속 대회에 출전했다면 혹시 달라졌을 수도 있다. 더 열심히 준비했을 테니까”라고 했다.
이 씨는 경기 김포 집 주변 문수산(해발 376m)을 오르내리며 체력을 키우고 있다. 또 주당 3회 평균 12∼16km를 달린다. 평일 혼자 2회 달리고 과거 함께 달렸던 마라톤 회원들과 주 1회 달린다. 그의 모토는 ‘살면서 건강하자’다. 그는 “사람의 수명을 누가 장담할 수 있나. 환갑 때 고등학교 동창들 10명 넘게 풀코스 도전시켰는데 지금 달리는 친구가 하나도 없다. 하프, 10km로 계속 줄이더니 이젠 ‘다리에 힘이 없다’고 안 달린다. 난 달리는 게 좋다. 힘들어도 그 느낌이 좋다. 내가 아프면 가족들에게 부담이 된다. 그래서 달린다”고 했다.
그의 철칙은 몸에 맞게 달리는 것이다.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 그는 “대회에 출전해도 내 몸이 싫다고 하면 바로 멈춘다. 그래서 내 운동 수명이 긴 것 같다. 우리나라나 세계적으로 내가 울트라마라톤 하는 사람 중에 최고령에 속한다. 그 자부심을 오래 느끼려면 천천히 욕심을 버리고 달려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250km 산악마라톤에 또 도전한다. 그는 “솔직히 자신은 없다. 하지만 결과는 그 누구도 모른다. 처음부터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면 도전은 불가능하다. 그냥 가는 것이다”고 했다. 그는 도전 그 자체로 살아 있음을 느낀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