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차’ 그랜저-소나타가 ‘오빠차’ 된 까닭은… 2030 “이왕 탈거면 크고 고성능 車로”
2030 “이왕 탈거면 크고 고성능 車로”
“집보다 승용차부터 사는 추세… 성능 뒷받침된 중형급 선호”
그랜저-소나타 판매량 1, 2위… SUV-RV 강세 이어지고
수입차 점유율도 높아져
“요즘 차에 관심 있는 젊은층은 아반떼 안 쳐다보고 쏘나타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여유가 있으면 바로 그랜저를 선택하기도 하고….”
이달 3일 서울 도봉구 현대자동차 서울 도봉중부지점에서 만난 조명동 지점장은 최근 20, 30대의 차량 구매 트렌드를 이렇게 설명했다. 젊은 직장인 첫 차의 대명사로 꼽히던 준중형 세단 아반떼의 판매가 시들하고, 준대형 세단인 그랜저와 아반떼보다 한 급 위인 쏘나타가 압도적인 판매량을 기록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1∼5월 승용차 판매량 1, 2위는 그랜저(4만6790대), 쏘나타(3만8469대)로 나타났다. 조 지점장은 “집보다 차부터 먼저 구매하고 싶어 하는 젊은층과 정반대로 아예 차에 관심이 없는 젊은층으로 갈린다”며 “차에 관심이 있다면 (돈을 더 쓰더라도) 성능이 뒷받침된 차를 고르려 한다”고 말했다. 결국 중형급 이상 차량의 약진은 기존의 40대 이상 구매층에 젊은층까지 가세하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것이다.
20, 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차량 공유 문화가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이들은 중요한 차량 구매층이다. 이날 도봉구 기아자동차 쌍문대리점에서 만난 한 카마스터는 “최근 젊은층 방문 고객이 15% 정도 늘어났다”며 “차를 소유하는 연령대가 낮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차를 타고 전국을 누비며 여가를 누리는 데서 만족감이나 행복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가정이나 자녀에 구애받지 않는 싱글족이나 딩크족(맞벌이면서 자녀를 갖지 않는 부부)이 늘어나는 것도 예전보다 고급 승용차가 많이 팔리는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차량 구매 트렌드는 완성차 판매의 중심이 기존의 세단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옮겨가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SUV는 세단보다 더 많은 화물을 적재할 수 있고 험한 길을 달리기에도 수월해 여가와 스포츠 활동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SUV의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 1∼5월 국내 판매 순위에서는 10위권 차량의 절반이 SUV와 레저용차량(RV)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차의 경차 모닝이 이 기간 유일하게 10위 안에 든 경차이지만 이는 대부분 ‘두 번째 차’라는 게 자동차 대리점업계의 설명이다.
‘이왕에 타려면 좋은 차를 타겠다’는 젊은층의 생각은 수입차가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인 것과도 무관치 않다. 서울 강북구 한독모터스 BMW 강북전시장의 김상현 과장은 “BMW 5시리즈 차량이 과거엔 ‘40대 성공한 가장’의 상징이었다면 요즘은 젊은층에서도 인기가 많아 나이의 경계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수입 승용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16.7%로 최고 기록을 깬 것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수입차 선호가 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시장도 젊은층의 이런 특성을 간파해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국내 젊은층은 아직 차량 소유에 대한 욕구가 강한 편”이라며 “과거보다 성능이 좋은 차 그리고 수입차 등에 대한 선호가 큰 이들을 타깃으로 신차 판매뿐만 아니라 장기 리스와 렌트, 신차급 수입 중고차 판매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김재혁 인턴기자 한국외대 독일어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