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반드시 방한… 일부지역 한국인 집 못박은건 해선 안될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인터뷰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싱하이밍 대사는 중국 정부의 한국 기업인 입국 시 격리 조치에 대해 “한국에서 검사하고 (중국 입국 시) 내려서 한 번 더 검사해 발열 증상이 없으면 (격리 면제)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중한(한중)에 이어 중한일(한중일) 삼국의 공동 방역 협력 체제 또한 조속히 구축되어야 한다. 이는 유라시아 대륙 동쪽에 전염병을 차단하는 일종의 ‘안정된 섬’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싱하이밍(邢海明·56) 주한 중국대사는 17일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전염병 종식 이후에 중한일이 산업 협력을 심화해 아시아의 기회, 번영을 공동으로 모색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 위기를 한중일이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과 베이징을 오가며 한국 업무를 20년 가까이 맡아 온 싱 대사는 인터뷰 내내 코로나19와 관련된 한중 협력 사안 등을 유창한 한국어로 설명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우한 코로나’라는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서는 “그건 우리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것”이라며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1월 말 한국 부임 직후부터 코로나19 사태를 겪었는데 지금까지 한중 양국의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나.
“바이러스엔 국경이 없고, 방역은 인류의 공동 책임이다. 기쁜 것은 중한 양국이 함께 바이러스와 싸우는 데 현저한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양측은 물자의 상호 지원과 정보 및 경험 공유를 전개하고 코로나19 대응에 관한 공동 협력 체제를 제일 먼저 구축했다.”
―중국 정부나 각 지방정부에서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상향하거나 강화할 가능성이 있나.
“전염병 상황이 안정되면서 양국 간 인적 왕래도 점차적으로 회복될 것이고 예전보다 더 편리해질 것으로 믿는다. 현재로서는 한국인 입국 전면 금지를 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우리 정부가 중국에 한국 기업인의 입국 시 격리 조치 예외를 요청했는데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중국은 양국 간의 문을 절대 닫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요청에 대해) 중국 관련 부서들이 이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한국 측과 과학적이고 효율적이며 믿음직한 방법을 도모해 나가고자 한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직원들의 복직 및 기업의 조속한 생산 재개를 위해 일련의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고 있다.”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한국 기업인 예외 입국이 허용되나.
“이달 6일 중한 양국 간 국장급 협의가 있었는데 (기업인 입국 예외 조치를) 한국이 제의한 것 같다. 중국은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아직 중국 지방정부에서 자가 격리 비용을 격리자에게 부담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잘 모른다. 지방정부마다 다른 것 같다. 한국인이 불편한 것이 있다면 우리에게 (문제를) 제기해도 괜찮다. (현지 한국) 영사들하고 합의해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일부 지방정부에서는 중국인들이 자가 격리한 한국 교민들 집 대문에 못을 박기도 했다. 비슷한 혐한 사례들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그 건은 저 개인적으로 볼 때 하지 말았어야 하는 일이었다. 그런 일이 있으면 저희한테 이야기하면 하나씩 잘 풀릴 수 있도록 잘 노력하겠다. 그러면(집에 못을 박으면) 안 되는 거였다고 생각한다.”
―중국이 한국에 마스크 210만 장 지원 의사를 밝혔는데….
“설중송탄(雪中送炭·눈 속에 있는 사람에게 땔감을 보내준다)의 의미로 봐 줬으면 좋겠다. 코로나19 사태 종식 후 양국 각 분야의 교류와 협력이 보다 더 크고 좋은 발전을 맞이할 것이라 확신한다.”
―한국에 마스크 수출 500만 장 결정도 내렸다.
“중국 내 마스크 공급이 부족한 상태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 가장 큰 수출이다. 중한 이웃 간의 정성과 친구 간의 의리를 표현한 것이다.”
―한중일 방역 협력은 어떻게 진행되나.
“중한 공동 방역 협력 체제는 이미 출범했고, 중한일의 협력 체제도 구축돼야 한다. 2019년 글로벌 경제 성장에 대한 아시아의 기여율은 3분의 2를 넘어섰고 중한일 3국의 경제 총규모는 아시아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중한일 3국이 방역 협력을 강화하고 공동으로 전염병을 예방하고 통제한다면, 조속히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발전의 정상적인 궤도로 되돌아가 글로벌 경제에 강심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도쿄 올림픽 연기론도 나오고 있다. 연기된 시진핑 국가주석 방일 일정은 어떻게 조율되고 있나.
“(올림픽은) 일본 정부에서는 계속 추진하자고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안정되면 계속 (추진을) 해야 되지 않겠나. (시 주석이) 일본을 언제 가느냐는 중일 간 외교적인 협의를 계속해야 할 것 같다. 당분간은 얘기할 입장도 아니다.”
―시 주석 방한 일정은 방일 일정과 연계되는 것인가.
“한국에 오기로 합의한 만큼 오겠지만 시간은 결정된 상황이 아니다. 외국 방문은 두 나라끼리 상의한다. 다른 나라의 요소는 많이 고려하지 않는다. 시 주석이 한국 방문하는 건 한국과의 관계다. 중한 관계를 가일층 발전시키기 위해서, 양국 관계를 촉진시키기 위해서 오는 거지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생각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시 주석의 방일 일정과 방한이 연계되어 있지 않다는 뜻인가.
“그렇게 봐도 괜찮다. 방한은 한국과 중국의 관계다. 중국하고 일본의 관계는 따로 있다. (방일 전 방한 가능성은 어떤가.) 그건 나도 잘 모른다. 양국 외교 당국 간에 할 이야기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위기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에 닥친 어려움은 결코 전염병 하나의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알아야 한다. 한동안 보호무역주의와 일방주의가 계속 대두되면서 경제 회복 중에 전 세계 경제 무역에 암운이 드리워졌다. 일부 국가는 ‘자국이 자국을 돌보는’(자국 우선주의) 방식으로 시장 전망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어 글로벌 금융 파동의 원인이 됐다.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양호하고 굳건하며 소비 수요도 아직 왕성해서 전염병 종식 이후에 V형 반등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전염병 방역과 경제 발전이라는 ‘쌍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12일 ‘미군이 우한에 코로나19를 가져온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특별한 이유나 배경이 있나.
“무엇 때문에 코로나19가 시작됐는지 세계적으로도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코로나19라 부르고, 우한을 붙이지 않는다. 일부가 우한 폐렴, 중국 바이러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그건 우리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중국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는 것인가.
“발원지라고 누가 그렇게 단정하고 누가 규정했나? 어떻게 (시작)된 건지 과학적으로 판정하면 좋다. 우리도 과학적으로 규명되는 걸 기대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성능 개량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한 것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관적이고 명확하며 변한 적도 없다. 관련 문제는 계속 적절하게 처리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중한 양측이 사드 문제를 단계적으로 처리키로 합의하면서 양국 관계가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되돌아가게 되었고 끊임없이 좋게 발전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추세가 계속 유지되길 바란다.”
―북한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보나.
“북한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기구가 여러 가지를 지원해 주고 있는 건 사실이다. 우리(중국)는 북한이 지금 없다고 한 것을 믿어야 맞다고 본다.”
―북한에 방역 물품을 보내는 것은 검토하고 있나.
“북한뿐 아니라 모든 나라에 전염병이 번지면 당연히 지원해야 한다. 한국에는 발생했고, 대구를 위주로 해서 퍼졌기 때문에 지원하지 않았나. ‘우리(북한)는 (확진자가) 없다’고 했는데 지원하기도 좀….”
―북-미 대화가 장기 교착 상태다.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르면 북한의 결의 준수 상황에 따라 일부 대북 제재 조치를 해제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현 단계에서 이에 대한 검토라도 시작해서 북한이 제재로 인한 경제와 민생의 어려움을 완화하는 것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여건 조성에 도움이 된다. 상황을 완화하고 대화를 추진하도록 관련된 각 측, 특히 미국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 마땅한 노력을 기울이기를 바란다.”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대북 개별 관광을 추진하고 있다.
“남북은 핏줄이 잇는 한 민족으로서 화해와 협력은 민심의 바람이자 시대의 추세이기도 하다. 중국은 남북 양측의 대화 및 접촉을 통한 관계 개선, 화해 및 협력 실현, 최종적으로 자주적인 평화와 통일의 실현을 지지한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발표한 일부 한국인의 북한 관광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다. 남북이 이에 대해 사전 협상하고 합의하면, 세부적인 면에서 도움이 필요한 것을 우리가 적극 검토하겠다.”
황인찬 hic@donga.com·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