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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by 동아일보

‘머슬퀸 등극’ 서울대 출신 변호사 “가장 힘들었던건…”[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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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스케이트도 탔고 수영도 했다. 테니스도 쳐봤다. 부모님이 “시간을 내 운동해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건강을 잃으면 아무 소용없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운동을 즐기기 시작한 것은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2012년도부터였다. 대학입시 위주의 대한민국 교육시스템에선 마음 놓고 운동을 즐기기가 쉽지 않았다. 대학에 들어간 뒤 홀가분하게 헬스클럽에 등록했고 요가원도 찾았다. 즐기며 체계적으로 운동을 하자 어느 순간 남들이 부러워하는 ‘몸짱’이 돼 있었다. 근력운동으로 삶의 활력소를 찾고 있는 송서윤 변호사(27) 이야기다.


“운동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바꿨어요. 운동을 하려면 스케줄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자기 관리를 잘해야지만 꾸준히 할 수 있죠. 운동을 통해 내 자신을 이겨내려는 노력을 했고 이게 공부도 더 열심히 하는데 도움이 됐어요. 자존감도 더 높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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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변호사는 학부를 3년 만에 조기 졸업하고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 갈 정도로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도 운동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지난해 초 변호사가 된 뒤에도 최소 주 2~3회는 근육운동을 하고 있다.


올 7월이었다. 송 변호사 어머니 유효숙 씨(54)가 보디피트니스 대회인 머슬마니아에 출전한다고 했다. 어머니는 둘째(26)와 막내(14) 남동생까지 4남매를 키우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특히 막내를 낳고 몸조리를 제대로 못해 몸이 많이 아팠다. 두 번이나 기절하며 쓰러지고 이석증이 와서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막내를 초등학교에 보내면서 여유가 생겼다. 집 근처 요가원에 다니며 몸을 추스르기 시작했고 열심히 해 지도자 가격증도 땄다. 건강을 되찾자 근력운동도 병행하게 됐다. 어머니는 몸이 건강하다는 것을 머슬마니아 입상으로 보여주고 싶다며 가족들에게 공표한 것이다. 머슬마니아 입상이 어머니의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들을 적은 목록)’라고 했다.


송 변호사는 여동생 서현 씨(23·서울대 소비자학과)와 함께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어머니의 목표를 이뤄드리기 위해 힘을 합친 것이다. 활발한 성격의 서현 씨는 민족사관학교 시절부터 농구 등 다양한 운동을 즐기고 있었다. 세 모녀 모두 평소 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너나 할 것 없이 함께 하게 됐다. 세 모녀의 ‘의기투합’인 셈이다. 바로 전문 피트니스센터에 나란히 등록하고 운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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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서윤 변호사(오른쪽)가 10월 열린 머슬마니아 코리아챔피언십에서 입상한 뒤 어머니 유효숙 씨(가운데), 동생 서현 씨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송서윤 변호사 제공.

세 모녀는 3개월간 집중 훈련을 받아 10월 25일 열린 머슬마니아 코리아챔피언십에서 모두 입상하며 화제를 모았다. 어머니는 피규어 부문 2위, 시니어 모델 1위, 송 변호사는 미즈비키니 미디움 2위, 커머셜모델 미디움 4위, 동생은 미즈미키니 미디움 1위, 커머셜모델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두 자매는 특별상인 비너스상까지 받았다.


준비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매일 퍼스널트레이닝(PT) 1시간에 개인 웨이트트레이닝 30분, 유산소운동 1시간 등 2시간 30분을 운동에 투자해야 했다. 대회를 앞두고서는 워킹과 포즈까지 3~4시간을 쏟아 부었다. 식단 관리는 고통스러웠다. 근육이 선명히 드러나도록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과 야채 위주의 식사를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송 변호사는 “힘들었지만 정말 멋진 추억이었습니다. 운동도 힘들었지만 식단 관리도 중요했는데 서로 의지하며 ‘이번에 참고 다음에 이것 먹자’며 힘을 냈어요. 대회 끝나고 먹자는 리스트가 수 십 개나 됐죠. 배가 너무 고팠지만 함께 하니 참을 수 있었죠. 함께 인내하고 운동하며 정도 많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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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변호사는 3개월간 사실상 일과 운동만 했다. 근무를 해야 했기 때문에 저녁시간만 낼 수 있었다. 일이 많아 야근도 해야 했는데 모든 운동을 끝내고 다시 돌아가 일하기도 했다. 그는 “주말에도 모든 약속을 포기하고 일과 운동에만 매진했어요”라고 했다.


그래서 세 모녀 모두 좋은 성과를 냈지만 송 변호사는 미련이 좀 남았다. 3달 넘게 처절하게 땀 흘렸던 게 못내 아쉬웠다.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 그래서 운동을 2주 더하고 11월 7일 열린 머슬마니아 제니스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결과는 커머셜모델 그랑프리, 미즈비키니 2위. 그는 “솔직히 딱 한번 출전하고 그만 두려고 했는데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다시 출전해 그랑프리를 차지했죠. 너무 행복하고 만족스러웠습니다”며 웃었다.


송 변호사의 입상 소식이 알려지자 주변에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솔직히 끝까지 할지도 몰라 주변에 알려봐야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처음엔 참가에 의의를 뒀는데 하다보니 절대 포기 못하겠더라고요. 그래도 조용히 준비했는데 결과가 좋게 나오자 주변 사람들이 놀랐죠. 그래서 제 수상 소식과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공식화 했죠”라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근육운동과 요가가 적성에 맞았다고 했다. 그는 “운동 신경이 별로 없어 기술이 필요한 것은 잘 못했어요. 어릴 때 스케이트, 수영, 테니스를 쳤지만 재미가 없었죠. 발레도 도전했다 바로 포기했죠. 그런데 요가와 웨이트트레이닝은 할수록 재미가 있어요”라고 했다. 그는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하면서부터 PT를 자주 받으며 체계적으로 운동했다. 요가는 지도자 자격증까지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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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는 주로 단체 수업을 해요. 선생님이 중간에 제 동작을 잡아주기도 하는데 다른 사람도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저에게만 집중할 순 없어요. 제가 동작을 제대로 잘하고 있는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직접 공부해 정확한 동작을 하고 싶었어요. 제가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 있을 정도로 공부하면 더 정확하게 요가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죠.”


운동마니아가 된 송 변호사는 학교공부 때문에 운동을 등한시하는 대한민국 학생들에게 운동을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 몸이 건강해야 공부도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다양한 과학적 연구 결과 운동을 하면 근육에서 뇌신경전달 물질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이 생성되고 활성화된다고 한다. 머리가 좋아진다는 뜻이다. 유산소운동을 한 뒤 집중력이 좋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수없이 많다. 하지만 대한민국 교육시스템은 공부만 하게하고 있다. 송 변호사는 “체육 수업을 늘리는 등 제도적으로 어린 학생들에게 운동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해요. 아니면 부모님들이라도 아이들에게 운동을 시켜야 건강하고 밝게 자랍니다”고 조언했다.


송 변호사는 다시 예전처럼 건강을 위해 주 2~3회 2시간씩(웨이트트레이닝 1시간, 유산소운동 1시간) 운동하고 있다. 사실 그는 머슬마니아에 출전하기 전에는 유산소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유산소운동이 힘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다보니 완전히 적응했다. 이제 “유산소운동으로 땀을 흠뻑 흘려야 상쾌해요”라며 “조만간 마라톤에도 도전해보겠습니다”고 했다.


“이제 법률가로 전문성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대회 출전은 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평생 운동하며 건강하고 즐겁게 살며 법조인으로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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