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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by 덴 매거진

2024 노벨문학상의 주인공, ‘한강’의 대표 문장 6

2024년 노벨문학상의 영광은 대한민국의 작가 한강에게로 돌아갔다. 이로써 그는 한국 최초는 물론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가 되었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 작가의 작품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더불어 한강에 대해 “신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고리에 관한 독특한 인식을 시적이고 실험적인 현대 산문으로 표현한 혁신가”라고 평했다.

ⓒ 창비

1970년에 태어난 한강은 1993년 문학과사회에 <서울의 겨울> 외 4편의 시를 발표하며 시인으로 먼저 등단했다. 이듬해에는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소설가로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검은 사슴>, <바람이 분다, 가라> 등 여러 장편소설과 소설집을 발표하며 한국 문단에서 영향력 있는 소설가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았다.


스웨덴 한림원이 밝힌 선정 이유처럼 한강의 작품은 폭력의 세계에서 상처 입은 개인의 모습을 조명한다. <소년이 온다>에는 5월 광주에서 일어난 잔혹한 학살과 개인의 희생이, <작별하지 않는다>에는 제주 4·3사건 이후 실종된 가족을 찾기 위한 생존자의 투쟁이 담겨 있다. 주인공이 섭식이라는 규범을 거부하면서 발생하는 폭력적인 결과를 그린 <채식주의자>까지 묶어 ‘고통 3부작’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 세 작품에는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작가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Han Kang. Ill. Niklas Elmehed © Nobel Prize Outreach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들려오자마자 온라인 서점 3사의 사이트는 마비되고 그의 책들은 품절 사태를 빚고 있다. 현재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위부터 10위까지를 모두 한강의 작품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그 여파가 대단하다. 이처럼 한강의 수상 소식은 위축되었던 출판계와 한국 문학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타면 가장 좋은 점은 노벨문학상 작품을 원서로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번역을 거치지 않아 원래 문장의 말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는 것. 처절한 고통의 장면을 건조하고 담담하게 그려낸 한강의 문장은 아름답고도 슬프며, 어딘지 모르게 서늘한 데가 있다. 한강이 섬세히 직조한 문장들을 곱씹고 음미하며 그 특권을 마음껏 누려보자.

ⓒ알라딘

<소년이 온다> (창비, 2014)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네가 방수 모포에 싸여 청소차에 실려간 뒤에. 용서할 수 없는 물줄기가 번쩍이며 분수대에서 뿜어져나온 뒤에.


어디서나 사원의 불빛이 타고 있었다. 봄에 피는 꽃들 속에, 눈송이들 속에. 날마다 찾아오는 저녁들 속에.” (P.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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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작별하지 않는다> (문학동네, 2021)

“눈은 거의 언제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 속력 때문일까, 아름다움 때문일까? 영원처럼 느린 속력으로 눈송이들이 허공에서 떨어질 때,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은 일이 갑자기 뚜렷하게 구별된다. 어떤 사실들은 무섭도록 분명해진다.” (P. 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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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흰> (난다, 2016)

“만일 당신이 아직 살아 있다면, 지금 나는 이 삶을 살고 있지 않아야 한다. 지금 내가 살아 있다면 당신이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어둠과 빛 사이에서만, 그 파르스름한 틈에서만 우리는 가까스로 얼굴을 마주본다.” (P.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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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학과지성사, 2013)

“어떤 종류의 슬픔은 물기 없이 단단해서, 어떤 칼로도 연마되지 않는 원석(原石)과 같다.” - 몇 개의 이야기 12 중 (P.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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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채식주의자> (창비, 2007)

“언니. ……세상의 나무들은 모두 형제 같아.” (P.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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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희랍어 시간> (문학동네, 2011)

“이해할 수 없어. 네가 죽었는데, 모든 것이 나에게서 떨어져나갔다고 느낀다. 단지 네가 죽었는데, 내가 가진 모든 기억이 피를 흘린다고, 급격하게 얼룩지고 있다고, 녹슬어가고 있다고, 부스러져가고 있다고 느낀다.” (P. 116)


조윤주 에디터 yunjj@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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