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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와인? 음악과의 페어링이 멋지죠”

피아니스트 유니가 한국에 컴백했다. 피아노 대신 매력적인 독일 와인과 함께.

Profile  곽유니•2001년 제13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 금상•2006년 키스피아노 1집 愛•2007년 키스피아노 2집 French Kiss•2008년 첫 해외 앨범 True to You•2014년 독일 데뷔 앨범 Jugendstil•2016년 독일 두 번째 앨범 My Piano

Profile 곽유니•2001년 제13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 금상•2006년 키스피아노 1집 愛•2007년 키스피아노 2집 French Kiss•2008년 첫 해외 앨범 True to You•2014년 독일 데뷔 앨범 Jugendstil•2016년 독일 두 번째 앨범 My Piano

독일 언론에서 ‘Free Classic And Jazz 장르를 개척한

이 시대 가장 혁신적인 아티스트’라는 극찬을 받은 피아니스트 유니.

그녀는 독일 클래식, 재즈, 크로스오버 독일 음반차트

모두 1위에 오르며 유럽의 공연장에서 즉흥연주로 독일인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그런 유니가 최근 독일 와인 바이어로 변신했다.

화려한 무대 위 뮤지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피아니스트와 와인이라니, 낯설지만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독일 와인을 소개하게 된 계기는?


2012년부터 독일 현지에서 피아니스트로 활동했다. 공연과 작곡, 음반 발매, 방송 출연 등 눈코 뜰 새 없이 활동했다. 10여 년간 타국에서 지내면서 바쁜 일상을 즐겁게 해준 것이 와인이다. 독일에 머물렀으니 자연스레 독일 와인을 접했다. 독일 하면 ‘맥주와 소시지의 나라’로 알고 있는데 퀄리티, 역사 모든 면에서 재미있는 반전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뛰어난 와인이 왜 세계화되지 못했을까 궁금했다. 그래서 내가 느낀 독일 와인의 매력을 한국분들과 나누고 싶었고, 좋은 파트너를 만나 이렇게 한국에 소개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독일 와인의 뛰어난 맛을 한국 소비자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독일 와인이 세계화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독일의 로컬 문화와도 관련이 있다. 독일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와인을 사랑한다. 일상에 녹아 있어 매일 조금이라도 지역 와인을 즐긴다고 볼 수 있다. 본인들이 즐기는 게 우선이기에 수출은 차순위다. 통계에 따르면 내수 97%, 수출은 3%일 정도다. 수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으니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독일 와인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와인에 빠진 건 ‘다양성’ 때문이다. 종류가 워낙 많아 하나하나 새로운 걸 발견하는 재미가 일상의 즐거움이었다. 그러다 2019년부터 3년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됐다. 공연 일정이 확 줄어들었기 때문에 시간 공백이 생겼고, 뮤지션으로서 걱정도 많았다. 그럴 때면 집 주변을 산책하곤 했다.

매일매일 산책, 사색, 작곡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놀랍게도 그러다 보니 일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집 주변이 모두 포도밭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바쁘게 공연하러 다닐 땐 그냥 지나치던 와이너리를 그때 재발견한 것이다. 이후 와이너리를 직접 찾아다니며 다양한 와인을 접하게 되고, 맛과 스토리를 알아가면서 삶이 즐거워졌다.


와인이 음악 활동에 영감을 주기도 하나?


와인은 포도 품종이 같더라도 제조 방법에 따라 맛, 색이 다르다. 피아노도 같은 브랜드라 해도 소리가 다르고, 녹음할 때 마이크를 어디다 대느냐에 따라 소리가 천차만별이다. 와인과 피아노 둘 다 ‘디테일의 끝판왕’이라고 할 만하다. 그래서인지 와인의 디테일한 감성이 작곡에 영감을 주기도 한다. 마시다가 멜로디가 떠오르거나 가사를 쓸 때도 있다.


호르스트 사우어의 리슬링 베렌아우스레제라는 귀부 와인을 시음하다가 가사를 썼다. 이 스위트 와인은 농축된 고급스러운 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베렌아우스레제란 늦게 수확해 곰팡이가 슨 포도만 손으로 수확해 소량만 생산하는 고급 와인이다. 이것을 ‘고귀한 부패’라고도 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와인을 주위에 소개해 사람들과 기쁨을 공감하며 나눌 때 영감을 받아 앉은자리에서 가사를 완성할 수 있었다. 차후에 스위트한 느낌의 곡을 가사에 붙일 예정이다. 상상만 해도 설렌다.


와인과 음악의 페어링을 한다고 들었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와인이 주는 주파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와인을 마실 때 와인과 음악을 페어링해 마시면 그 맛을 더욱 서포트한다고 믿는다. 예를 들어 짙은 색 레드 와인을 마실 때 진한 블루스 음악을 들으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반대로 투명한 피노 누아 같은 와인을 마실 때는 섹시한 느낌을 주는 약간 높은 주파수의 음악을 들으면 밸런스가 맞아떨어지면서 더 맛있다. 또 실바너나 피노 블랑 등은 상큼한 맛이 나는 품종인데, 보사노바나 피크닉 가는 느낌을 주는 밝은 메이저 곡을 들으면 와인을 마실 때 상쾌함이 배가된다.


와인을 즐기는 본인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는지?


어릴 때부터 음악을 들으면 색채가 보였다. 하나의 자극에 대응해 두 개 이상의 감각이 결합해 나타나는 공감각적 반응으로, 우리말로는 색청이라 한다더라.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특별하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나는 e 메이저 음악을 들으면 초록색이 보인다. 그래서 숲에 대한 느낌을 곡으로 표현할 때는 E 메이저 음악을 떠올린다. 와인을 마실 때는 아무래도 색을 먼저 보게 되니 와인과 음악의 영감은 맞닿아 있다.


와인은 눈으로 먼저 마신다는 말이 있다. 딱 그런 경우가 아닌가?


많은 사람이 처음 와인을 즐기고자 할 때 품종, 빈티지, 맛의 특징 같은 걸 먼저 공부한다. 하지만 나는 지식보다는 우선 내 감각에만 의존해 와인을 즐기는 편이다. 먼저 눈으로 색을 즐긴다. 잔에 따랐을 때 어떤 맛일지 엄청 궁금하지 않나. 그 궁금함을 충분히 즐긴다. 그런 것이 눈으로 마시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후 향과 맛을 느끼면서 음악과의 페어링을 떠올린다. 그리고 정말 마음에 와닿는 와인을 중심으로 품종이나 빈티지, 역사 등을 공부한다.

와인은 음악처럼 감각을 예민하게 일깨워 준다.

똑같은 레드 와인이어도

색이 진한 것이 있고 연한 것이 있다.

진한 것 중에는 더욱 짙거나 조금 연한 것도 있다.

또 품종이 가지가지인 데다 맛도 다 다르다.

그런 다양성이야말로 와인이 주는 즐거움이다.

바쁜 와중에 직접 독일 와인을 찾아다니며 한국에 소싱까지 하다니 대단하다


와인에 관심이 생길 무렵, 조율을 위해 집을 방문한 피아노 테크니션이 와인을 한 병 가지고 왔다. 정말 맛있었다. 생산지를 묻자 친형이 만드는 와인이라고 했다. 관계가 이어지다 보니 자연스레 그의 와이너리를 방문하게 됐다. 알고 보니 그는 개인 와이너리를 운영할 뿐 아니라 세계적인 와이너리에 소속된 직원이기도 했다. 그래서 더 큰 와이너리까지 방문하게 됐는데, 거기서 또 다른 와이너리를 소개받아 찾아가게 됐다. 그런 식으로 여러 인연을 통해 다수의 와이너리를 탐방할 수 있었다.


와이너리 탐방에 재미를 붙인 데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와인은 직접 수소문해 와이너리를 찾아갔다. 독일의 와이너리만 모아 해마다 발간하는 책이 큰 도움이 됐다. 내가 머물던 지역인 프랑켄 근처의 와이너리를 중심으로 방문했다. 그렇게 찾아낸 와인을 한국에 소싱하게 된 것이다.


와인 선정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나?


각 와이너리의 대표 와인을 하나씩 마셔보고 빈티지를 비교했다. ‘같은 와이너리라도 종류가 다르면 맛이 어떻게 다른가’에 포인트를 두고 실험하듯이 테이스팅했다. 잔을 일렬로 세워놓고 색과 탁도를 비교하거나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다. 일일이 비교하며 고르고 고른 와인들이다.


어떤 사람들에게 추천하나?


새로운 것을 탐미하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잘 맞을 것 같다. 이를테면 “나는 부르고뉴만 마셔”, “나는 oo만 마셔”라고 말하는 이들이 분명 있을 거다. 하지만 아직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지 못했 거나 새로운 것에 마음을 열고 기존 것과 비교해 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독일 와인을 강력 추천한다.


독일 와이너리들은 ‘메이드 인 저머니’라는 데 매우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오랜 전통에도 불구하고 호들갑스러운 마케팅이나 스토리텔링에 열을 올리지 않는 것은 품질만으로 충분히 자신 있다는 의미다. 그 덕에 주변 국가들에 비해 인지도가 덜하지만, 장인정신만큼은 세계 어디 내놔도 손색없다. 독일만의 마이스터(Meister) 정신은 와인에도 스며들어 있다. 또 독일에는 리슬링 품종만 있는 줄 아는데 피노 누아와 실바너 같은 훌륭한 품종도 있다. 메이드 인 저머니의 위력을 경험하고 싶은 이라면 당장 독일 와인을 맛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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