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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도 경고한 AI, 꼭 알아야 할 '버블의 역사'

금융시장에서 반복되는 거품의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1980년대 말 일본의 거품 경제부터 1990년대 말의 닷컴 버블, 2007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넘어, 이제 AI라는 새로운 기술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AI가 가져온 혁신은 분명하지만 전문가들은 과거 닷컴 버블과의 유사성을 지적하며 경계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노벨상 수상자도 경고한 AI, 꼭 알아야 할 '버블의 역사'

ⓒ StableDiffusion

꿈에서 깬 뒤 남은 건 암울한 현실
일본 거품 경제 1985~1990

엔저(円底)에서 시작된 경기 과열


1980년대 초반 일본 경제는 엔저를 바탕으로 한 수출 경쟁력을 앞세워 급속도로 발전했다. 그러자 미국이 1985년에 엔화를 평가절상할 것을 요구했고, 일본은 경기 부양 대책으로 자국의 금리를 절반(5.0%→2.5%)으로 내리고 부동산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 


기업과 개인 투자자들은 저금리로 대출을 받아 다시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하는 악순환이 계속됐고, 1980년대 후반 일본의 자산 시장은 말 그대로 거품처럼 미친 듯이 부풀어 올랐다. 심지어 “도쿄를 팔면 미국 전체를 살 수 있다”는 농담이 돌 정도였다.



버블 붕괴로 1500조 엔 증발


경기 과열이 도를 넘어섰다고 판단한 일본 정부는 1990년 새해 첫날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출자 총액을 제한했다. 그러자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고, 순식간에 1500조 엔(약 1경6500조1000억원)의 자산이 증발해버렸다. 4만 포인트를 돌파할 것 같던 주가는 불과 2년 후에 1만 4000포인트까지 떨어졌고, 2003년에는 8000포인트까지 떨어지는 등 끝없이 추락했다.


버블 붕괴 후 경기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기업이 신규 채용을 중단하면서 취업난이 이어졌다. 생활고에 위축된 젊은이들의 결혼 기피 현상이 두드러졌고, 이로 인해 출산율이 크게 감소하고 급격하게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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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ableDiffusion

신기술에 대한 맹신이 부른 비극
닷컴 버블 1995~2000

회사 이름에 ‘닷컴’만 붙으면 주가 폭등


1990년대 중반 인터넷이 일상에 자리 잡으면서 IT, 통신 관련 산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인터넷은 기존에 없던, 그야말로 ‘신기술’이었고, 그러면서 인터넷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맹신했다. 사람들은 IT 산업의 구체적인 발전 방향과 수익 모델에 대한 치밀한 분석 없이 IT 산업의 미래를 찬양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닷컴’ 간판을 단 벤처기업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투자자들의 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이에 세계 각국은 신흥 기업 육성을 위해 별도로 장외주식을 거래하는 시장(미국의 나스닥, 우리나라의 코스닥, 독일의 노이어 마르크트 등)을 개설했고, 장외 주식시장의 주가지수는 IT 벤처기업들의 약진에 힘입어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가가 정책적으로 IT 기업을 지원하면서 골드뱅크, 새롬기술, 드림라인, 다음커뮤니케이션(다음카카오), 넷마블, 한글과 컴퓨터, 인터파크 등 IT 테마주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허약한 IT 기반이 실체를 드러내다


2000년 초반부터 사람들은 IT 산업의 미래에 대해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당시의 인터넷 회선은 56K 모뎀이나 케이블 선이 주류였으며, 속도가 느려 개인 간 문서나 이미지를 전송하는 게 고작이었다. 영상 통화나 동영상 다운로드 등 일반인이 체감할 수 있는 인터넷 서비스는 꿈도 꿀 수 없었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벤처 기업가들이 정치인에게 뇌물을 주는 등 부정부패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결국 이런 문제들이 한꺼번에 불거지면서 수많은 회사들이 도산했다. 나스닥과 코스피 지수는 순식간에 바닥을 쳤으며, 심지어 독일의 노이어 마르크트는 2003년에 시장 자체가 폐쇄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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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ngImageCreator

부동산 시장의 탐욕이 부른 세계경제 위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2007

닷컴 버블에서 빠져나온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이 붕괴하자 전 세계의 투자자금이 당시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진 미국 국채에 몰렸다. 그러자 2001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국채에 몰린 돈을 민간 투자로 유도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면서 동시에 “더 이상 미국 국채의 안정성을 보장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다.


이에 갈 곳을 잃은 투자자금이 몰린 곳이 바로 미국 부동산 시장이었다. 덕분에 미국의 CDO(부채담보부증권-여러 사람의 주택담보대출을 모아서 만든 증권)는‘저위험 고소득’ 투자 대상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과도한 욕심에서 시작된 부실 채권


CDO로 돈이 몰리자 리먼 브라더스 등 미국의 투자은행들은 CDO 발행을 늘리기 위해 신용등급이 낮은 서브프라임 등급의 고객에게도 대출을 허용했다. 무리하게 돈을 끌어 모으려다 보니 수입이 없는 사람에게도 대출을 허가하는 등 말 그대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을 빌려준 것이다.


결국 2006년 미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터졌다. 과열됐던 주택 경기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돈이 모자라면 집을 팔아서 주택담보대출을 갚으면 된다’며 집을 샀던 사람들은 집을 팔아도 대출을 갚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증권을 발행한 리먼 브라더스 등 투자은행이 연이어 도산했으며, 그 여파로 미국 금융시장이 얼어붙었다. 이는 결국 2008년 세계경제 위기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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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에 대한 맹신이 또다시 반복되나
AI 광풍 2022 ~

Chat GPT가 연 AI 시대


OpenAI가 2022년 11월 30일 출시한 Chat GPT는 약 두 달 만에 1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며 AI 시대를 열었다. 이러한 열기는 금융시장에도 즉각 반영되었다. 특히 AI 산업의 핵심 기반인 반도체 부문에서 두드러졌다. 


엔비디아를 필두로 미국 반도체 관련 기업 30여 개를 추종하는 ETF(SOXX)는 2022년 11월 170달러 선에서 2024년 7월 267달러까지 약 60%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닷컴 버블 시기처럼 주식 시장과 투자자들을 흥분시켰고 막대한 투자금을 이끌어냈다. 



닷컴 버블과 닮은 꼴을 그려나갈까?


AI 시장의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C3.ai의 CEO인 톰 시벨(Thomas Siebel)은 2024년 11월 Fortune과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AI 시장이 닷컴 버블과 유사한 양상을 보이며 다수의 AI 기업들이 과대평가되었다고 경고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Paul Robin Krugman) 역시 2025년 2월 Substack 게시글을 통해 투자 규모에 비해 기업들의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CES2025에서 공개된 AI 제품들과 일상생활 전반에 확산된 AI 기술은 AI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다. 반도체 산업 전망도 밝은 편이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WSTS)에 따르면 2025년에 11.2%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단, 전문가들의 경고처럼 모든 AI 기업이 성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김진우 에디터 tmdrns1111@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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