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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억' 성공 신화, 스타일난다 키운 김소희 전 대표

아시아 전역에서 한류 열풍이 불면서 패션, 뷰티 산업의 영향력도 강해지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에서는 K패션, K뷰티의 영향력이 K-POP 못지않게 크다. 그렇다면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K패션, K뷰티 브랜드로는 무엇이 꼽힐까. 이 분야에서 가장 많이 거론될 이름은 국내외의 유수의 대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패션 브랜드가 아니다. 대기업 브랜드 대신 꼽힐 이름은 백화점에서 중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브랜드, 일본의 10대 여성이 가장 선호하는 해외 브랜드, 국내 인터넷 업계 매출순위 10위 등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스타일난다’가 될 것이다.

중고시장의 경험이 창업으로 이어지다

6,000억 원에 ‘난다’를 매각한 1983년생 사업가, 김소희 전 대표

쇼핑몰 스타일난다, 화장품 브랜드 3CE(쓰리컨셉아이즈)의 ‘난다’를 창업한 인물은 1983년생인 김소희 전 대표(이하 직함 생략)다. 그녀는 초등학교 시절에는 집에 있던 미싱기로 애완견의 옷을 만들기도 하는 등 어린 시절부터 패션, 특히 옷에 관심이 많았다. 어릴 때 그녀가 꿈꾸던 장래희망은 옷집 사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전문대학을 다니며 진로를 고민하던 당시 그녀의 머릿속에는 ‘진짜 옷집 사장’이라는 선택지는 후보군에는 없었다.

 

그녀가 본격적으로 패션 사업에 뛰어든 것은 2004년이었다. 동대문에서 사온 옷을 자신이 입다가 중고시장에 내놓았는데, 이게 상정하던 것보다 잘 팔리는 경험을 여러 번 거둔 것이 계기였다. 속옷가게를 운영하던 모친의 일을 도와 옥션에 상품을 올렸는데, 이게 한 달 만에 1,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경험을 통해 보세 의류를 다루는 쇼핑몰이 시장성이 있겠다는 판단을 한 그녀는 인터넷 쇼핑몰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동대문에서 유통되는 보세 의류를 유통하기 위해, 그녀는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자택에서 스타일난다를 시작하게 된다.

같은 연령대의 여성을 타겟으로 삼은 큐레이션 플랫폼

‘스타일난다’라는 상호는 말 그대로 스타일이 제대로 표현된다, 멋있다는 것을 뜻하는 당시 유행하던 은어였다. 쇼핑몰을 시작한 이후 매출이 호조를 보이자, 그녀는 ‘난다’라는 이름으로 법인을 설립하고 사업을 본격화했다. 난다의 초기 주요 사업모델은 동대문 보세 의류의 중간 유통망 구축이었다. 다만 단순히 동대문에서 보세 의류를 떼다가 다시 파는 것이 아니라, 이 의류로 스타일링된 이미지를 통해 제품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것으로 차별성을 꾀했다.

 

그녀 자신의 패션감각을 바탕으로, 비슷한 취향의 감성을 지닌 여성들에게 멋진 스타일의 옷을 큐레이션해주는 플랫폼으로 스타일난다는 자리를 잡았다. 스타일난다의 사이트는 단순한 쇼핑몰이 아니라 패션 전문잡지와 같은 퀄리티로 서비스됐고, 이용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스타일난다의 모델인 ‘난다걸’들 또한 여성들의 워너비 모델로 인기를 끌었다. 난다걸은 국내 인터넷 쇼핑몰의 전속 옷 모델의 시초로 현재는 이야기된다.

스타일난다에 이어 시도한 3CE

스타일난다의 영향력을 그대로 이전시킬 수 있었던 화장품 브랜드, 3CE

스타일난다는 성장과정에서, 자신들의 기본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의 맹점에 봉착하고 만다. 매출이 늘어도 마진이 적은 보세 의류를 유통하다 보니 큰 영업이익을 내지 힘들다는 점이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그녀가 선택한 것은 새로운 사업모델의 발굴이었다. 이 과정에서 난다는 전혀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일난다의 경쟁력을 그대로 옮겨놓을 수 있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데에 집중하게 된다. 스타일난다의 타겟이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액세서리, 화장품 등에 주목한 것이다.

 

그녀가 의류 다음에 도전한 시장은 자체 개발 화장품이었다. 2009년 색조 화장품 브랜드 ‘3CE’가 론칭됐다. 3CE의 첫 도전은 5일 만에 초기 주문량을 모두 판매함으로써 성공을 거뒀고, 해외에서도 스타일난다와 3CE가 시너지를 내며 성장했다. 여기에 한류열풍이 불면서 난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2014년에는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은 276억 원을 기록했다. 2015년에도 매출 1,089억 원, 영업이익은 235억 원을 기록하며, 설립 10년 만에 회사를 연 1,000억 원 매출 기업으로 성장시키게 된다.

창업 10년 만에 연매출 1,000억 원 기업이 되다

인터넷 쇼핑몰로 시작한 난다의 브랜드는 백화점에도 입점해 성공을 거뒀다

스타일난다가 중국으로 처음 진출한 것은 2009년이었다. 이 무렵은 한류열풍을 타고 여러 브랜드들이 연이어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릴 때였다. 하지만 현지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던 다른 브랜드와는 달리, 스타일난다는 현지 시장에 최적화된 결제 수단을 적용하면서 빠르게 중국에서 안착할 수 있었다. 위챗페이, 텐페이, 페이팔 등 현금이나 신용카드보다도 선호되는 결제수단을 경쟁사보다 빠르게 적용한 것이 스타일난다 중국 성공의 가장 큰 열쇠가 되었다.

 

스타일난다뿐 아니라 3CE도 중국에서 성공을 거뒀다. 현재 난다의 전체 매출의 절반은 화장품 판매로 일어나고 있다. 3CE는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한국의 다른 브랜드들을 제치고 중국인 관광객이 좋아하는 화장품 브랜드 1위로 꼽히고 있다. 중국에서의 인기는 국내 관광객 증가로 인해 한국에서의 매출 증가로도 이어졌다. 오프라인 매장 확충, 백화점 입점 등 인터넷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진출하면서 난다는 성장기조를 계속 이어갔다.

6,000억 원에 로레알그룹에 난다를 매각

인터넷 쇼핑몰보다는 패션잡지에 가까운 구성을 가진 스타일난다 홈페이지

회사 성장의 정체기가 찾아온 것은 2014년부터였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줄어들지 않았지만 크게 늘어나지도 않는 상황을 맞았다. 2016년의 시점에 이르러서 김소희는 회사 매각을 타진하기 시작했다. 처음 논의를 시작한 것은 현대백화점과 글로벌 사모펀드들이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과는 회사 가치평가에서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으며, 사모펀드들은 난다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은 탓에 처음의 매각 시도는 좌절되고 만다.

 

현대백화점과의 논의 과정에서 문제가 되었던 중국 매출의 세금 문제를 해결한 2017년에 다시금 김소희는 난다 매각을 시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UBS에 인수절차를 맡기고 회사를 찾아다닌 끝에, 예비입찰에 로레알그룹, 칼라일그룹 등의 10여 곳의 기업들과 사모펀드들이 참여했다. 그리고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를 찾던 로레알그룹에 난다 매각이 결정됐다. 김소희는 로레알그룹에 난다 지분 전량을 6,000억 원에 매각했다.

지금은 부동산 시장의 큰 손으로 꼽히는 인물

이제는 난다 CEO가 아닌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김소희 전 대표

포스트 김소희를 꿈꾸던 많은 인물들이 그녀와 비슷한 전략으로 인터넷 쇼핑몰 사업을 전개해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후발주자들 중 많은 수는 ‘관리’의 차원에서 빈틈을 보여 성장에 부침을 겪기도 한다. 불량 건강식품 유통, 협력사 정산 지연 등의 문제로 최근 제2의 스타일난다로 주목받던 임블리가 몰락한 것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김소희는 단순히 기업의 외연성장뿐 아니라 내부 직원에 대한 복지, 그리고 협력사 정산을 최우선해 신뢰를 담보함으로 사업을 장기화할 수 있었고 또 성공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회사를 매각한 이후에도 그녀는 내부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로 난다에 남아 활동하다가, 얼마 전 퇴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올해 1월에는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지하 2층, 지상 5층 건물을 165억 원을 전액 현금으로 구매했으며, 지난 5월에는 서울 성북구에 위치해 있으며 2007년 서울시가 문화재 자료로 지정한 한옥 고택을 96억 6,800만 원에 매입했다. 1세대 인플루언서이자 성공한 여성 CEO로 꼽히는 그녀는 이제 이전과는 달리 부동산 시장의 ‘큰 손’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중이다.

 

최덕수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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