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을 거부하는 독특한 사진작가 10
카메라 렌즈로 그려내는 또 다른 세상
Maurizio Anzeri
‘Photo-sculpture’라는 새로운 용어로 불리는 작업의 A선두주자. 이탈리아 출신의 아티스트로 빈티지한 사진 위로 바느질과 자수의 패턴을 새겨 넣어 전혀 새로운 분야의 예술을 탄생시켰다. “나는 친밀한 것과 그 밖의 세계 간의 관계에 관심이 많다”라고 밝힌 작가의 말처럼 그의 작품에는 어딘지 모르는 친밀함과 불편함이 뒤엉켜 오묘한 느낌을 준다. 살짝은 기괴해 보일 수도 있지만 작가가 직접 새긴 정교한 자수의 패턴을 따라 천천히 시선을 옮기는 재미가 있는 작품들. 그의 작품이 되는 사진들은 플리마켓에서 판매되는 오래된 사진들로, 자신이 구매하지 않았으면 쓰레기통에 버려졌을 누군가의 의미 있는 순간을 자신만의 표현 기법으로 되살려 낸다고 믿고 있다.
Romain Laurent
그의 사진을 보자마자 드는 생각은 바로 ‘유쾌하다’라는 점이다. 프랑스 출신으로 현재 뉴욕에서 활동 중인 Romain Laurent는 기발한 상상력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광고계에서도 널리 이름을 알리고 있다. 독특한 발상에 힘을 불어 넣어주는 컴퓨터 기술을 통해 머릿속에 그려져 있던 상상을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작업을 한다. 그의 작품은 주로 우리가 일상에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나 인물들을 중심으로 하지만 그 위에 더해지는 유머러스한 코드는 뻔하지 않는 그만의 독특한 작품들을 만들어내는데 큰 역할을 한다. 특히 가장 유명한 프로젝트 모션사진은 일명 ‘시네마그래프’라 불리는 기법으로 정적인 사진에 익살스러운 움직임을 가미한 gif형식의 작품들이다. 이외에도 기울어진 사진을 찍거나 독특한 상황을 합성하는 등 자신만의 유쾌함을 잃지 않는 그의 다음 작품들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Dong Hong Oai
그 동안 사진 같은 그림은 봐왔어도 그림 같은 사진은 좀처럼 보기 어려웠었다. 그러나 그 틀을 깨고 등장한 것이 바로 중국 출신의 사진작가 Dong Hong Oai이다. 사진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오며 가며 한 번쯤은 봐왔을 작품들을 남긴 그는 중국 태생이지만 베트남에서 자랐고 마치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사진들로 주목을 받았다. 자연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혹은 자연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인간의 모습을 담은 그의 사진을 보고 있자면 저절로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 든다.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하면서도 깊은 기운이 느껴지는 사진작가이다.
Erik Johansson
상상하던 것을 표현해내는 것에는 글, 그림, 사진 등 다양한 매체가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매체가 바로 사진이다. 그런 사진의 매력을 십분 살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초현실주의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가 있으니, 이미 유명 크리에이터로서 널리 이름을 알린 Erik Johansson이다. 그는 초현실주의 사진작가로서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사진으로 사랑을 받았다. 폭포처럼 흘러내려가는 밭이나 거울처럼 깨져버리는 강, 카페트처럼 끌고 가는 도로 등 그의 상상력은 무한대로 펼쳐진다. 특히 자신이 작업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기도 한 그는 하나의 작품이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하고 노력한 결과로 완성된다는 것을 보여주며 더 큰 주목을 받았다.
Emlily Blincoe
따스함과 포근함이 느껴지는 사진작가 Emlily Blincoe. 그녀는 새로운 장소, 형태, 색감, 빛과 같은 작은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완성하는데 주로 꽃과 풀 같은 식물이나 줄을 맞춰 정리된 같은 색의 물건들이 사진의 주인공이 된다. 색감과 레이아웃을 다루는데 있어서 뛰어난 능력을 선보이는 그녀의 작품 중에서는 통일된 색감의 간식들을 정리해 찍은 ‘Sugar series’가 가장 유명하다. 이외에도 다양한 꽃과 과일, 나뭇잎들을 아름답게 담아내고자 한 그녀의 작품들만 보아도 사랑스러움과 긍정적인 에너지가 전달되는 듯하다. 보면 볼수록 마음이 따스해지고 편안해지는 사진들.
Natumi Hayashi
도쿄에 거주중인 사진작가 Natumi Hayashi는 공중부양 사진작가로도 더 널리 알려져 있다. 별명처럼 그녀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공중에 떠 있는 공중부양 상태이다. 집, 지하철, 문 앞 등 아주 다양한 공간이 배경이 되고 있다. 가장 놀라운 점은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사진작가 자신이라는 점인데 자신의 블로그에 ‘오늘의 부유’라는 콘셉트로 사진을 찍어 올리기 시작한 것이 유명세를 탔다고 한다. 올곧은 공중부양 자세는 물론이고 무표정한 자세까지 완벽한 그녀의 모습. 별 다른 장치나 포토샵 작업 없이 오로지 타이밍 하나만으로 깔끔한 사진을 찍어내는 그녀에게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자신처럼 공중부양 사진을 찍는 방법을 블로그에 자세하게 적어두며 또 한 번 주목을 받기도 했다.
Stephanie Jung
어지러운 듯 하면서 아릅답고, 화려한 듯 하면서 어딘지 모르게 서글프다. 도심의 표정을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담아내는 사진작가 Stephanie Juung의 이야기이다. 독일 사진작가로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도심의 생활을 강렬하고 다이나믹하게 사진에 담아낸다. 다양한 나라의 대도시를 여행하며 느낀 감정을 표현하려는 시도에서부터 시작된 이 사진들은 한 장소를 여러 앵글에 담은 뒤, 하나의 이미지로 겹쳐 낸 방식을 사용했다. 사진 속에 드러나는 불규칙적인 원근구도는 마치 쉴 틈 없이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을 빗대어 표현한 듯하다. 도시의 복잡함, 속도감, 분주함, 어지러움 등을 하나의 사진에 담아낸 사진작가.
Helmo
프랑스 출신의 디자이너 Thomas Couderc, Clement Vauchez로 이루어진 Helmo는 포스터 디자인을 중심으로 하는 그래픽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본래 감각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던 그들은 다양한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Betes de Mode’ 시리즈이다. 사람 너머로 보이는 동물의 형체는 원색의 대비를 이루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각각의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과 매칭되는 동물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인간의 양면성이라는 주제를 확실히 각인시킨다. 시선을 압도하는 컬러감에 한 번, 오묘한 조합에 다시 한 번 매료되는 작품.
정연두
한국에서는 백남준 작가에 이어 두 번째로 뉴욕 현대미술관이 작품을 구입한 작가로 유명한 그는 전공인 조소보다는 휴머니티를 발굴하는 사진의 매력에 빠져 다양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원더랜드 프로젝트’. 마치 “소원을 말해봐”라고 속삭이는 듯한 이 사진들은 5~7세 아이들이 미래를 꿈꾸며 직접 그린 그림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공주부터 가수, 요정 등 아이들이 꿈꾸던 미래가 정연두 작가의 사진을 통해 현실화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국가를 돌며 촬영한 ‘내 사랑 지니’ 시리즈도 비슷한 맥락을 띄며 평범한 사람들이 꿈꾸던 미래를 사진으로 시각화 시켜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Angela Deane
얼핏 보면 섬뜩함이 느껴질 수도 있는 사진을 찍는 작가 Angela Deane. 그는 “우리는 우리의 일상의 유령이 된다”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사진 속에 사람들을 유령처럼 페인팅하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한 때에는 아름다운 현실이었던 일들이 오랜 시간이 지나 기억 속에서 희미해지는 것처럼, 서로를 모르거나 알았더라도 점차 잊혀 버릴 것만 같은 존재에 대해 주목을 했다. 그에 사진 속에서 등장하는 모든 존재는 유령이 된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그 존재들이 한 명이 됐던 수십 명이 됐던 간에 말이다. 결국 우리가 함께했던 사진 속 추억의 존재들은 유령처럼 되어버리고 마는 걸까? 독특함 속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들게 만드는 사진작가이다.
글 : 권예랑 press@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