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결제하면 10% 더 내라는 가게, 신고할 수 있나요?
왜 카드결제가 더 비싼 거죠?
요즘 옷가게에 가면 '카드결제 NO, 현금결제 OK'라는 문구를 쉽게 볼 수 있다. 평소 현금보다 신용카드를 자주 사용하는 편이라 현금을 거의 가지고 다니지 않아 점원에게 "카드결제는 불가능하냐"고 물었더니, 점원은 카드로 결제할 경우 부가세 10%가 더 부과되니 계좌이체를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했다. 대체 같은 옷을 사는데 왜 카드로 결제하면 더 비싸게 사야 하는 것일까? 그 이유가 궁금해서 직접 파헤쳐 봤다.
현금결제는 5만 원, 카드 결제는 5만 5천 원?
지난 주말,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오랜만에 옷 구경도 하고 일행도 기다릴 겸 ○○역 지하상가에 있는 한 옷가게에 들어갔다. 그러던 중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했는데 계산을 하려고 하니 카드결제가 안 된다고 했다. 요즘같이 휴대폰으로도 카드결제를 할 수 있는 시대에 카드결제가 불가능한 옷가게라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린가. 혹시 카드결제 단말기가 고장이라도 난 걸까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평소 현금보다 카드결제를 선호하는 편이라(현금결제 후에 잔돈이 생기는 게 귀찮아서) 현금을 거의 가지고 다니지 않아 지갑에는 천 원짜리 지폐 몇 장이 전부였다.
내 난감한 눈빛을 읽은 걸까. 친절한 점원은 활짝 웃으며 카드결제를 할 경우에는 부가세 10%가 더 부과왜 결과적으로 같은 옷을 더 비싸게 사는 셈이니 계좌이체로 현금을 입금해 달라고 말했다. 이런 경우가 많았던 모양인지 점원은 아주 능숙하고 친절하게 '△△은행 XXX-XXX-XXXXXX'라고 쓰여있는 명함을 내밀었다. 그래서 계좌이체로 옷값을 지불하면 현금영수증 발행도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점원은 그것은 곤란하다고 딱 잘라 말했다. 도대체 이 옷가게에서는 왜 이렇게 안 되는 게 많은 건지.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거의 도착했다는 친구의 전화에 서둘러 계좌이체로 옷값을 지불하고 가게를 빠져나왔다. 분명 옷을 사면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마음 한구석에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카드로 결제하면 왜 같은 옷을 더 비싸게 사야 하는 건지, 계좌이체로 현금을 입금했는데 현금영수증 발행은 왜 안 되는 건지 궁금했다. 그래서 점원이 카드결제와 현금영수증 발행을 거절한 이유를 알아봤다.
카드결제할 때 부가가치세도 같이 내라고?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카드결제를 거부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소득의 과소신고나 탈세가 목적일 수도 있고, 부가가치세 신고 과정이 번거로워서 깔끔한 현금결제를 선호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카드결제를 거부한 모든 가맹점이 '프로탈세러'라고 장담할 수는 없겠다. 전년도 수입액이 2,400만 원 미만인 사업장이나 (신규매장 기준) 2개월간 매출이 200만 원 미만인 사업장에서는 카드 단말기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다만 전년도 과세기간의 수입액이 2,400만 원 이상인 사업장이나 의료 관련 사업장(병원, 약국, 동물병원 등), 전문직종 사업장(변호사, 법무사, 공인회계사 사무실 등) 등에서는 반드시 카드 단말기를 설치해야 한다.
우선 신용카드 가맹점은 소비자가 신용카드를 이용해 결제할 경우 부가가치세(VAT)를 부과해야 할 의무가 있다. 부가가치세란 거래 단계별로 재화나 용역에 생성되는 부가가치에 부과되는 조세로, 간접세의 일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77년 처음 실시됐는데, 현재는 재화 및 용역의 최종 가격에 10%의 부가가치세가 부과되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가 신용카드로 결제를 할 경우, 신용카드 가맹점은 이 제품으로 인한 판매 이익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납부해야 한다. 그런데 위의 옷가게처럼 소비자가 신용카드로 결제를 할 때 10% 이상의 금액을 별도로 부과하는 것은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지불해야 할 부가가치세를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떠넘기는 것으로 불법 행위로 간주된다.
또한 당당하게 '카드결제 NO'라고 써놓는 것은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카드결제를 거부하는 행위로, 이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9조 1항(신용카드 가맹점은 신용카드로 거래한다는 이유로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신용카드 회원을 분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에 위배하는 것으로 역시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이 같은 부당한 상황을 겪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가맹점의 불법 행위,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국세청에 따르면 소비자상대업종을 영위하는 신용카드 가맹점이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고 소비자가 신용카드 결제를 요청했으나 이를 거부해 현금거래한 경우 및 수수료 또는 부가가치세 명목으로 정가보다 높은 금액으로 카드결제한 경우,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 구제받을 수 있다. 단 실제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에는 신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우선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카드결제 거부로 인해 실제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받은 거래 당사자인 소비자는 여신금융협회( www.crefia.or.kr ) 홈페이지 또는 ☎02-2011-0700에 피해 사실을 신고할 수 있다. 이어 카드결제를 했다는 이유로 부가가치세까지 모두 부담하게 했다면 국세청 홈택스( www.hometax.go.kr ) 홈페이지에서 [상담/제보]-[현금영수증, 신용카드, 주책임차료 민원신고] 메뉴를 통해 피해 사실을 알리거나 가까운 세무서에 거래증명서류(신용카드매출전표, 영수증, 기타 거래금액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첨부해 서면신고서를 제출할 수 있다. 신고기한은 거래일로부터 1개월 이내이며, 신고를 할 때는 「현금거래확인신청서, 신용카드매출전표·현금영수증 발급거부 등 신고서」를 함께 제출하면 된다.
이어 관할세무서의 거래 사실 확인 결과 신용카드 결제 거부 사실이 확인되면 결제거부금액의 20%를 포상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으며,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받을 수 있다. 결제거부 신고포상금은 거부 금액에 따라 달라지는데, 거부 금액이 5천 원 이상 5만 원 이하인 경우에는 1만 원, 5만 원 초과 250만 원 이하인 경우에는 거부 금액의 20%에 해당하는 금액, 250만 원 초과인 경우에는 5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한 사람당 받을 수 있는 연간 한도 금액은 200만 원으로 정해져 있다. 한편 결제를 거부한 가맹점에서는 해당 금액의 5%에 해당하는 가산세를 부과해야 하며, 재차 결제 거부 시 5% 가산세 부과 및 과태료 20%를 부과해야 한다.
소비자의 권리, 당당하게 요구하세요!
그동안 우리는 카드결제를 거부하는 가맹점을 숱하게 봐왔다. 하지만 별다른 항의를 하지 않은 채 현금으로 결제를 하거나 결제금액의 10%를 더 내면서 카드결제를 했다. 부당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다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라는 생각과 '신고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라는 마음으로 가맹점의 불법 행위를 눈감아준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보자. 똑같은 물건을 사는데 카드로 결제한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말이다. 요즘 '소비자가 왕'이라며 갑질을 하는 소비자들도 많은데, 카드결제를 거부한 가맹점을 신고하는 것은 절대 갑질이 아니다. 소비자의 당당한 권리이자 현명한 대처 방법이다. 아무리 가맹점에서 "왜 카드결제가 안 되느냐"고 따져봤자 돌아오는 것은 감정에 호소하는 변명뿐이기 때문이다. 여태껏 가맹점의 부당한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응해왔지만, 이제 소비자의 권리를 되찾아 올 때다. 건전한 소비문화를 위해, 그리고 탈세 없는 대한민국을 위해 다 함께 노력해야겠다.
글 : 안혜선 press@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