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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지상주의 부추기는 무분별한 '성형외과' 광고, 왜 규제하지 않나?

‘지하철 도배’ 성형 광고가 미치는 영향

성형외과가 밀집한 압구정역이나 강남역 인근에는 다수의 성형 광고를 볼 수 있다. 대부분은 성형으로 예뻐지면 삶도 행복해지고 성공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외모가 ‘경쟁력’으로 자리 잡은 시대인 만큼 미용 성형이 유행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가 2014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89.2%가 “한국은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답할 정도로 외모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러나 문제는 성형외과 광고가 외모지상주의를 더욱 부추겨 사회 갈등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곳곳에 가득한 성형외과 광고를 왜 규제하지 않는지, 또한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찬찬히 살펴보도록 하자.

대한민국은 ‘성형 공화국’

근래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1년간 국내에서 시행되는 성형수술 건수는 약 18만 건에 다른다. 치료 목적으로 이뤄지는 성형수술도 있지만 대개는 미용을 목적으로 시행된다. 심지어 지난 2011년에 한국은 인구 1만 명당 약 130건의 성형수술이 시행돼 세계 1위를 기록한 적도 있다. 성행하는 성형수술 건수도 증가한 만큼 대한민국은 일명 ‘성형 공화국’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이처럼 대중화된 만큼 성형수술 건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성형 광고가 급증한 이유

사진 : 대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

한때 여성지에 한정됐던 성형 광고가 성형수술 시장의 급속한 팽창과 경쟁 과열에 따라 공공 영역을 파죽지세로 점령한 것은 불과 몇 년 사이다. 그러나 성형 광고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데 비해 단속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대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는 의료 광고에 대한 사후 모니터링을 실시하여 약 2,000여 건의 불법 의료 광고를 적발하면 대부분은 시정 요청 안내장을 발송하는 데 그친다. 해당 위원회의 경우 광고 심의 권한만 있지 단속 권한은 없다.

지하철역은 성형 광고 터널?

서울 지하철 신사역에 도착하면 “A 성형외과에 오신 분은 2번 출구로 나오세요”라는 광고방송이 나온다. 신사역에 내려 계단을 오르면 개찰구 벽면에는 여성 모델들이 정면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 성형 광고들이 빽빽이 붙어있다. 각각의 모델 사진에는 ‘눈 성형, 코 성형, 얼굴 지방이식’ 등 그들이 받은 수술명이 쓰여있다. 압구정역 또한 마찬가지다. 출구와 복도, 역내 기둥 등에 설치된 광고는 100여 건에 달한다. 지하철역 안은 그 자체가 성형 광고 터널이다.

지하철 광고를 점령한 성형 광고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3년간 성형수술 경험이 있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0.4%(304명)가 성형 광고를 보고 병원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형 광고를 접한 주된 경로(복수 응답)는 버스나 지하철 차량 내부가 56.8%(568명)로 가장 많았고, 지하철 역사 내부도 38.3%(383명)에 달했다. 서울 지하철 운영기관인 서울메트로(1~4호선)에 따르면, 전동차 내 부착된 광고 2만 8,000여 건 중 성형 광고가 3,200여 건으로 이는 10개 중 1개꼴이다.

지하철 내 성형 광고, 심의 대상서 제외?

성형 광고 중 상당수는 부작용 등의 중요 정보를 누락한 수술 전후 비교 사진이나 객관적 근거 없이 수술 효과를 강조하는 내용 등으로서 이는 의료법에서 금지하는 광고이다. 그러나 지하철 내 성형 광고는 광고물 심의 대상에 제외돼 있어 불법 과장 광고가 이뤄져도 단속할 수단이 없다. 대중교통 시설의 의료 광고는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라 대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광고 게재가 가능하다. 그러나 실내는 ‘옥내’여서 심의 대상에 제외돼 있다.

서울교통공사, 성형 광고 전면 금지하다!

서울교통공사는 2017년 11월 성형 광고를 2022년까지 전면 금지하겠다고 나섰다. 성형 광고가 있던 자리는 공익이나 예술 광고로 대체될 예정이며, 단계적으로 해당 시행 방안이 자리 잡으면 추후 서울 지하철역 내에서는 성형 광고를 아예 볼 수 없게 된다. 광고를 금지하는 배경은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고 차별적인 시선을 조장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크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역내 성형 광고는 실질적으로 공사에 백억 단위의 수입을 창출하지만, 도 넘은 상업화로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지하철 광고만 문제 아냐!

지하철 성형 광고만 문제가 아니다. 일부 유튜버 등이 의료 관련 광고를 무분별하게 진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유튜브 채널에는 ‘내 돈 내고 직접’이란 사실을 강조한 성형 후기 영상들이 게재됐다. 영상에는 해당 병원의 위치와 전화번호부터 상담 및 수술받는 전 과정이 상세히 소개됐다. 코 성형과 안면 윤곽, 지방 흡입 등 특정 의료행위를 수술 전후 과정을 비교해가며 영상화한 유튜버들도 있다. 이 밖에도 유튜브상엔 각종 수술과 시술 과정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사례가 넘쳐난다.

성형 광고에 노출된 10대들

비현실적이고 빠른 체중 감량을 홍보하는 성형 광고는 10대 청소년 등에게 ‘외모 제일주의’ 등의 그릇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성형 광고는 고름과 피가 흐르는 수술 과정이나 위험한 전신마취, 부작용 등을 설명할 의무가 없어서 오로지 성형의 장점만 보여준다. 이는 10대 청소년 등에게 성형에 대한 환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부모를 졸라서 성형수술을 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외모지상주의로 인한 스트레스

무분별하게 성행되고 있는 성형수술을 두고 ‘있는 그대로가 아름다운 법’이라고 회자되고 있지만, 사회 내에서 외모로 인한 차별로 스트레스를 겪는 이들도 적지 않다.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보건정책관리학부가 청년층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외모 차별과 주관적 건강의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전체의 8.3%가 차별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차별 경험은 스스로가 느끼는 건강 상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광고 대신 올바른 성형외과 선택하는 법

성형외과를 선택할 때는 광고보다는 우선적으로 의료진의 경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경력이 길수록 보다 많은 수의 환자를 만나기 때문에 실력과 노하우가 자연스럽게 상승하게 된다. 또한 성형외과에서 어떤 수술법을 이용하고 있는지, 해당 수술이 검증된 방법인지, 환자 개개인에 맞춰 성형을 진행하고 있는지 등도 파악해야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끝으로 환자가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의료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현주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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