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는 태양의 움직임에 기반해, 계절적 특성이나 변화를 감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동아시아 문화의 단어다. 한 해를 24개의 절기로 구분하며, 태양의 움직임에 따른 기후 변화를 반영하기에 음력이 아니라 양력을 기준으로 삼는다. 양력에 따라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네 개의 계절이 6개의 절기를 포함할 수 있도록 나눴으며, 각 절기는 15일 간격으로 구성된다. 그렇기에 해마다 같은 날이 되는 것이 통상적이다. 지금부터는 각각의 절기가 담은 의미를 풀어보고자 한다.
입춘, 우수
봄이 시작되는 2월 3일부터 5일 사이에는 ‘입춘’이 찾아온다. 24절기의 첫 번째 절기로 봄의 시작을 알린다. 보름이 지나 찾아오는 절기는 ‘우수’인데, 이 말은 곧 빗물을 의미한다. 겨울에 쌓인 눈과 얼음이 녹으면서 빗물이 되고, 한파와 냉기가 사라지면서 겨울의 긴 추위가 마침내 끝이 나는 것을 뜻한다. 이 시기가 되면 본격적으로 봄바람이 불며 날씨가 따사로워지기 시작한다. 양력 기준으로는 2월 18일 혹은 19일이다.
경칩, 춘분
매년 3월 5일 혹은 6일은 ‘경칩’이다. 우수에서 역시 보름이 지난 시점에 찾아오는 절기다. 겨울잠을 자던 동물이 이 시기가 되면 깨어나고, 식물들의 싹이 돋아난다. 본격적으로 초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라 할 수 있다. 경칩에서 보름이 지나면 찾아오는 3월 20일 혹은 21일은 ‘춘분’이다. 춘분의 가장 큰 특징은 낮과 밤의 길이가 12시간으로 같아진다는 점이다. 이는 곧 긴 밤의 길이가 점점 짧아짐을 뜻한다.
청명, 곡우, 입하
춘분 이후에 찾아오는 절기는 양력 4월 4일 혹은 5일의 ‘청명’이다. 벼농사의 기본이 되는 봄밭갈이가 이 즈음에 진행된다. 해에 따라 식목일 또는 한식과 겹치게 되는 절기다. 봄의 마지막 절기는 양력 4월 19일 또는 20일의 ‘곡우’다. 봄비가 내려 곡식을 기름지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여기까지가 봄에 관련된 절기며, 본격적으로 여름에 관련된 절기가 5월부터 시작된다. 바로 5월 5일 혹은 6일의 ‘입하’다.
소만, 망종, 하지
양력 5월 20일 또는 21일에 찾아오는 절기는 ‘소만’이다. 해가 풍부하고 만물이 생장하여 가득 차게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6월 초에 위치한 절기는 ‘망종’이다. 벼 등 수염이 있는 곡식의 씨를 뿌리기에 좋은 시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여름이 찾아오면 점차 밤이 짧아지고 낮이 길어지게 되는데, 1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긴 날이 바로 ‘하지’다. 양력 기준으로는 보통 6월 21일 또는 22일에 찾아온다.
소서, 대서
7월이 되면 여름의 더위는 그야말로 절정에 이르게 된다. 연중 가장 더운 달로 꼽히는 것은 보통 8월이다. 7월에는 장마철이 있기 때문에 8월이 체감하기에 더 덥지만, 실제 평균 기온은 7월이 더 높을 때가 많다. 7월 6일 혹은 7일은 ‘소서’로 본격적으로 장마가 시작되는 시기다. 소서의 뜻은 ‘작은 더위’다. 이로부터 보름 후는 ‘대서’다. 7월 22일 무렵으로, 그야말로 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시기다.
입추, 처서, 백로
실제로 8월은 굉장히 더운 때다. 하지만 절기로는 가을이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8월 8일 무렵은 ‘입추’다. 입추와 더불어 말복을 비슷한 시기에 맞게 된다. 8월 22일에서 24일 사이에는 본격적으로 아침저녁의 기온이 낮아지는 ‘처서’가 된다. 기온과 습도가 낮아지고, 이전보다 쾌적한 날이 이어지는 시기다. 9월의 초입이 되면 ‘백로’를 맞는다. 백로는 농작물에 흰 이슬이 맺힌다는 의미로, 과거에는 백로에 비가 오면 풍년의 조짐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추분, 한로, 상강
9월 22일 또는 23일이 되면 ‘추분’이 찾아온다. 춘분처럼 이 시기도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때다. 이후로는 낮보다 밤이 더 길어지는 날이 이어지게 된다. 10월이 되면 완연한 가을이 되는데, 10월 8일 무렵이 찬 이슬이 맺힌다는 ‘한로’다. 가을 단풍을 곳곳에서 보게 되며, 겨울 철새가 이 즈음부터 찾아오게 된다. 보름 후는 ‘상강’으로, 기온이 제법 쌀쌀하고 추워지는 시기이자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절기다.
입동, 소설
11월부터의 절기는 겨울을 의미한다. 11월 7일 무렵은 겨울이 시작되는 ‘입동’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 시기는 아직은 겨울로 보기에는 날이 따뜻해서,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은 보름 후인 11월 22일 전후의 ‘소설’로 볼 수 있다. 이 무렵이면 실외에 얼음이 얼기 시작하고, 강원도 등지에는 첫눈이 내린다. 날씨가 본격적으로 추워지고 바람의 날이 서게 되기에, 누구나 겨울이 찾아왔음을 체감하게 된다.
대설, 동지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면 곳곳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게 된다. 실제로 이 시기는 크리스마스 시즌이자 겨울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절기라 할 수 있다. 12월 7일 무렵이면 눈이 많이 내린다는 걸 뜻하는 ‘대설’이 찾아온다. 또한 양력 기준으로 한 해의 마지막 절기인 12월 21일 무렵은 ‘동지’를 맞게 된다. 일 년 중에서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이며, 밤에 찾아오는 귀신을 쫓기 위해 팥죽을 먹는 때다.
소한, 대한
겨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것은 12월이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체감하기에 더 추운 때는 한 해의 시작을 맞는 1월이라 할 수 있다. 1월에 찾아오는 두 번의 절기도 추위를 소재로 삼고 있다. 1월 5일의 절기는 ‘소한’이다. 한파가 오는 시기이며 혹한에 대비해야 하는 때다. 이로부터 보름 후는 소한 다음으로 가장 추운 한파가 오는 ‘대한’이 된다. 한자는 소한보다도 더 추운 ‘큰 추위’를 뜻한다.
최덕수 press@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