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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이 몇 십억짜리 건물을 턱턱 살 수 있는 이유

모두의 꿈, 건물주!

조물주 아래에 건물주라는 말이 있다. 이 세상을 창조한 조물주 다음으로 위대한 존재는 건물을 소유한 건물주라는 것이다. 그러한 세태가 반영된 탓일까? JTBC 탐사 플러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건물주는 요즘 고등학생들이 희망하는 직업 2위라고 한다. 다양한 직업을 꿈꿨던 과거 청소년들과 달리 요즘 청소년들은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학생들은 정말 미래에 건물을 소유할 수 있을까? 운이 아주 좋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러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건물을 소유한 건물주의 비율이 그리 높지 않은 데다가 그중 적지 않은 수가 1년에 수십, 수백억 원을 끌어모으는 톱스타이기 때문이다.

연예인 소유 건물, 알고 보니 70% 이상이 은행 돈?

유명 연예인이 건물주가 되었다는 소식은 이제 자주 들을 수 있는 소식이 되었다

요즘 '돈 좀 벌었다' 하는 연예인들은 대부분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유명 연예인이 건물주가 되었다는 소식은 이제 쉽게 들을 수 있는, 꽤 식상한 소식이 되었다. 실제로 2015년 이후 매체에 공개된 건물주가 된 연예인은 총 55명, 이들이 매입한 건물은 63채, 총액은 매매가 기준 4,730억 원에 달한다.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건물주가 될 사람은 다 되는 모양이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연예인들이 매입한 건물의 매매가를 보면 건물 한 채당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 원대에 달하는데, 아무리 연예인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비싼 건물을 어떻게 턱턱 살 수 있냐는 것이다. 그렇다고 건물주가 된 연예인들이 몇 년 동안 수입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으기만 한 것은 아닐 텐데 말이다.

​전지현은 340억 원짜리 건물을 현금으로 매입했다(사진: 전지현 공식 홈페이지, 네이버 거리뷰)

물론 일부 연예인들은 엄청난 고소득자이기 때문에 자신의 자본만으로 건물을 매입한다. 배우 전지현이 그렇다. 앞서 그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340억 원대의 건물을 100% 현금으로 매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극히 드문 사례이며, 대다수의 연예인들은 다른 방식으로 건물을 매입한다. 대체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건물을 구입하는 것일까?

공효진과 하정우를 비롯한 대다수의 연예인들은 대출을 받아 건물을 매입한다(사진: 매니지먼트 숲(좌), 워크하우스컴퍼니 인스타그램(우))

보통 연예인들은 건물을 매입할 때 대출을 받는다. 일례로 배우 공효진은 2013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37억 원대의 건물을 인수할 때, 건물을 담보로 26억 원을 대출받았다. 상가 보증금 3억 원을 제외하면 실제로 건물 매입에 들어간 그의 자본은 8억 원에 불과했다. 매매가의 70%를 대출로 해결한 셈이다. 이후 공효진은 4년 만인 2017년 해당 건물을 60억 8,000만 원에 정리하고, 23억 8,000만 원의 이익을 남겼다. 최근 1~2년 사이에 고가의 건물을 잇따라 매입해 화제가 된 배우 하정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2018년 12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81억 원짜리 건물을 매입했다. 당시 그는 매매가의 70%인 57억 원을 대출로 해결했다. 그리고 한 달도 되지 않아 서울 송파구에 있는 127억 원대의 건물을 하나 더 매입했다. 이번에도 매매가의 80%인 99억 원은 은행 돈이었다.

일반인도 건물을 매입할 경우, 매매가의 80~90%를 대출로 해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도 이렇게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일반인도 거액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개인의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금액이 조금씩 달라질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신용등급이 3등급 이상이면 매매가의 80~90%를 대출로 해결할 수 있다. 아파트 대출 규제는 심화되었지만, 상가나 건물로는 더 많은 대출이 가능해 건물 매매가가 55억 원이면 50억 원까지는 대출이 가능하다는 것이 한 은행의 설명이다.

개인이 아닌 법인 소유라 세금도 적게 낸다?

개인이 아닌 법인으로 건물을 매입하면, 각종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연예인들은 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건물을 매입하는 것일까? 건물의 매매가가 오르지 않으면, 갚아야 할 대출이자가 어마어마할 텐데 말이다. 일단 연예인들은 고정적인 수입이 없다. 그래서 인기가 어느 정도 유지될 때, 수익용 부동산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한다. 이렇게 대출을 받아서라도 건물주가 되고 싶은 마음을 비난할 수도 없고, 그렇게 건물주가 되는 것이 윤리적으로 지탄받을 일도 아니다. 하지만 건물을 통해 얻게 된 소득에 대해 정당하게 세금이 매겨지지 않는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렇다면 건물주가 된 연예인들은 세금을 잘 내고 있을까?

법인 소유의 건물은 언제 건물을 되팔아도 22%의 세금만 낸다

일반적으로 연예인들은 건물을 매입한 뒤, 5년 이내에 건물을 되팔아 시세 차익을 남긴다. 이때 건물 매매가가 5억 원이 넘으면, 양도소득세와 지방세를 포함해 수익의 46.2%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만약 건물을 매입한 지 1년이 되지 않았다면, 무려 50%의 양도소득세가 붙는다. 이에 일부 연예인들은 개인이 아닌 법인 명의로 건물을 구입한다. 법인 소유의 건물에는 법인세와 지방세를 포함해 22%의 세금이 부과되는데, 언제 되팔아도 세율이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리모델링 비용이나 유지보수 비용, 관리인 고용비용 등을 세금에서 깎아줘 10~15%만 세금으로 내면 된다.

권상우는 건물 명의를 개인이 아닌 법인으로 지정해 약 3억 200만 원을 절세했다

예를 들어 배우 권상우가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260억 원 상당의 건물을 판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이 건물이 권상우의 개인 소유 건물이라면, 건물을 판매할 때 양도소득세와 지방세를 포함해 약 6억 3,900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이 건물은 권상우가 한때 대표이사로 있었고, 현재는 사내이사로 등록되어 있는 매니지먼트 K필름 소유의 건물이다. 따라서 건물을 판매하더라도 법인 소유의 건물이기 때문에 약 3억 3,700만 원의 세금만 부과된다. 쉽게 말해 건물을 매입할 때 개인이 아닌 법인 명의로 건물을 구입했으니, 건물을 되팔 때도 3억 200만 원의 세금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배우 김태희는 서울이 아닌 경기도에 법인을 설립해 약 9억 8,200만 원을 절세했다 ​

매니지먼트가 아닌 다른 법인 소유로 건물을 매입하는 경우도 있다. 앞서 배우 이병헌은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260억 원 상당의 건물을 매입한 바 있다. 당시 이병헌은 그의 어머니가 대표를 맡고 있는 법인 명의로 건물을 구입했다. 배우 김태희도 마찬가지다. 그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132억 원 상당의 빌딩을 매입할 때, 본인이 대표이고 언니가 이사인 가족 법인 명의로 건물을 매입했다. 그런데 이병헌과 김태희의 법인 주소지를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주소지가 서울이 아닌 경기도로 되어있다는 점이다. 대체 그들은 왜 서울이 아닌 경기도에 법인을 설립한 것일까?

과밀억제권역에서는 부동산 취득세가 중과되기 때문에 일부러 법인을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 설립하는 경우가 있다 ​

서울과 같은 과밀억제권역에서는 법인을 설립하고, 같은 지역의 건물을 매입하면 부동산 취득세가 중과된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취득세는 4.6%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하지만 서울에 있는 법인이 서울에 있는 건물을 매입할 경우에는 9.6%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즉, 이병헌과 김태희가 법인을 서울에 설립했다면 부동산 취득세가 중과되겠지만, 경기도에 법인을 설립했기 때문에 건물을 되팔더라도 부동산 취득세가 중과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건물 가치 올리려고 일부러 임차인 바꾸기도?

건물주는 종합부동산세도 피해갈 수 있다

그렇다면 건물에는 종합부동산세가 붙지 않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건물주들은 종합부동산세를 낼 일이 거의 없다. 보통 주택은 건물과 토지에 종합부동산세가 동시에 부과되어 매매가가 9억 원 이상이면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는데, 상가 건물은 그 기준이 전혀 달라 일반 건축물일 경우 건물에는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지 않고, 토지에만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된다. 또한 토지 가격이 80억 미만일 경우에는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수백 혹은 수천억 원대의 건물을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면 사실상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할 필요가 없다.

건물을 매입하는 방식도 특이하지만, 신기한 점은 연예인이 소유한 건물이 몇 년 만에 매매가가 급등한다는 것이다

이쯤 되니 대출을 받지 않고 법인을 설립하지 않으면 뭔가 손해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 연예인들이 너도나도 건물 매입에 뛰어드는 모양이다. 그런데 연예인들이 소유한 건물을 보면 신기할 정도로 몇 년 사이에 매매가가 급등한다. 대체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가수 싸이와 리쌍은 리모델링 이후 임차인이 바뀌면서 건물의 가치가 각각 40억, 42억 원 뛰었다(사진: 싸이 인스타그램(좌), 개리 인스타그램(우)

우선 연예인들이 특정 지역에 건물을 사면 지역 전체가 들썩이게 된다. 일례로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경우 연예인 9명(미디어에 공개된 연예인만 9명이다)이 건물을 매입하면서 성수동 일대의 건물 매매가가 전체적으로 올랐다. 연예인이 투자한 건물이라고 입소문이 나니 손님도 늘고, 지역 상인들도 좋아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건물주가 된 연예인에게도, 지역 상인에게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몇몇 연예인들은 건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세입자를 내보내고 리모델링을 하거나, 아예 건물을 신축한다. 그리고 기존 임차인이 아닌 더 비싼 임대료를 낼 수 있는 새 임차인을 불러들인다. 건물은 임대 소득으로 건물 가치가 판단되기 때문에 임대료를 높이면 건물의 가치가 상승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수 싸이와 가수 리쌍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이들이 소유한 건물은 리모델링 이후 임차인이 바뀌면서 건물의 가치가 각각 40억, 42억 원 올랐다. 쉽게 말해 연예인이 건물을 샀다는 것만으로도 지역 경제가 들썩이는데, 여기에 리모델링이나 신축까지 들어가니 건물의 가격이 오르지 않으려야 안 오를 수가 없는 것이다.

불법은 아니지만,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것

법을 어긴 것은 아니지만,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불로소득을 취한 것은 사실이다

엄밀히 말하면 거액의 대출을 받고, 법인을 설립해 법인 명의로 건물을 매입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연예인들이 부동산 투자를 통해 불로소득을 얻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돈이 돈을 부른다"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세청은 올해 법인을 이용한 편법증여 및 탈루 의혹이 있는 27개 법인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으며, 1인 주주 부동산 법인 2,969곳과 가족 법인 3,785곳 등 총 6,754개 법인에 대해 전수 검증에 돌입했다. 또한 부동산 법인에 대한 양도세 중과 적용이 정부 내에서 검토되면서 올해 세법개정안에 반영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부동산 법인을 설립한다고 해서 세원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엄격하게 관리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앞으로의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적어도 열심히 일한 사람이 소외받지 않는 세상이 되어야 함은 분명해 보인다.


안혜선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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