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하나로 3대 기획사 제끼고 기업가치 2조 만든 회사
올해 IPO 최대의 대어가 될 K콘텐츠 대표 기업
우리나라의 아이돌 그룹인, 이제는 아티스트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이는 방탄소년단이 새로운 앨범을 출시했다. 이들의 새 앨범 ‘MAP OF THE SOUL:7’은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인 ‘빌보드200’의 네 번째 1위를 예약한 상태며, 일본에서도 ‘오리콘 데일리 앨범 차트’의 1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방탄소년단을 만들어낸 이들은 현재 프로듀서 방시혁 대표가 이끌고 있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로, 이들은 올해 기업공개를 추진할 것이 유력한 오랜만에 IPO 대어로 꼽히는 기업이다.
빅히트를 만든 인물, 방시혁 대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 방시혁 대표 |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방시혁 대표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수상자로 창작 활동을 시작한 방시혁 대표는 1997년경 박진영에게 스카웃돼 JYP엔터테인먼트에서 주로 활동하게 된다. 방 대표는 현재 박진영을 자신의 프로듀싱 멘토로 꼽고 있으며, 실제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시작도 박진영의 JYP엔터테인먼트가 없었으면 이뤄지지 못했을 것으로 이야기된다.
대표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설립 이후로도 한동안 JYP엔터테인먼트의 내부 프로듀서로 활동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본격적으로 아이돌 그룹의 매니지먼트를 시작한 것은 4인조 보컬 그룹인 ‘2AM’부터였다. 2AM은 JYP엔터테인먼트의 사장이었던 홍승성 대표의 큐브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데뷔했으나, 두 회사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면서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이들의 매니지먼트 계약을 이어받게 된다. 2AM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2014년까지 활동했으며, 이후에는 멤버 각자가 다른 소속사를 택해 활동하고 있다.
글램의 실패, 그리고 BTS의 데뷔
야심차게 론칭한 ‘글램’의 실적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JYP엔터테인먼트를 벗어나 그들이 직접 기획한 아이돌 그룹을 선보인 것은 2012년이었다. 프로듀싱을 빅히트엔터인먼트가, 매니지먼트를 쏘스뮤직이 담당한 합작 그룹 ‘글램’이 2012년 7월 16일 데뷔했다. 5인조 여성 아이돌 그룹으로 야심차게 회사가 선보였던 글램은 하지만 그리 뛰어난 실적을 거두진 못했다. 2012년 말에는 멤버 중 한 명이 탈퇴했으며, 2015년에는 멤버 중 한 명이 배우 이병헌을 협박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글램은 별다른 활동을 해보지 못하고 해체된 상태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성공은 이듬해 데뷔한 ‘방탄소년단’을 통해 실현됐다. 회사의 연습생으로 있으면서 틈틈이 다른 아티스트들의 곡에 피처링으로 참여하던 7명의 소년이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으로 2013년 데뷔했다. 이들은 결성 초기만 하더라도 아이돌을 목표로 한 그룹은 아니었다. 멤버 RM을 중심으로 힙합 그룹으로 구성되던 방탄소년단 프로젝트는 약 30여 명의 연습생이 거쳐 간 이후 데뷔 시의 7명으로 멤버가 확정돼 시장에 데뷔했다.
조금씩 오르기 시작한 BTS의 인기
이제는 ‘전설’이라고 부르기에 어색하지 않은 이들, 방탄소년단 |
이들의 첫 시작은 초라했다. 국내 아이돌 시장에서 3대 기획사로 불리는 회사의 아티스트도 아니었으며, 데뷔 전에 유명세를 떨치고 있던 이들도 없었다. 데뷔 전부터 방탄소년단의 이름으로 2AM, 간미연, 이승기 등의 아티스트의 곡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이를 통해 인지도를 쌓지는 못했다. 방시혁이라는 프로듀서의 이름도 지금처럼 흥행보증수표가 당시에는 아니었기에, 초반 흥행에 큰 도움은 되지 못했다. K-POP이 인기였던 해외에서의 인지도도 지금과는 달리 낮았다. 해외 시장을 겨냥하기 위해 외국인 멤버를 들인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방탄소년단의 ‘학교 3부작’의 첫 번째 앨범이 되는 ‘2 COOL 4 SCHOOL’이 2013년 6월 발매됐으며, 당시 이들의 주목도는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다른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이듬해에는 학교 3부작 중 1, 2부를 묶는 앨범을 일본 시장에 내놓았으나, 이 앨범의 판매량은 2천 장에 미치지 못했다.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그저 흔하고 평범한 아이돌 취급 이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꾸준히 시장을 두드린 덕에, 조금씩 방탄소년단의 인지도는 올라가기 시작했다.
BTS가 가지고 있는 세 가지 차별점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방탄소년단 |
방탄소년단이 보인 다른 아이돌 그룹과의 차별점은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음반의 발매 방식이었다. 한 곡에서 많아야 두 곡이 수록된 디지털 싱글을 내놓고 활동하던 동시대의 다른 그룹들과는 달리 이들은 철저하게 앨범 위주로 디스코그래피를 채웠다. 발매되는 앨범들은 그때마다 다른 컨셉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3부작’, ‘청춘 2부작’과 같이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했다. 지난 2월 발매된 이들의 새 앨범은 ‘MAP OF THE SOUL’ 시리즈의 두 번째 앨범에 해당되는 작품이다.
두 번째의 차별점은 소셜 미디어의 활용 방식이었다. 데뷔 전후로 방탄소년단의 멤버들은 다른 아이돌 그룹들이 그러하듯 매스미디어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팬들과 소통했다. 팬들은 매스미디어에서 아티스트의 방송 시간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멤버들의 SNS를 주시하고 생성된 콘텐츠를 서로 빠르게 공유하고 재생성했다. 마지막 차별점은 뮤직비디오에서 찾을 수 있다. 방송 활동보다도 고품질의 뮤직비디오 제작에 더 공을 들이고, 또 이것을 유튜브를 통해 팬들에게 적극적으로 제공하면서 방탄소년단은 차츰차츰 인지도를 쌓아나갔다.
3대 기획사의 2배가 넘는 규모
쏘스뮤직을 인수, ‘여자친구’가 빅히트와 한솥밥을 먹게 됐다 |
결과적으로 유튜브,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방탄소년단은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 아티스트가 됐다. 이는 방탄소년단의 아티스트로서의 매력도 주요했지만, 시대상의 변화에 발맞춰 보편화된 성공 공식을 따르지 않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노력이 기반이 됐음을 부정할 수 없다. 방탄소년단은 현재 대규모의 팬덤을 거느린 K-POP의 대표주자가 됐으며, 이들이 창출하는 경제효과는 앞으로 10년간 37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미국 CNBC 기사 발췌).
빅히트엔터테인먼트도 따라서 급부상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본격적으로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 2017년에는 대한민국 3대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그리고 JYP엔터테인먼트를 제치고 영업이익 1위를 달성했다. 이 차이는 갈수록 더 벌어져 2018년에는 8,000억 원의 시장가치를 인정받고 넷마블로부터 2,014억 원을 투자 받았으며, 이듬해에는 2019년에는 빅3 기획사의 영업이익 총합의 2배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작년 연결매출은 5,879억 원, 연결 영업이익은 975억 원이었다.
기업공개를 눈앞에 두고 있는
올해 상장될 것이 유력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비전을 방시혁 대표가 설명하고 있다 |
다만 실적에도 불구하고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약점으로 꾸준히 지적돼 온 것은 방탄소년단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점이었다. 올해 이들은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새로운 전략을 펼칠 예정이다. 작년 이들은 예전에 글램을 함께 합작하기도 했으며 현재는 여성 아이돌 그룹 ‘여자친구’를 매니지먼트하고 있는 쏘스뮤직을 인수했다. 또한 CJ ENM과의 합작법인인 빌리프(Belift)를 설립해 사업 영역을 고도화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으며, 방탄소년단 이후 실로 오랜만의 새로운 아이돌 그룹인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선보이기도 했다. 오는 2022년에는 방탄소년단, 투모로우바이투게더에 이은 세 번째 남성 아이돌 그룹을 선보일 예정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이들은 올해 기업공개를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 1월 밝혀진 바에 따르면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JP모간에 상장 주간사를 위한 입찰 제안 요청서를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기업공개를 단행할 경우 인정될 기업 가치는 4조 원에 육박할 것이며, 기존의 3대 기획사를 뛰어넘는 K콘텐츠 대장주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성장의 단계를 넘어서 더 큰 미래를 그리고 있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올해, 침체된 코스닥 시장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최덕수 press@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