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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힘을 믿는 긍정의 세일즈맨,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

웅진코웨이 ‘윤석금 회장’

사람의 힘을 믿는 긍정의 세일즈맨,

공주의 옛 이름인 웅진에서 이름을 딴 대기업 집단 ‘웅진그룹’의 브랜드 중에서도 ‘웅진코웨이’라는 이름이 갖는 가치는 독보적이다. ‘웅진출판’이 웅진그룹을 가장 대표하는 브랜드라면, ‘웅진코웨이’는 국내 정수기 시장의 점유율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선두기업의 위치에 서 있다. 웅진그룹의 중심에 위치해 있던 웅진코웨이는 그러나, 2012년 9월 그룹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매각 절차를 밟고 이듬해 1월 사모펀드에 넘어가고야 만다. 법정관리 이후 계열사를 정리하고 빠르게 경영정상화를 이룬 웅진그룹은 지난 10월 다시금 코웨이를 품에 안을 수 있었는데, 여기에는 코웨이 재탈환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혀온 ‘윤석금 회장(이하 직함 생략)’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세일즈맨들에게는 신화적인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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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맨으로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 사업가로 성공을 거둔 윤석금 회장

1945년 12월 20일 충청남도 공주에서 태어난 윤석금은 부유하지는 않은 학창시절을 보내온 것으로 전해진다. 1969년 건국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건강음료인 구론산 드링크 제조, 유통업으로 사업을 시작했으나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첫 사업의 실패 이후 그는 출신지를 등지고 연고도 없던 경상남도 부산까지 내려와 브래태니커 백과사전 외판업으로 재기를 도모하게 된다.

 

그가 외판업을 시작한 당시 브리태니커 전집의 가격은 27만 원이었다. 일반 직장인들의 평균 월급을 넘어설 정도의 고가였던 전집 판매는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윤석금은 절박함을 기반으로 적극적으로 영업을 펼쳤으며, 외판원 생활 첫 달에 전집 26질의 판매를 기록하며 국내 세일즈 1위의 실적을 달성했다. 입사 1년 만에 그는 브리태니커 판매 54개국 최고의 세일즈맨으로 선정됐으며, 입사 10년이 채 안 된 32세에 상무로 승진할 수 있었다.

출판업 시작, 학습지로 성공을 거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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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출판사의 학습지와 아동도서들은 출판계의 전설을 써내렸다

윤석금이 다시금 사업을 결심하게 된 것은 그의 나이 35세 때의 일이다. 브리태니커 부사장 승진 제의를 뿌리치고 그는 사업을 시작했는데, 다시 시작한 사업은 그의 경력을 살린 출판업이었다. 사업을 위해 출판업 선진국이었던 일본을 찾은 그는 미우라라는 이름의 출판사 사장으로부터 7억 엔의 투자를 유치하고 일본 서적의 판권을 유치하게 된다. 1980년 윤석금이 설립한 도서출판 ‘헤임인터내셔널’은 일본에서 인기를 끌던 영어회화 교재 ‘메슬’을 영어회화가 녹음된 테이프에 한글판 해설서를 덧붙여 출시해 성공을 거뒀다.

 

1980년, 전두환 정부 당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는 과도한 교육열을 견제하기 위해 과외금지 조치를 단행했다. 윤석금은 과외가 금지되더라도 높은 교육열은 꺼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집에서 공부할 수 있는 학습 테이프를 제작해 유통할 계획을 세웠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일간지 전면 컬러 광고를 집행한 ‘헤임고교학습’이라는 이름의 참고서는 메슬을 넘는 큰 성공을 거뒀다.

출판업 성공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사업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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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사가 위기를 겪는 중에도 회사 중추를 지지해 온 웅진씽크빅(출판사)

헤임고교학습을 통해 사업의 기반을 탄탄히 다진 윤석금은 자신의 ‘평생의 꿈’이었던 아동 전집물 개발에 착수했다. 사명도 헤임인터내셔널에서 자신의 출생지의 옛 이름인 ‘웅진’으로 바꿨다. 총 제작비 8억 원이 투입된 웅진의 아동도서사업은 이후 700만 권 판매, 450억 원의 판매액이라는 전무후무한 성과를 올리게 된다. ‘어린이 마을’, ‘세계의 어린이’, ‘과학앨범’, ‘한국의 자연탐험’ 등 다양한 아동도서를 출간하며 웅진의 이름값은 점점 높아져 갔다.

 

윤석금이 출판업이 아닌 다른 분야로의 진출을 꾀하기 시작한 것은 1987년부터였다. 동일삼업 인수를 시작으로 1988년에는 웅진미디어, 1991년에는 생활가전 기업 웅진코웨이를 설립했다. 제일합섬을 인수해 웅진케미칼이라는 이름으로 화약분야로도 진출했으며, 출판 사업에서의 노하우를 살려 웅진패스원으로 공무원 학원 사업도 펼쳤다. 다양한 분야로의 사업확장, 그리고 또 각 분야에서의 성공을 통해 웅진은 본격적으로 그룹사의 면모를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IMF를 정수기 렌탈 사업으로 넘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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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기를 논할 때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름 ‘코웨이’

승승장구하던 웅진그룹이 한차례 위기를 맞았던 것은 IMF 외환위기 때였다.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던 웅진코웨이의 정수기 사업이 1997년을 맞아 33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도 영업손실 11억 원을 내고 말았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던 와중에 대당 100만 원을 호가하던 정수기에 대한 수요는 급격히 감소했다. 날이 지날수록 커지는 적자, 쌓여만 가는 재고품을 두고 고심하던 윤석금은 위기 속에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고안해 내게 된다. 바로 정수기 렌탈 사업이었다.

 

“어차피 팔리지 않을 거라면 차라리 빌려주자”는 생각에서 윤석금은 정수기를 렌탈하는 사업을 고안해 냈다. 합리적인 가격의 정수기 렌탈은 정수기 구입을 주저하던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데에 성공했으며, 사업 개시 1년 만에 10만 대의 렌탈 정수기를 판매할 수 있었다. 위기에 빠져 허우적대던 웅진코웨이는 렌탈 사업 개시 이듬해 영업이익 30억 원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하게 된다. 이듬해 웅진코웨이의 영업이익은 64억 원으로 다시금 성장했다.

무분별한 확장, 그리고 추락한 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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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웨이 매각 이후 렌탈 사업 재진출을 위해 ‘웅진렌탈’을 설립한 윤석금 회장

웅진코웨이 실적을 바탕으로 외환위기를 이겨내고 사업 영역을 계속 넓혀가던 웅진그룹에 다시금 위기가 찾아온 것은 2012년이었다. 윤석금은 2007년 6,600억 원에 극동건설을 인수하며 건설업에 진출했으며, 2010년에는 서울저축은행을 인수해 금융계로도 진출했다. 극동건설과 서울저축은행의 인수로 웅진그룹은 재계서열 31위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건설업계에 불황이 계속되며 극동건설의 재정난은 가중되었고, 건설업계 불황에 따른 건설 PF 대출 부실의 직격탄을 서울저축은행이 맞게 된다.

 

윤석금은 주변으로부터 극동건설과 서울저축은행을 포기하라는 조언을 들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극동건설과 서울저축은행에 그의 사재까지 털어 각각 4,400억 원과 2,800억 원의 자금을 부었지만 두 회사의 경영정상화는 이뤄지지 못했다. 여기에 2012년에는 차기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던 태양광사업도 기울면서 웅진에너지까지 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웅진그룹은 2012년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며, 계열사 매각 절차에 들어가고야 만다. 웅진그룹의 핵심이었던 웅진코웨이는 이로 인해 이듬해 사모펀드에 1조 2천억 원에 매각됐다.

다시 코웨이를 품에 안은 윤석금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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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금 회장에 기자간담회에서 웅진그룹의 코웨이 인수에 관해 발언하는 모습

법정관리 이후 웅진그룹은 아침햇살, 초록매실 등 히트 상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던 웅진식품을 매각하고, 대규모의 구조조정, 웅진씽크빅 신사업 집중 등 경영정상화에 매진했다. 그 결과 2012년 9월부터의 회생절차를 1년 반이 채 되지 않는 2014년 2월에 졸업할 수 있었다. 분할변제하기로 했던 빚도 6년이나 앞당겨 갚았다. 지난 2016년 6월 웅진그룹의 지주사 웅진은 2022년까지 변제해야 했던 기업회생채무 1,470억 원 가운데 1,214억 원을 조기변제했다고 밝혔다.

 

법정관리 초기부터 윤석금은 꾸준히 코웨이를 다시금 찾아오리라는 의지를 밝혀왔다. 2018년에는 코웨이 매각 당시 사모펀드와 맺은 경쟁업종 5년간 겸업금지 조항이 풀리자마자 정수기 렌탈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매각 5년 9개월 만인 작년 10월 29일, 웅진그룹은 코웨이홀딩스가 소유한 코웨이 주식을 1조 6,849억 원에 인수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날 윤석금은 서울 종로플레이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끊임없이 코웨이 인수를 희망했다”며, “렌탈 사업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며,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추락한 그룹사를 다시금 성장시키고, 마침내는 염원하던 코웨이를 다시금 품은 윤석금운 그룹사의 구도를 렌탈 사업을 중심으로 다시금 재편해 다시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의 그를 있게 한 ‘과거의 날개’가 과연 지금도 비상동력이 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시점이다.

 

최덕수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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