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륜 있는 빵집
우후죽순 생기는 수많은 빵집들 사이에서 묵묵히 오랜 전통을 이어가는 빵집들이 있다. 40~70년 이상의 연륜으로 변함없는 맛을 지키며 맛과 영양을 선사하는 곳들이다. 게다가 트렌드도 놓치지 않는다. 그야말로 똑똑한 ‘올드 베이커리’ 되시겠다.
건강을 지키는 빵 피터팬1978
43년째 연희동 주민들의 미각 수준을 높여 준 빵집. ‘좋은 재료를 볼 수 있는 눈이 좋은 빵을 만드는 기술’이란 철학을 바탕으로, 20여 년 전부터 프랑스에서 가져온 천연 발효종과 유기농 호밀, 현미를 사용한 건강빵으로 유명하다. 특히 설탕, 버터, 달걀, 우유 등을 넣지 않은 통호밀식빵(5500원)이나 건강 현미로스팅식빵(4만 원)은 체중조절을 하는 사람들도 먹을 수 있을 정도. 그 외에도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소보로빵, 단팥빵부터 디저트용인 까눌레, 크럼플까지 다양한 메뉴를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이곳의 인기인 약속단팥빵(2000원)의 변치 않는 맛의 비결은 팥과 정성. 국내산 팥을 매일 아침 2시간 이상 저어 만드는 팥 앙금은 깊은 맛과 든든한 영양을 느끼게 하는 우리 할머니들의 손맛이다.
피터팬은 재미있는 빵 이름들이 특징인데, 그중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식감에 무화과와 각종 과일에 견과류를 채운 새콤달콤한 건강빵인 ‘장발장이 훔친 빵’(5500원), 오동통하고 새하얀 빵 속에 크림 치즈가 듬뿍 담긴 쫀득한 식감의 ‘아기궁댕이’(2200원)가 가장 사랑받는 빵들이다. 그 밖에 굵은 소금 알갱이가 뿌려진 소금빵, 촉촉하고 부드러운 속에 버터가 인상적인 시오빵(1200원), 질 좋은 바닐라빈에 신선한 우유와 달걀을 더해 정성으로 끓여 만든 슈크림을 듬뿍 넣은 슈크림빵도 많이 찾는다. 오후 늦은 시간에 가면 인기 빵은 솔드 아웃이니 참고하자. 온라인으로 택배 배달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평일 저녁 10시 전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배송된다.
위치 서울시 서대문구 증가로 10 운영 시간 08:00~21:00 *연중무휴, 포장·배달 가능
혹한이 무슨 소리 모나카 아이스크림 태극당
태극당은 1946년에 문을 열어 75년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제과점이다. 넓은 매장 가득 수십 가지 빵이 진열돼 있는데, 무엇을 집어도 맛있지만 꼭 먹어 보길 바라는 건 태극당 대표 메뉴인 단팥빵과 카스텔라, 버터빵, 모나카 아이스크림. 그중 모나카 아이스크림(2500원)은 계절 상관없이 머리 하얀 노인부터 꼬마들까지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인기 메뉴다. 찹쌀가루를 넣어 바삭한 과자 안에, 고소하고 진한 우유 맛과 뒷맛이 깔끔한 바닐라 아이스크림, 달달한 팥앙금이 조화를 이룬다. 과자는 일일이 손으로 구워 만든다고 한다. 버터빵(1900원)은 부드러운 식빵 사이에 달콤한 버터크림이 가득한 빵으로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팬이나 오븐에 구워먹으면 두배 더 맛있다. 어른들의 과자로 사랑을 받고 있는 전병(세트 1만2000원)은 특히 태극당 건물이 그려진 일러스트 박스로 포장돼 있어 선물용으로도 인기다.
위치 서울시 중구 동호로 24길 7 운영 시간 08:00~22:00 (일시적으로 21:00까지) *명절 당일 휴무, 포장·배달 가능
여기가 원조 밤식빵! 리치몬드 제과점 성산본점
1979년부터 42년째 제과제빵 명장인 대표와 그의 아들이 대를 이어 운영 중인 격조의 베이커리. 프랑스 디저트, 독일식 식사빵, 일본 화과자 등 동서양의 다채로운 빵과 과자로 채워져 풍성한 메뉴를 자랑한다. 빵 종류가 많지 않던 시절부터 다쿠아즈와 튀일, 갈레트 등 프랑스 전통 과자를 제대로 만들어 낸 최초의 제과점이었고, 바게트와 유럽식 식사빵, 일본식 롤케이크와 화과자 등을 선보이며 빵 업계의 트렌드를 주도했다. 요즘엔 여느 빵집에나 있는 밤식빵의 원조격이기도 하다. 인기 메뉴인 밤식빵(8600원)과 밤파이(1개 2800원)가 주인공. 밤 산지로 유명한 공주 지역 밤을 당조림해 적당히 단맛이 배어있고 씹는 맛도 좋다. 그밖에 인기 아이템은 슈크림(1개 2700원)이다. 빵 안 가득 들어있는 슈크림은 프랑스산 버터와 생크림, 천연 바닐라빈을 넣었는데, 은은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자체적으로 택배 서비스도 운영 중으로 2시 이전에 주문하면 당일 배송이 가능하며 비용은 3300원이다. 단 밤 파이(10개입)는 무료 배송.
위치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86 운영 시간 08:00~21:00 *화요일 휴무 포장, 배달 가능
‘사라다빵’의 지존 나폴레옹 과자점 성북본점
1968년부터 시작해 53년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나폴레옹 제과점하면 ‘사라다빵’을 빼놓을 수 없다. 품절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던 고소한맛사라다와 산뜻한맛사라다(각 5000원)는 방송에서 유명세를 탄 지 한참 지난 요즘도 오후면 동이 나기 일수다. 얇게 채 썬 당근과 햄, 양파와 달걀, 감자를 마요네즈에 버무린 샐러드를 반으로 가른 빵 사이에 푸짐하게 담아낸다. 샐러드(사라다)의 신선함을 위해 하루 한정수량으로 만든다고 한다. 촉촉하고 고소한 맛이 좋아 빵 마니아들은 일부러 마요네즈에 빵이 적셔지도록 냉장실에 묵혔다 먹는다고. 매일 아침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팥 앙금을 채운 로얄단팥빵(2500원)과 버터와 앙금의 황금 조화를 이룬 아삭바삭앙버터(3000원), 달콤한 초롤릿빵(2000원)도 인기다. 1A 등급 우유와 100% 유크림 버터 사용, 프랑스 발로나 사의 초콜릿을 쓰는 등 좋은 재료를 고집한다고 하니 더욱 믿고 먹을 수 있다. 2층 카페에선 샐러드, 샌드위치, 수프 등 간단한 브런치 메뉴도 판매한다.
위치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7 운영 시간 08:00~21:00 *포장·배달 가능
[글과 사진 류주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65호 (21.02.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