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넌 끝났어, XXX 박고 죽자" 초등생들의 섬뜩한 '자살송'
작년 인터넷에 올라온 노래… 최근 1년간 150만번 재생
초등학생 4학년 딸을 둔 신모(40)씨는 최근 아이가 부르는 노래 가사를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 "대가리는 의미 없어 장식품이야. 이제 네 차례는 끝났으니 사요나라야. 대가리 박고 자살하자…." 아이가 본 영상물을 찾아봤다. 동요 같은 경쾌한 멜로디에 맞춰 여성 보컬이 노래를 불렀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아이돌의 후크송(단순 반복 후렴구를 활용하는 중독성 있는 노래)과 비슷한 형식이었다. 160초 남짓한 노래에서 '자살'이라는 단어는 13번 반복됐다.
작년 7월 동영상 사이트에 올라온 이 노래는 소셜미디어에서 쉽게 찾아 들을 수 있는 '자살송' 중 하나다. 1년 동안 150만번 가까이 재생됐다. 자살이라는 단어뿐 아니라 '매일 산소만 낭비해' '밥만 먹는 식충' 등 자기 비하적 표현이 이어진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최근 이런 가사의 노래를 학생들이 즐겨 듣고 부른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이런 유형의 '자살송'이 초등학교 고학년 위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를 사이버 언어폭력의 일종으로 보고 계기교육 등 대응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살'뿐 아니라 '자해' 등의 내용을 담은 콘텐츠에도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중앙자살예방센터 등이 지난 7월 2주간 자살유해정보 클리닝 활동을 벌였을 때 자살 관련 동영상·사진 게재 신고가 8039건 들어왔다. 작년보다 38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올해 초 한 고등학생 래퍼가 자해 경험담을 이야기하자 10대 학생들이 손목 자해 흔적이 멋있어 보인다며 소셜미디어에 '인증샷'을 올리는 일도 있었다.
서영교(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소년유해정보에 '자살' 유해 정보를 추가하고, 청소년유해매체물 심의 기준에 '자살이나 자학행위를 구체적으로 묘사하거나 미화하는 것'을 신설하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청소년보호법' 개정법률안을 지난 6일 대표 발의했다.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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