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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까기 인형·캣츠… "동양인 차별 반성합니다"

미국 공연·예술계 자정 노력


크리스마스 무렵이 되면 전 세계 발레단이 앞다퉈 공연하는 '호두까기 인형'엔 초콜릿 요정의 스페인 춤, 풀피리가 추는 프랑스 춤 등 각 나라 춤이 등장한다. 이 중 중국 차(茶)가 춤추는 장면은 유독 논란이 됐다. 원뿔 모양 베트남 전통 모자를 쓰고, 양 갈래 콧수염을 붙인 발레리노가 어릿광대처럼 춤추는 모습에 많은 아시안 관객이 불쾌감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호두까기 인형·캣츠… "동양인 차별

뉴욕시티발레단의 2015년‘호두까기 인형’공연 모습. 베트남 전통 모자를 쓰고 어릿광대처럼 춤추는 모습에 아시안 관객들이 불쾌감을 나타냈다. /뉴욕타임스

18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는 "뉴욕시티발레단을 시작으로 발레계에서 중국 차가 추는 춤의 안무 및 의상과 분장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작년 연말 뉴욕시티발레단은 전통 중국 스타일에 맞게 의상을 고증하고, 안무에서 우스꽝스러운 요소를 덜어냈다. 지난달엔 '호두까기 인형'의 저작권을 갖고 있는 게오르게 발란친 재단이 다른 발레단에도 이 지침을 따를 것을 권고했다. 앨런 소린 이사는 "작품 속에서 아시안을 묘사하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이 많았고, 이를 적극 수용하려 한다"고 밝혔다.


미국 발레단의 이 같은 시도는 최근 미 공연·예술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아시안 스테레오 타입' 없애기의 일환이다. 2016년 브로드웨이에서 재상연된 뮤지컬 '캣츠'에선 원작에 있는 곡 하나가 삭제됐다. 해적 고양이 '그로울 타이거'가 배 안에서 (태국 품종인) 샴 고양이 떼와 칭기즈칸 부대의 습격을 받았을 당시를 묘사한 노래 '그로울타이거의 마지막 접전(Growltiger's Last Stand)'이다. 오리지널 버전에서 이 노래에는 "섬뜩한 불꽃이 터지는 가운데 '아시아 놈들(Chinks)'이 배로 몰려드네"란 구절이 포함돼 있다. 아시안을 비하하는 속어 'Chinks'가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에 한때 "샴 고양이 떼가 배로 몰려드네"라고 바뀌었다가, 2016년 브로드웨이에선 아예 노래 자체를 없애고 상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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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뮤지컬‘캣츠’의 해적 고양이 그로울타이거가 노래하는 장면. 아시안 비하 내용으로 인종차별 논란을 빚어 2016년 원곡이 삭제됐다. /Musical Wiki

아시안 배우들의 배역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최근까지 뮤지컬이나 오페라 등에서 아시안이 맡는 역할은 뮤지컬 '미스 사이공'에 등장하는 베트남 청년 투이나 우스꽝스러운 억양의 영어를 사용하는 이민자 등으로 제한돼 있었다. 일본인 '초초상'이 주인공인 오페라 '나비 부인'에서조차 서양 배우가 아시안으로 분장하고 주역을 맡았다.


그런데 토니상 11개 부문을 휩쓸며 요즘 미국에서 인기를 끄는 뮤지컬 '해밀턴'에선 주연인 알렉산더 해밀턴과 조지 워싱턴 역할에 일본계 혼혈인 조셉 모랄레스와 한국계 마커스 최가 각각 캐스팅됐다.


아시아계 전직 무용수 출신으로, '호두까기 인형' 안무 개선 운동에 앞장선 필 챈은 NYT에 "공연·예술계가 19세기 서양인 시각으로 아시안을 바라보는 방식에서 벗어나 21세기의 다양성과 변화를 감싸 안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오윤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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