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후루 비웃는 붕어빵 “야, 짐 빼. 간식계 최강자는 나야 나!”
[아무튼, 주말]
겨울이 성큼 다가오자 불멸의 먹거리로 재등극
서울 용산 남영역 근처 한 잉어빵 가게.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영업하는 이곳에서 2시간 넘게 줄을 섰다는 글이 인터넷에 자주 올라온다.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
“엄마가 탕후루는 안 되고 붕어빵은 된대요!!!”
추위에 얼어붙은 손가락 끝으로 뜨끈한 붕어빵을 잡고 한 입 베어 물면 하루 피로가 확 녹아내린다. 불과 몇 주 전까지 여름이었는데 기온이 한 자릿수까지 떨어지면서 겨울이 성큼 다가오자, 길거리 음식 판도도 바뀌고 있다. 올해 가장 핫하던 탕후루 대신 붕어빵, 호떡, 계란빵, 군고구마, 호빵 등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소셜미디어에서도 4000원짜리 탕후루 대신 2000원에 3~4개인 붕어빵을 인증하는 글이 쏟아진다. “얼마 전에 탕후루 가게 갔더니 눈치 빠른 사장님이 붕어빵 기계를 들여놨더라고요. 탕후루 먹으러 갔다가 붕어빵 사서 맛나게 먹었네요.”
◇탕후루 지고 붕어빵 왔다?
겨울의 진정한 강자가 돌아왔다.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붕어빵이 탕후루에 “야, 짐 빼”라고 말하는 짤이 공유되고 있다. “그렇다. 우리에겐 대륙의 간식이 아닌 붕어빵이 있었다” “벌써부터 입에 침이 고인다” “붕어빵 파는 곳 좀 공유해 주세요” 등의 댓글 수백 개가 달렸다. 붕어빵은 계란, 설탕 등을 섞은 일본의 도미빵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지만, 일각에선 “붕어빵은 순수하게 밀가루만으로 만든 우리 간식”이라고 주장한다.
서울 용산 남영역 인근의 붕어빵 가게 앞에는 아침부터 줄을 서야 한다. 소셜미디어에 “2시간 넘게 기다렸다”는 후기가 넘쳐나면서 웨이팅 꿀팁까지 공유되고 있다. 오늘은 꼭 먹겠다는 의지로 지하철 40분 타고 아침 7시에 도착해 줄을 섰다는 글도 있다.
‘붕세권(붕어빵+역세권)’이란 말이 그냥 탄생한 게 아니다. 붕어빵을 어디서 파는지, 가격은 얼마인지, 맛은 어떤지 등을 공유하는 휴대폰 앱에 대한 인기도 급상승 중이다. 붕어빵은 길거리 노점에서 파는 경우가 많아서 인터넷 지도로는 확인하기 힘들다. 그래서 집단 지성(?)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사용자 수가 10만명 이상인 ‘가슴속3천원’ 앱은 최근 신규 가입자가 2만명을 돌파했다. 등록된 점포만 1만5000개가 넘는다.
◇붕어빵도 진화한다
붕어빵은 1990년대 후반에 전성기를 맞았다. 외환 위기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리어카와 붕어빵 틀만 가지고 비교적 싸게 장사를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를 거치면서 붕어빵 노점이 하나둘씩 자취를 감췄었다. 상인 입장에선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싸게 팔 바엔 장사를 접겠다는 것이었고, 소비자는 “식상하다” “요새 먹을 게 얼마나 많은데” 등의 이유를 내세웠다. 하지만 돌고 돌아 다시 붕어빵인가. 새로운 걸 찾아 헤매던 MZ세대도 아빠, 엄마의 추억의 간식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일부러 노점을 찾아 붕어빵 구입을 이렇게 인증한다. “클래식은 영원하다!”
붕어빵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팥이 든 원조 붕어빵부터, 찹쌀을 넣고 이름을 바꾼 잉어빵, 재료로 팥 대신에 슈크림, 고구마 무스, 피자시즈닝, 초콜릿, 치즈, 밤, 땅콩 등을 넣은 변종 붕어빵도 등장했다. 크기를 새끼손가락 길이로 줄인 미니 붕어빵, 팔뚝만 한 크기의 대왕 붕어빵도 나왔다. 빵피가 바삭하도록 크루아상 반죽을 이용하거나 붕어 입 쪽에 아이스크림을 얹어주기도 한다.
파는 장소도 노점에서 당당히 오프라인 매장으로 옮겼다. 카페, 편의점에서 붕어빵을 팔기도 하고, 배달 앱에서도 주문할 수 있다. 집에서 에어프라이기에 넣고 쉽게 조리할 수 있는 제품도 출시됐다.
다만 가격,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물가가 치솟으면서 붕어빵도 1개에 1000원, 3개에 2000원까지 올랐다. 서울 명동 등에선 이것저것 재료가 많이 들어간 붕어빵을 4000원에 판다. 지나친 당 섭취로 소아 당뇨와 충치 유발, 니코틴만큼이나 강한 설탕의 중독성이 논란이 된 탕후루나, 100g당 250~300kcal인 붕어빵이 별 차이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뭐든 맛있으면 0kcal 아니냐고? 적당히, 적당히 먹읍시다.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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