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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by 조선일보

[최원석의 디코드] 내연기관은 죽지 않는다

※디코드(decode): 부호화된 데이터를 알기 쉽도록 풀어내는 것. 흩어져 있는 뉴스를 모아 세상 흐름의 안쪽을 연결해 봅니다.


자동차에서 내연기관(가솔린·디젤 등)이 조만간 사라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2030년대부터 가솔린·디젤 신차의 판매를 금지한다는 발표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물론 전기차가 빠르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특히 한국은 전기차 핵심부품인 배터리가 강하기 때문에, 이미 확보한 주도권을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겁니다.


문제는 전기차가 늘어난다고 해서 내연기관차의 신차 판매가 10~20년 내에 사라지는게 아니라는데 있습니다. 기업이나 국가는 당장 팔아 돈을 벌 것과 앞으로 돈을 벌 기회를 만드는 것의 밸런스를 잘 유지할 필요가 있지요. 미래를 준비하려면 지금 당장 돈이 필요합니다. 지금 돈 버는 일을 게을리 하거나 그 중요성을 오판한다면, 미래로 가기 전에 낭패를 볼 가능성이 있습니다.


업계에서 말하는 케이스(CASE) 즉 커넥티드(Connected), 자율주행(Autonomous), 차량공유(Shared), 전동화(Electrification) 등은 당연히 해야 하고, 적극적으로 기회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분야가 지금 막대한 개발비가 투입되는 단계라 대규모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이것으로 충분히 돈을 버는 회사는 없다는 겁니다. 테슬라 역시 국가보조금이나 탄소배출권 거래 등으로 득 보는 것을 제외하면 아직 돈을 번다고 말하기 힘듭니다. 테슬라가 그럴진대, 다른 자동차회사들이야 말할 필요도 없지요.


제목에 ‘내연기관은 죽지 않는다’라고 썼지만, ‘적어도 20~30년 내에는 죽지 않는다’가 좀더 정확할 겁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내연기관차가 영원할 것이다’라는게 아니라, 내연기관이 주도권을 잃고 궁극적으로는 사라지기까지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이 과정에서 여전히 자동차 비즈니스에서 부(富)를 만들어내는 중요 부분은 내연기관 기반의 차량(하이브리드 포함)이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말씀드릴 내용은 아래의 7가지입니다.


1. 작년 글로벌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 비중은 4%였다. 여전히 96%는 엔진 중심이었다.


2. 중국의 전기차 보급 로드맵에 따르면, 2035년에도 여전히 신차의 60%, 1800만대에 엔진이 탑재된다.


3. 자동차의 환경규제가 LCA(전과정평가) 관점으로 바뀌어갈 것임에 주목해야 한다.


4. 엔진의 효율 향상과 배출가스 저감이 급진전되고 있다.


5. 선진국의 2030년 이후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 불허 발표가 그 이후 내연기관차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6. 전기차와 전동화는 다르다. 선언과 실제 전개는 다를 수 있다.


7. 당장 내연기관에서 밀리면 자동차회사로서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기본기 향상과 균형을 갖춘 기술전략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럼 이야기 시작해 보겠습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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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년 글로벌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 비중은 4%였다. 여전히 96%는 엔진 중심이었다


전기차 붐이 일었던 작년 전세계 신차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비중은 4.2%였습니다. 여전히 96%는 엔진 중심의 자동차가 팔린 거죠. ‘엔진 중심’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카도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하이브리드카는 모터가 들어가지만 모터가 엔진을 도와 연비를 높이고 배출가스를 줄여주는 역할을 하지요.


반면에 신차 판매 가운데 4.2%의 비중을 차지한 전기차 중에도 엔진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죠. 플러그인하이브리드는 하이브리드카와 구조는 비슷하지만, 배터리 용량이 하이브리드카보다 크고 외부 충전기능이 더해진 차입니다. 장거리는 엔진으로 달리지만, 시내 단거리 정도라면 모터만으로도 달릴 수 있는 차입니다.


물론 작년 신차 가운데 전기차 판매 비율 4.2%는 2019년의 2.5%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것입니다. 세상이 전기차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해마다 판매량도 늘어가겠지요. 하지만 현실의 숫자는 꽤 오랫동안 내연기관이 지배적일 것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지구상엔 이미 10억대 이상의 내연기관차가 깔려 있지요. 여기에다 앞으로 계속 팔릴 내연기관차를 더하면, 이 차들이 사라지기까지 40~50년은 걸릴 겁니다.


작년 전기차 판매량을 주요 판매지역별로 살펴볼까요? 유럽에서는 전기차(플러그인 포함)가 105만대 팔려 신차 판매에서 9.7%를 차지했습니다. 유럽의 전기차 점유율은 2019년 4%였는데요. 작년에는 1분기 6.8%, 2분기 7.2%, 3분기 9.9%로 급격히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작년에 전기차가 가장 많이 팔린 곳은 중국이었습니다. 137만대(플러그인 포함)가 팔려 점유율 5.4%를 차지했습니다. 미국은 어떨까요? 생각보다 많이 팔리지 않았습니다. 32만대가 팔려 불과 점유율은 2.2%였습니다. 시장규모 1,2위인 중국과 미국의 전기차 판매 비율은 2020년 시점에서도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2. 중국의 전기차 보급 로드맵에 따르면, 2035년에도 여전히 신차의 60%, 1800만대에 엔진이 탑재된다


전기차 세상이 얼마나 빨리 올 것인지, 또 내연기관차는 정말 사라지는 것인지에 대해 맥을 잡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럴 때 중심을 잡아줄 곳이 저는 중국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중국이냐고요? 중국은 단연 세계최대 자동차시장일 뿐 아니라 전기차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나라입니다. 그러면서도 유럽과 달리 풍력·태양광 에너지 비율이 아직 높지 않은 한·중·일 관점에서 냉정히 접근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또하나 중요한 것은 중국 정부가 장기적 관점에서 기술에 접근하는 것이 다른 나라 정부보다 어떤 측면에서는 유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 중국은 전기차·내연기관차와 관련해 어떤 로드맵을 갖고 있을까요? 자동차 전문가조직 ‘중국자동차공정학회’는 작년 10월 상하이에서 ‘에너지 절약·신에너지차 기술 로드맵’을 발표해 주목 받았습니다. 이 로드맵이 중국 정부 방침을 결정하는 근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현재 중국 정부는 전기차(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V), 연료전지차(FCV) 이렇게 세 종류의 차를 신에너지차(NEV)로 구분해 세제혜택을 주고 가솔린차와 구분하고 있는데요. 중요한 것은 로드맵이 매우 정확하게 연도별 보급 계획을 적시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하이브리드카를 내연기관차 범주로 넣어 보급의 혜택을 주지 않던 기존의 방침을 크게 수정했습니다. 하이브리드카를 내연기관차에서 빼내 친환경차 범주(NEV에는 여전히 포함 안됨)에 다시 넣고 보급을 촉진하기로 한 것이죠.


로드맵에 따르면, 중국은 2025년 내연기관차 40%, 하이브리드카 40%, 전기차(실제로는 플러그인·수소차를 포함한 것이지만 대다수를 차지하는 전기차로 통칭) 20%의 비율을 달성하는게 목표입니다. 2030년에는 내연기관차 15%, 하이브리드카 45%, 전기차 40%로 바뀌고요. 마지막 단계인 2035년에는 내연기관차 제로(0%), 하이브리드카 50%, 전기차 50%를 달성할 계획입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뭘까요? 불과 5년 뒤에 신차 판매의 전기차 비중을 20%로 높이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눈에 띕니다. 하지만 동시에 놓쳐서는 안될 것이 하이브리드카 보급입니다. 중국은 2025년에 순수 내연기관차를 40%로 줄이는 대신, 하이브리드카 비중을 40%로 늘릴 계획입니다. 하이브리드카의 비중은 2030년 45%로 늘어나고, 2035년에는 50%까지 확대됩니다.


게다가 중국의 전기차 중에는 가솔린엔진이 들어가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비중이 20% 가량 됩니다. 비중이 유지된다는 전제로, 연도별 중국 신차 판매에서 내연기관이 들어가는 차량의 비중은 2025년 84%, 2030년 68%, 2035년 60%입니다. 연간 신차 판매 3000만대를 기준으로 환산해보면, 2025년에는 2500만대, 2030년에는 2000만대, 2035년에는 1800만대의 신차에 여전히 내연기관이 탑재된다는 얘기입니다.


중국은 왜 하이브리드 대량보급 쪽으로 방향을 바꿨을까요? 왜 전기차 보급에 적극적이면서도, 내연기관 탑재 차량의 비중을 2035년에도 60%나 유지하려고 하는걸까요? 여기에는 중국 정부가 기술을 보는 현실적 관점, 특히 다음에 말씀드릴 전과정평가(LCA·Life Cycle Assessment)가 관련돼 있습니다.


◇3. 자동차의 환경규제가 LCA 관점으로 바뀌어갈 것임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 정부의 하이브리드카 보급에는 앞으로 자동차회사들이 마주칠 새로운 환경규제에 대한 장기적 포석이 깔려 있다고 봐야 할 겁니다. 새로운 환경규제란 앞서 말씀드린 LCA입니다. LCA는 원재료 채취로부터 가공, 제품화, 유통·소비, 폐기·재활용까지,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 전반에 걸친 환경 부하를 정량 평가하는 것입니다. 국제표준화기구(ISO)의 평가 규격도 있고요.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보고서에 채용되는 경우도 늘었습니다. 앞으로는 투자자들도 기업의 LCA 성적에 따라 투자를 더 하거나 회피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특히 주목받고 있는 것이 자동차의 이산화탄소(CO2) 배출에 대한 LCA입니다. 자동차의 생산과 에너지 생성, 주행, 폐기, 재활용 등 라이프 사이클 전체에서 CO2 배출량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2019년 3월 유럽의회·유럽위원회가 자동차의 LCA 적용 검토를 유럽연합(EU) 당국에 요청했고, 2023년까지 결론이 날 예정입니다. 유럽에선 현재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6’보다 훨씬 더 엄격한 ‘유로7’을 2025년쯤부터 실시할 예정인데, 유로7 다음 단계 규제로 LCA가 도입될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에서도 2025년 이후를 염두에 두고 자동차 분야에 LCA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즉 현재는 자동차 배출가스 낮추기 경쟁이 기업별 평균 연비(CAFE·Corporate Average Fuel Efficiency) 기준이지만, 향후엔 LCA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CAFE 기준, 즉 주행 중 상황만 평가하는 현행 규제로는 전기차의 CO2 배출량이 제로지만, LCA에서는 제조·발전·폐기 단계의 배출량 등이 더해집니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전기차 제조 시 CO2 배출량이 내연기관차의 두 배에 가까운데, 그 차이 대부분이 배터리 제조 때 발생합니다.(물론 보고서에 따라 내용이 다르기도 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좀더 검증이 필요합니다.)


유럽과 달리 재생에너지 비율이 낮은 아시아, 특히 중국에서는 LCA 기준으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CO2 배출량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중국의 전기차·하이브리드 보급 로드맵은 이미 LCA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중국은 유럽보다 재생에너지 비율이 낮아서, 2035년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바꾼다 해도, LCA 규제, 즉 실질적으로 차량 제조·사용·폐기 전 과정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는 효과가 덜하다는 쪽으로 종합적 판단을 한 것이겠지요.


도요타자동차의 CEO이자 일본 자동차공업협회 회장인 도요다 아키오가 최근에 일본의 급격한 전기차 시프트가 어려운 이유로 석탄·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일본의 에너지 사정을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일본은 전력의 80% 가까이가 화석연료 발전인데 비해, 프랑스는 80% 이상, 영국은 50% 이상을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고 있지요. 아키오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에너지 구조 전환이 동반되지 않은채 전기차 시프트만 강조하는건 위험하다’였을 겁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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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엔진의 효율 향상과 배출가스 저감이 급진전되고 있다


또하나 중요한 것은 엔진의 기술발전이 멈춰 있는게 아니라는 겁니다. 연비향상(CO2 배출 감소)과 유해가스 배출 감소의 양쪽으로 급진전되고 있습니다.


폴크스바겐의 외부 발표만 보면 전기차 개발에만 집중하는 것 같지만, 내부적으로는 가솔린엔진 열효율 개선에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가솔린엔진의 열효율은 40%를 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었는데요. 최근 일본·독일·중국 등에서 이를 넘는 고효율 엔진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독일 엔지니어링기업인 FEV는 가변압축비, 롱스트로크 기술에다 희박연소기술을 더해 열효율 48%를 달성했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엔지니어링 업체인 영국 리카르도와 중국 지리자동차도 공동개발을 통해 열효율 45%를 달성했습니다. 독일 부품회사 말레 역시 희박연소를 통해 열효율 42.5%를 달성했다고 밝혔고요.


일본의 경우 이미 도요타·마쓰다 등이 열효율 40%를 넘긴 엔진을 장착한 차량을 시판 중입니다. 또 도쿄공업대와 게이오대 공동 연구팀은 최근에 승용차용 가솔린 엔진의 열효율을 51.5%까지 높이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초희박 연소 뿐 아니라 실린더 내에 물을 동시 분사해 노킹(이상연소)을 억제하고 냉각손실을 낮춘다는 개념인데요. 중요한 것은 퇴물처럼 여겨지는 가솔린엔진의 성능을 극한으로 끌어내기 위한 온갖 아이디어와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그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가솔린엔진의 열효율 개선이 중요한 이유는 LCA 측면에서 가솔린엔진의 이점이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솔린엔진은 재료·제조 단계에서의 탄소 배출이 전기차에 비해 적기 때문에, 주행 단계에서는 탄소 배출을 조금이라도 줄인다면 그것이 모두 LCA 상에서 가솔린엔진 탑재 차량의 가치를 높여주는 쪽으로 이어지겠지요.


또하나 중요한 것은 가솔린엔진의 발전이 하이브리드카의 연비향상(탄소배출 감소), 배출가스 저감에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겁니다. 하이브리드카의 탄소·유해가스 배출을 더 줄이려면, 모터·배터리·제어기술도 중요하지만 하이브리드카에 들어가는 가솔린엔진의 효율 향상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엔진기술 향상이 하이브리드카의 탄소 배출 감소로 이어지면, 하이브리드카가 LCA 측면에서 이전보다 더 유리해질 수 있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중국이 2035년에도 신차 판매 중 하이브리드카 비중을 절반으로 가져갈 목표를 세운 것은 이런 엔진 기술의 향상, 그를 통한 LCA 측면에서 하이브리드카가 갖는 이점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5. 선진국의 2030년 이후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 불허 발표가 그 이후 내연기관차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유럽만 보면 전기차 세상이 곧 올 것 같습니다. 실제로 작년 전기차 비율이 9.7%에 달했고요. 이미 신차 판매 중 전기차(플러그인 포함) 비율이 60%에 달하는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영국은 2030년, 프랑스와 스페인은 2040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내연기관 신차 판매 불허에 적극적인 나라들을 보시면, 자국의 자동차산업 기반이 약하거나, 자국 전력공급에서 풍력·태양광 비율이 매우 높은 나라들이 대부분입니다. 게다가 내연기관 신차 불허, 즉 전기차만 허용한다는 것의 내용을 뜯어보면, 당국의 판단에 근거해 LCA 등을 충족한 차는 순수 전기차가 아니더라도 판매를 허용할 수 있다는 쪽으로 규정의 해석 여지를 열어놓은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일부 국가의 현 시점 발표만 믿고, 내연기관이 곧 사라질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습니다.


◇6. 전기차와 전동화는 다르다. 선언과 실제 전개는 다를 수 있다


전기차와 관련해서는 표현이 모호한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합니다. 보통 전기차라고 하면 순수 전기차 즉 엔진이 전혀 들어가지 않고 배터리·모터만으로 움직이는 차만을 지칭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엔진이 들어간 하이브리드카를 기반으로 하면서 배터리 크기를 좀 키우고 충전 기능을 넣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까지 전기차 범주에 넣습니다. 즉 전기차라고 해도 엔진이 들어간 전기차들이 꽤 있다는 겁니다.


또 닛산은 최근에 ‘e파워’라고 해서 구동은 모터로만 하지만, 외부 충전을 하지 않고 차량 내부에 탑재된 가솔린엔진을 돌려 만들어낸 전기를 사용하는 ‘변형 전기차’를 대량 보급하고 있습니다. 이 차의 구동은 전기차와 거의 같지만 모든 차량에 엔진이 들어가지요.


또 전동화(Electrification)라고 하면, 전기차 뿐 아니라 구동에 모터가 관여하는 모든 차량을 지칭합니다. 전동화 차량엔 하이브리드카도 들어갑니다. 도요타는 작년에 전동화 차량을 196만대 팔았습니다. 대부분이 하이브리드카이긴 하지만요. 따라서 순수전기차만 따지면 테슬라가 작년에 50만대를 팔아 1등이지만, 전동화 차량 판매대수로 따지면 도요타가 1등인 셈입니다.


도요타는 2025년에 연간 550만대의 전동화 차량을 판매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500만대, 전기차가 50만대 정도로 추정됩니다. 도요타는 일본·유럽·미국에서 이미 많은 하이브리드카를 팔고 있고요. 또 앞서 말씀드린대로 중국에서 2025년에 신차 판매의 40%가 하이브리드카가 될 것으로 보이니, 중국에서만 2025년에 연간 1000만대 이상의 하이브리드카 시장이 생긴다는 얘기입니다. 1000만대 중 20~30%만 도요타가 차지해도, 도요타의 2025년 연간 500만대 하이브리드카 판매는 무난히 달성될 것 같습니다. 도요타는 이외에도 2025년 이후 실용화를 목표로 전고체배터리 전기차 개발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앞으로 10~15년을 내다본 전략 측면에서 나름의 균형감각을 유지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일각에서는 도요타가 전기차 대응을 못해 점차 쪼그라들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하는데요.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습니다.


◇7. 당장 내연기관에서 밀리면 자동차회사로서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기본기 향상과 균형을 갖춘 기술전략이 절실히 필요하다


전기차는 당연히 적극적으로 대응해야겠지요. 전기차와 더불어 자동차의 소프트웨어화, 구독경제와 연관된 데이터플랫폼화도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겁니다.


하지만 전기차만 올인한다고 될 문제가 절대 아니라는 것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전기차를 빨리 더 많이 만든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도 아닙니다. 작년에 50만대를 팔아 전기차 판매 1위를 한 테슬라의 전기차가 정말 전기차이기 때문에만 잘 팔리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매력이 더해졌기 때문에 잘 팔리는 것인지도 엄밀히 따져봐야 합니다.


전기차를 빨리 만드는 것과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다른 얘기입니다. 일본 미쓰비시는 ‘아이미브’라는 전기차를 2006년 발표, 2009년 양산하면서, 양산차 회사 중 먼저 전기차에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결국 실패했지요. 닛산은 2010년부터 전기차 리프를 판매해 보급에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2017년 2세대가 나왔는데도 오히려 판매가 떨어졌습니다. 2020년 말 리프 발매 10년만에 누적 50만대 판매를 달성했는데요. 지난 10년간 판매한 대수가 테슬라가 작년 한 해 판 대수 밖에 안됩니다. 닛산의 전기차 보급 전략도 실패입니다. 일반 자동차회사들이 전기차를 대량으로 내놓는다고 해서, 그 전기차를 소비자들이 다 사줄 것인지에 대해 앞으로도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겁니다.


즉 테슬라 같은 IT 중심의 접근법을 가진 회사가 아닌 기존 자동차회사들은 테슬라를 따라한다고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전기차를 잘 준비하되, 전기차에 올인한다고 내연기관 등의 기본기를 높이는 일을 소홀히 한다면, 전기차 시대가 완전히 오기 전에 회사가 먼저 사라지는 사태를 겪게 될지도 모릅니다. 전기차는 생각처럼 잘 팔리지 않고, 돈을 벌어주는 내연기관차·하이브리드카에서는 기본기를 꾸준히 갈고닦은 업체들에 밀려 수익이 급감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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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국제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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