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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by 조선일보

주지훈에서 찬열, 장기용까지… ‘K병사’ 총출동한 軍 뮤지컬 난리났네

[아무튼, 주말] 육본은 최대 연예기획사?

군 뮤지컬 인기 핫한 이유


“난 너를 사랑하네/ 이 세상은 너뿐이야/ 소리쳐 부르지만/ 저 대답 없는 노을만 붉게 타는데.”


지난 1일 부산 해운대구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 뮤지컬 ‘블루헬멧: 메이사의 노래’ 공연이 이문세 노래 ‘붉은 노을’과 함께 막을 내리자 1000여 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이 기립 박수를 보냈다. 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춘 두 주연 배우는 현재 군 복무 중인 아이돌 그룹 엑소의 찬열과 배우 장기용. 군인들을 위해 만든 군(軍) 뮤지컬이지만 공연장은 “오빠!”를 외치는 여성 팬들의 외침으로 떠나갈 듯했다.


군 뮤지컬이라고 ‘왠지 재미없지 않을까’ 걱정한다면 오산. 뮤지컬계 대모로 ‘록키호러쇼’와 ‘서편제’를 연출한 이지나와 ‘명성황후’ ‘데스노트’의 김문정 음악 감독이 제작했다. 군 뮤지컬 공연을 전국으로 쫓아다니며 관람하는 ‘군뮤덕’이라는 말까지 등장할 정도. 그 뜨거운 인기 비결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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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한 스타 파워


군 뮤지컬의 가장 큰 장점은 막강한 스타 파워다. 군에 입대한 다양한 인재들을 무대에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지나 연출은 “이번 ‘메이사의 노래’에는 엑소와 장기용 외에도 아이돌 그룹 온앤오프의 효진, 세계 정상급 스트리트 댄서 ‘저스트 절크’ 발레리노, 태권도 선수 등이 출연한다”며 “전국 어딜 가도 이 정도 스타가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캐스팅 비용은 육군 월급. 그러다 보니 공연계에서는 육군이야말로 ‘캐스팅 최강자’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군 뮤지컬은 2008년 육군본부가 건군 60주년을 맞아 장병들에게 고품격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고 국민과 문화 예술로 소통하기 위해 기획했다. 이전까지 군 위문 공연이 운동장 바닥에 앉아 가수들 공연을 손뼉 치며 보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노래와 영상을 합친 종합 예술 차원의 군 뮤지컬이 된 것이다.


첫 작품이 2008년 ‘마인’이다. 비무장지대에서 지뢰 폭발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이종명 중령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1세대 아이돌 그룹 H.O.T의 강타와 배우 양동근이 출연해 화제가 됐다. 당시 육군 이미지 제고와 군인들의 사기 진작에 기여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 PR 대상을 받았고, 기념우표도 나왔다.


두 번째 작품은 2010년 ‘생명의 항해’. 장진호 전투와 흥남 철수 작전이 배경으로, 뮤지컬 배우 김다현이 배우 이준기, 주지훈과 출연해 완성도를 높였다.


세 번째 작품인 ‘더 프로미스’부터는 본격적으로 K팝 스타들이 합류하며 초호화 배우진을 자랑했다. 슈퍼주니어의 이특과 에이트의 이현, 배우 겸 가수 지현우와 배우 김무열, 정태우 등이 대거 출연했다. 내용은 6·25전쟁 당시 낙동강 전투를 모티브로 했다.


팬들과 군인들 사이에서 소문을 타던 군 뮤지컬은 2018년 ‘신흥무관학교’로 뮤지컬 팬들에게까지 인기를 얻는다. 탄탄한 스토리와 서사, 화려한 군무와 중독성 넘치는 스토리로 상업극으로서 경쟁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여기에 배우 강하늘과 지창욱, 온유, 조권, 성규까지 육군만이 가능한 캐스팅 파워를 보여줬다. 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 후보에도 올랐다.


이런 분위기는 다섯 번째 군 뮤지컬인 ‘귀환’으로도 이어졌다. 전사자 유해 발굴이라는 소재를 다룬 이 뮤지컬에 엑소의 시우민과 디오, FT아일랜드의 이홍기, 빅스의 엔, 워너원의 윤지성뿐 아니라 인기 뮤지컬 배우 고은성까지 참여했다. 티켓 오픈 30여 분 만에 전석 매진이라는 등 ‘피케팅(피 튀기는 티케팅)’도 펼쳐졌다. 코로나 기간 온라인으로 진행된 생중계에선 250만명이 관람했다. 육군본부 관계자는 “해외 한류 팬들에게도 긍정적인 군 이미지를 홍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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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무르 소년 라만 역의 엑소 찬열. /하우팜즈

◇BTS도 합류하면 세계 투어도 가능할 것


군 뮤지컬은 배우는 육군 소속만 가능하지만, 제작은 외부 전문가에게 맡긴다. ‘메이사의 노래’의 이지나 연출은 ‘더 프로미스’에 이어 두 번째. ‘신흥무관학교’와 ‘귀환’은 ‘데스노트’ 등 여러 뮤지컬을 성공시킨 김동연 연출가가 맡았다. 1회 ‘마인’은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을 지낸 김덕남 연출, 2회 ‘생명의 항해’는 ‘2020년 올해의 연출가상’을 받은 권호성 연출가의 작품이다. 그야말로 ‘믿고 보는 연출가’들이다.


몸값 높은 연출가들이 굳이 군 뮤지컬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산 공연장에서 만난 이지나 연출은 “내가 지금까지 한 작품 중 가장 재미있다”며 웃었다. “요즘 상업 뮤지컬에는 반드시 넣어야 하는 흥행 요소가 있어요. 유럽 역사 배경에 영어 이름이죠. 그러나 군 뮤지컬은 소재만 군대라는 데 제약이 있을 뿐, 나머지는 모두 자유로워요. 파벌 없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인재들이 창조적으로 만드니 살맛 나지요.”


이지나 연출은 이번 ‘메이사의 노래’를 통해 군 소재의 제약을 한 단계 높였다. 이전 작품들이 6·25전쟁에 얽매여 있었다면, 이번에는 유엔 가입 30주년을 기념해 평화유지군 파병이라는 소재를 다룬 것이다. 배경은 가상 국가 카무르. 내전 중인 카무르에 한국은 평화유지군을 파병하고, 한국군과 우정을 나누었던 카무르 소년이 성장해 K팝 오디션에 참가, 자신을 구해준 한국군 메이사를 찾는 것이다. 이국적 풍경의 대규모 폭격 장면, 여기에 K팝 가수들의 무대까지 볼거리가 넘친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뮤지컬 버전 같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군 뮤지컬이야말로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K뮤지컬”이라는 말도 나온다. K문화의 절정기에 종합 예술인 뮤지컬만 해외 진출이 부진한 까닭이 유럽 역사가 소재의 주류라는 한계로 지적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군 안팎에서는 만약 방탄소년단이 군 입대를 시작하면, 군 뮤지컬로 세계 투어도 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며 “한국 군과 문화의 위상을 동시에 알릴 기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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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률 18대1... 대중문화의 ‘상무팀’


군 뮤지컬에 출연하려면 1차 서류 심사와 2차 대면 오디션을 통과해야 한다. 가장 높았던 경쟁률은 18대 1, 문화 예술 분야에 재능과 경험이 있는 용사들이 우선 선발된다. 군 뮤지컬병(兵)에 뽑히면, 일반 뮤지컬 배우처럼 연습을 한 후 전국을 돌며 공연한다. 원래 가수나 배우들이 연기와 노래의 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대중문화 예술인에게는 병역 특례 제도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뮤지컬병은 체육계의 ‘상무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 군에서 쓰지 못할 때 뮤지컬 병사는 휴대폰을 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특혜 논란이 있었으나, 현재는 많이 사라진 분위기다. 이지나 연출은 “짧은 시간에 혹독하게 연습해 무대에 올라야 하고, 전국을 돌며 공연해야 하는 탓에 많은 지원자가 힘들다며 자대로 복귀하기도 한다”고 했다. 군에서는 무대를 잊고 신체 훈련만 하고 싶어 하는 가수들, 또 일본이나 중국에서 해외 활동이 많은 연예인은 소재의 민감성 때문에 뮤지컬병을 고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군 뮤지컬은 20대 대중문화 예술인들의 활동 영역을 넓혀 주는 ‘사관학교’ 역할을 톡톡히 한다. 특히 아이돌 가수가 그룹 활동을 마친 뒤 연기나 뮤지컬 배우 등으로 개인 활동을 이어가는 가교 역할을 한다. 엑소의 시우민이 대표적. 온앤오프의 효진도 제대 후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


관객들 반응도 긍정적이다. 부산 공연에서 만난 한 육군 병사는 “뮤지컬을 보고 나니 나도 파병을 가서 국위를 드높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팬들은 더욱 열광적이다. 이날 엑소 팬들은 커튼콜 촬영이 된다는 소식에 커다란 대포 카메라를 들고 공연장을 찾았다. 장기용 팬클럽은 공연장 1층 카페 커피 스미스를 장기용 사진으로 장식해 놨다. 한 팬은 “드라마 보고 팬이 됐는데, 바로 입대해 아쉬웠다”며 “이렇게라도 노래하고 연기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부산=이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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