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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by 조선일보

영화보다 스타트업 투자… ‘테크 셀레스터’ 돈바람

지난 23일(현지시각) 미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가 개최한 온라인 콘퍼런스 ‘디스럽트 2021′에 영화 ‘데드풀’로 유명한 미국 배우 라이언 레이널즈가 등장했다. 그는 이날 ‘데드풀과 거리가 먼’이라는 주제로 자신의 마케팅 철학과 기업 성장 비결을 30분간 이야기했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나 TV 프로그램에서 보였던 익살스러운 모습도 없었다. 레이널즈는 현재 저가 통신 네트워크 회사인 민트모바일을 소유하고 있다. 그는 “내 역할은 홍보 대사가 아니라, (기업인으로서) 모든 직원과 함께 회사라는 배를 잘 조종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스타트업을 직접 운영하거나 투자에 적극 나서는 테크 셀레스터(테크 투자자와 셀레브리티의 합성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와 스포츠 산업에서 번 돈으로 벤처캐피털을 세우고 첨단 테크 기업에 투자해 이득을 남긴다. 웬만한 벤처캐피털 못지않은 수익률을 자랑하는 스타도 있다.

◇키운 회사 매각하고 상장하는 스타들

라이언 레이널즈는 테크 업계에서 ‘마케팅 천재’로 꼽힌다. 그는 2018년 ‘맥시멈 에포트 프로덕션’이라는 광고 마케팅 회사를 설립했다. 자신이 대주주인 주류 브랜드 ‘에비에이션 진’과 통신 네트워크 ‘민트모바일’, 영화 ‘데드풀’ 관련 영상을 만들었다. 만드는 영상마다 인터넷에서 큰 화제가 됐다. 레이널즈는 “내 마케팅 철학은 사람들을 재미있고 스마트하고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한데 모으는 것”이라고 했다.


레이널즈의 맥시멈 에포트는 지난 6월 광고 소프트웨어 회사 마운틴(MNTN)에 인수됐다. 매각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라이언 레이널즈는 최소 수백억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주류 회사 에비에이션 진을 6억1000만달러(약 7200억원)에 매각한 데 이어 두 번째 기업 매각에 성공한 것이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스타는 또 있다. 영화 ‘판타스틱4′에 출연한 제시카 알바는 지난 5월 자신이 설립한 친환경 유아 및 가정용품 업체 ‘어네스트 컴퍼니’를 나스닥에 상장해 1억달러(약 1200억원)를 벌었다. 제시카 알바는 “아기가 유아용 세탁 세제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자 직접 친환경 기저귀와 물티슈 등을 만드는 업체를 차렸다”고 했다. 작년 이 회사 매출은 3억1000만달러(약 3600억원)에 이른다. 지난 8월엔 영화 ‘금발이 너무해’로 유명한 배우 리스 위더스푼의 미디어 기업 ‘헬로 선샤인’이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에 매각됐다. 매각 과정에서 헬로 선샤인은 9억달러(약 1조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미지도 좋아지고 수익도 쏠쏠

기존 할리우드 스타들은 영화 출연 등으로 번 돈을 부동산 투자로 불리는 것을 ‘정석’으로 여겼다. 자신의 이미지를 활용해 의류나 패션 브랜드를 창업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스타트업 생태계가 커지고 테크 스타트업들이 각광받으면서 벤처 투자가 스타들의 투자 선택지로 급부상했다. 직접 스타트업을 운영하거나 투자하면서 ‘기술과 트렌드에 앞서가는 인물’이란 이미지까지 덤으로 얻는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전기 영화에 출연한 에슈턴 커처가 대표적이다. 커처는 A그레이드 인베스트먼츠와 사운드 벤처스라는 2개의 벤처캐피털(VC)을 공동 설립한 실리콘밸리 대표 테크 셀레스터다. 우버, 에어비앤비, 음악 스트리밍 스포티파이 등에 초기 투자해 6년 만에 3000만달러(약 350억원) 규모 펀드를 2억5000만달러(약 3000억원)로 키웠다. 배우 윌 스미스도 2018년 드리머스 벤처캐피털을 설립하고 음성채팅 서비스 클럽하우스 등 유망 스타트업 60여곳에 투자했다.


수퍼 스타들의 투자가 모두 ‘대박’이 되는 건 아니다. 킴 카다시안은 2010년 핀테크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좌절감을 맛봤다. 선불 직불카드 사업을 시작했지만, 높은 수수료와 월 사용료로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배우 내털리 포트먼도 비건(채식주의) 신발 브랜드를 출시했지만 너무 비싸다는 평가를 들으며 1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지난 2월 CNN은 미 증시 스팩 상장 열풍을 소개하며 “농구 스타 샤킬 오닐, 미식축구 스타 콜린 캐퍼닉 등이 SPAC(기업인수목적회사)에 뛰어들고 있다”며 “팬들은 스타나 선수로서 그를 사랑할 순 있지만 스팩을 이해하는 것과 혼동하면 안 된다. 이는 전형적인 버블 사례”라고 꼬집었다.


실리콘밸리=김성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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