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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by 조선일보

영탁·이찬원·정동원·신인선 노래 만든 작곡가..."트로트로 빌보드 가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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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탁의 ‘찐이야’, 이찬원 ‘시절인연’, 김호중의 ‘나보다 더 사랑해요’, 정동원 ‘효도합시다’, 조항조의 ‘고맙소’…. 가수는 달라도 이들 이름은 공통된다. 트로트계에서 가장 ‘핫’하고 젊은 작사작곡 그룹인 알고보니 혼수상태(김경범·35·이하 ‘혼’)와 김지환(32·이하 ‘김’)이 선보인 노래들이다. 언뜻 ‘어려’ 보이지만, 경력은 선배들 못지않다. 2006년 데뷔한 알고보니 혼수상태는 드라마 OST곡만 500여곡 이상 보유하며 ‘최다 OST’ 작곡가로 이름 날렸고, 김지환은 19세 때 작곡한 ‘샤방샤방’(박현빈)이 벅스뮤지션 발굴대회서 수상하면서 ‘최연소 트로트 작곡가’로 명성을 누렸다.


2014년 말 프로듀싱팀 ‘플레이사운드’를 결성한 이들은 4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수많은 트로트곡을 쏟아내고 있다. 송대관에서부터 홍진영, 신유, 송가인, 노지훈, 영기 등의 앨범을 선보이며 ‘젊은’ 트로트 시대를 주도한 주인공이다. 특히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 결승전 작곡가 미션으로 선보인 ‘찐이야’가 말 그대로 ‘찐대박’을 치면서 각종 방송에서 ‘심사위원’ 등으로 섭외 문의가 줄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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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선 '신선해' 뮤직비디오

최근 미스터트롯 출신 가수 신인선이 내놓은 신곡 ‘신선해’를 작업한 자리에서 만난 이들은 “트로트로 미국 빌보드차트 정복하는 게 목표”라면서 웃었다. “에어로빅복을 입은 인선씨를 미스터트롯 방송으로 보면서 절실함과 정신력이 ‘탈지구권이다’ 싶었지요. 트로트에서 쓰지 않던 리듬을 총동원해서 신인선만이 소화해낼 수 있는 곡을 만들고 싶었어요.”(혼) “형이 박수치며 ‘신선해’를 반복하는 데 정말 이름처럼 혼수상태에 빠져드는 줄 알았다니까요. 하하”(김) 중독성 있는 가사와 물개박수, 현란한 복장으로 혼을 빼놓는 신인선의 ‘신선해’는 “굉장하다” “중독성있다” 는 등의 해외 팬들 댓글이 줄을 잇는다. 신인선은 “외계인도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라는 말씀에 ‘갈데까지 가보자’ 했다”면서 “트로트 동료 선후배들이 ‘들어보지 못한 신선한 곡 진행’이라며 박수쳐주는 모습에 뮤직비디오 2탄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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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작곡가는 부모님 맞벌이로 둘아 조부모 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적 있다. ‘가요무대’ ‘전국노래자랑’을 동요처럼 들었다는 둘은 “트로트 조기교육을 받았다”고 입을 모은다. “트로트 붐이 일면서 저희도 자연스레 알려졌는데, 사실 지난 4년간 ‘작품 수에 비해 성과 안 나온다’는 눈초리에 스트레스받은 적도 많거든요. 그럼에도 트로트의 힘을 믿었어요. 그 사람 가슴 속에 있다 나온 듯한 느낌이 드는 건 트로트가 제격이거든요. 히트곡은 하늘이 주는 선물이고요.”(혼·김) 트로트만큼 시대상을 반영하는 장르도 없을 거라 말한다. “예전 나훈아 선생님 말씀에, 성인가요는 그 시대의 속도를 반영한다 하셨대요. 현대사회가 점점 빨라지잖아요. 음악 역시 속도가 빨라져요. 가사 역시 예전엔 꽃에 빗대 말하거나 시적인 표현으로 에둘러 썼는데, 이젠 직설적으로 할 말은 하지요. 유행어도 바로바로 반영하고요. 그녀, 그 대신 ‘당신’ 등 성별 구분없이, 어느 나이라도 부를 수 있게 만들지요.”


‘미스터트롯’은 이들에게도 ‘빛’같은 프로그램이다. “임영웅씨도 4년전쯤인가 자연스럽게 인사했는데, 저렇게 노래 잘하는 친구가 왜 수면 위로 못 나올까. 대단한 보컬인데 덜 알려진 게 굉장히 안타깝더라고요. 영탁 형님도 사석에서 뵐 때 정말 능력넘치고 좋은 분이라고 생각해 왔고, 인선이도 미스터 싱싱으로 활동하면서 이렇게 잘하는 데 어떻게 보면 묻혀있었던 것이잖아요. 신인때 봤던 가수들이 무대 하나 제대로 서고 싶다는 바람을 TV조선이 정말 멋들어진 프로그램으로 빛나게 해주셨어요. 원석을 잘다듬어 최고의 보석으로 만들어놓아주셨지요. 미스터트롯이 있었기 때문에 저희도 좋은 인연으로 멋진 가수들과 작업할 수 있었어요.”


클래식 피아노를 배운 알고보니 혼수상태는 가수 조성모에게 곡을 주고 싶어 13살 때부터 노래를 만들었다. 팀에서 ‘감수성’과 ‘애절함’을 담당한다 말한다. 재즈 피아노를 배운 김지환은 ‘흥’과 ‘트렌드’를 맡는다. 둘이 작가, 작곡, 편곡까지 해낸다. 아이돌 앨범에 주로 붙던 ‘Prod.(프로듀싱)’을 트로트 앨범에 처음 도입했다. 스타일이 워낙 달라 서로에게 배움이 된다. 노래를 만든 뒤 가수에게 보내는 방식이 아닌, 가수와 처음부터 상의하고 스타일에 맞는 ‘쌍방향 작사작곡’의 길을 열었다 말한다. 김호중의 ‘나보다 더 사랑해요’는 팬카페에서 “가족보다 호중이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고 “노래로 완성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단다. 이야기를 듣던 신인선은 “면담하면서 가수 이미지까지 만들어주는 걸 보면서 작사작곡가를 넘어 ‘음반 스타일리스트’같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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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원과의 인연도 그들이 먼저 손을 내밀며 시작됐다. “‘영재발굴단’ 프로그램에서 동원이란 아이가 아픈 할아버지를 위해 노래를 부르는데 그 곡이 저희가 만든 홍진영씨의 ‘눈물비’였거든요. 마음으로 부르는 모습에 둘이 붙잡고 펑펑 울었어요. 궁금해서 방송국에 연락해 동원이를 만나게 됐는데, 그 작은 아이가 하동의 명물이라며 땅콩새싹즙을 사들고 녹음실을 찾아온 거에요. 또 한 번 울었지요. 홍진영씨도 재능기부로 편곡을 도와줬어요.”(혼) “동원이가 ‘샤방샤방’이란 노래를 정말 좋아하는 데 작곡가 선생님 만나게 됐다며 행복해하는데 그 천진한 얼굴을 잊을 수가 없어요. ‘효도합시다’라는 앨범을 선사하게 됐지요. 미스터트롯을 통해 국민 손자로 거듭나는 모습이 드라마같았어요.”(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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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이야’ 작곡 당시엔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톱 7 작곡가로 선정된 것만 해도 설레 잠을 못 이뤘다. “가짜가 판치는 세상에 넌더리가 나서 ‘찐’이란 유행어를 짚어내게 됐는데요. 영탁 형이 작곡을 해서 그런지 입에 딱 붙게 표현할 부분을 딱 짚어내더라고요. 예시곡에선 ‘찐이야~’라는 평범한 어투였는데 영탁 형이 ‘쮠쮠쮠쮠 쮜인이야~’로 찰지게 바꿔 놓으시는데, 입이 절로 벌어지더군요. 두번 만에 녹음 끝났잖아요.”(김) “작가님한테 저희 노래를 ‘영탁씨가 선택했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핸드폰 떨어뜨렸잖아요. 어울릴 것 같다는 얘길 입버릇처럼 했는데…. 영탁 형은 정말 똑똑한 보컬이라 생각해요. 좋은 가수, 시청률 36%라는 최고의 쇼케이스 무대, 트렌디한 노래 등 3박자가 딱 맞아떨어진 작품이지요.”(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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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꼰대인턴’의 OST인 ‘시절인연(時節因緣)’은 이찬원을 만나 더욱 풍성해졌다 말했다. “모든 인연은 오고 감에 때가 있다는 불가(佛家)용어에요. 실은 트로트곡을 4년 넘게 만들며 힘들었던 시절을 극복하기 위해 저희에게 쓴 편지 같은 노래인데요, 이 노래를 듣더니 찬원씨 어머니가 펑펑 우셨다는 거에요. 코로나로 아들을 만나지 못하고, 또 이렇게 국민적인 가수가 되어 자신의 품을 떠나게 되는 순간이 오는 걸 느끼면서요. 찬원씨가 그 이야기를 하면서 “이 노래 잘 불러보고 싶다”면서 녹음을 마치고도 다시 녹음해보고 싶다고 찾아오더군요. 이찬원씨 열정에 감탄했어요.”(혼·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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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기다리며 만든 곡만 900여곡 가까이 된단다. 부(富)를 일궜을 것 같은데 손사래다. 목사 아버지를 둔 김지환은 대전서 보육원을 운영하는 어머니에게 저작권료를 거의 다 드리고 있고, 알고보니 혼수상태 역시 음악 기부 봉사 활동을 한다. 불우한 아이에게 음악을 가르쳐주는 재단을 만드는 게 꿈이란다. “목표가 있다면 BTS와, 또 현재 ‘빌보드 프로젝트’ 중인 펭수와 꼭 작업해보고 싶어요. 빌보드 차트에서 트로트가 펄떡펄떡 튀어오를 때가 꼭 올거라 생각합니다!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잖아요! 하하.”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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