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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by 조선일보

암흑 속 뺨을 스치는 머리카락… 라이브로 만나는 좀비들

여름철 공포 뮤지컬·연극 인기… 이블 데드·록키 호러쇼 등 '섬뜩'

맨 앞줄은 귀신 만나는 '강심장석'


"악!" 비명이 터진다. 팔다리에 돋는 소름, 쿵쾅쿵쾅 내달리는 심장, 등줄기로 흘러내리는 식은땀…. 여름은 공포물이 어울리는 계절. 화려한 특수효과와 신나는 음악을 다 갖춘 공포 뮤지컬과 연극도 제철을 만났다. 꽁꽁 얼릴 듯 긴장시키다 한순간 웃음 폭탄을 터뜨리며 관객을 쥐락펴락한다. 막다른 골목에서 귀신이나 좀비와 마주친 듯 생생한 현장감은 라이브 무대만의 강점이다.


대학로 유니플렉스 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이블 데드'는 올여름 공포 공연 중 단연 눈에 띈다. 관객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춘 데다 이야기의 완성도도 탄탄한 수작. 깊은 숲속 외딴 오두막에 놀러 간 친구 다섯 명이 창고에서 발견한 낡은 녹음기를 켜는데, 악령을 깨우리라는 섬뜩한 경고와 함께 고대 흑마술 주문이 흘러나온다. 친구들은 한 명씩 좀비로 변하고, 주인공은 인간으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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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이블 데드’ 공연 중, 좀비에게 물린 손을 잘라내고 전기톱을 끼운 주인공 스캇(가운데)이 좀비들과 뒤섞여 춤추는 장면. 경쾌한 로큰롤 음악, 좀비와 인간이 뒤엉키는 군무, 욕설과 익살이 혼합된 B급 유머가 매력 포인트다. /쇼보트

강렬한 로큰롤 음악, 좀비와 인간이 뒤엉키는 군무는 이 공포 뮤지컬의 매력 포인트. 샘 레이미 감독의 1981년 작 컬트 호러 영화 '이블 데드'가 원작으로, 저예산 공포영화 특유의 B급 유머가 펄떡이는 생고등어 비린내처럼 살아 있다. 소심한 소녀 같던 여자가 좀비로 변한 뒤 육두문자 욕설을 쏟아내고, 좀비에 물린 손을 잘라내면 저 혼자 좀비가 된 듯 무대를 헤집고 다닌다. 이 뮤지컬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무대 바로 앞 스플래터석에 앉는 것. 비닐 우의 같은 보호복으로 온몸을 감싸면 좀비로 분장한 배우들이 무대 아래로 내려와 관객을 피범벅으로 만든다. 좀비가 득시글대는 스산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극장 안은 한기가 느껴질 만큼 춥다. 공연은 이달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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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록키호러쇼’의 양성(兩性) 외계인 프랑켄퍼터(송용진). /알앤디웍스

공포 공연의 완성도로는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록키 호러 쇼'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영화 '록키 호러 픽처 쇼'(1975)의 원작이 된 뮤지컬이다. 1973년 영국 런던의 60석 소극장에서 시작해 할리우드 영화와 브로드웨이 대극장 뮤지컬로 성장한 전설적 작품. 도덕관념이 없는 양성(兩性) 외계인 프랑켄퍼터의 성(城)에 갓 결혼식을 마친 순진한 커플이 우연히 들어가 난생처음 보는 기괴하고 우스꽝스러운 난장판 속으로 끌려든다. 태생부터 무대와 객석 구분 없이 함께 춤추고 즐기는 컬트 공연이다. 무대에 비가 오면 객석에도 비가 내리고, 관객은 다 같이 일어나 '타임워프 댄스'를 추며 목청껏 노래를 따라 부른다. 공연 중 배우의 신호에 따라 전자총과 블로워 등 소품도 맘껏 쓸 수 있다. SF, 판타지, 호러, 코미디, 퀴어, 색정극이 뒤섞인 개성 넘치는 작품이라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린다. 공연은 10월 21일까지.


대학로 소극장에도 공포 연극이 풍년이다. 라이프 시어터에서 오픈런(무기한) 공연 중인 '두 여자'는 꾸준히 소문을 타면서 올해 8년째 무대에 오르는 대학로 공포 연극 터줏대감. 놀이공원 '귀신의 집'을 소극장 안으로 옮긴 듯해 더 무섭다. 부모와 딸이 사는 평범하고 행복한 집, 엄마의 쌍둥이 언니와 과거에 얽힌 비밀이 살인사건을 계기로 가족을 옥죄어 온다. 깜짝 놀라 비명 지르는 재미가 큰 연극. 극 중 암전(暗轉)으로 조명이 꺼질 때마다 관객은 뺨이나 다리를 스치는 귀신 머리카락과 핏방울(물방울 분무), 조명·음향과 함께 갑자기 나타나는 귀신에 놀라 비명을 지르고, 자기 비명 소리가 우스워 웃음을 터뜨린다. 마지막 클라이맥스에 강력한 한 방이 있다.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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