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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 꽃벵이 징그럽다고? 박스 하나에 10만원이 꿈틀”

조선일보

나만수(50)·정성희(47) 부부가 11월 26일 전북 장수군 백만돌이농원에서 꽃벵이를 수확하고 있다./ 최상현 기자

"굼벵이를 키우고야 알았습니다. 장수군 하늘이 이렇게 아름답다는 사실을요. 예전엔 하늘만 보면 ‘태풍이 와서 사과가 떨어지면 어쩌나’ ‘가물어서 씨알이 덜 여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태산이었어요."


11월 26일 전라북도 장수군 천천면의 굼벵이 농가, 백만돌이농업법인에서 만난 나만수(50)·정성희(여·47) 공동대표는 곤충 사육의 최대 장점으로 안정성과 수익성을 꼽았다. 남이야 징그럽다며 손사래를 치건 말건, 부부는 패널로 지어 튼튼한 농장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무럭무럭 자라는 흰점박이꽃무지(꽃벵이) 10만 마리가 그저 사랑스럽기만 하다.


부부는 2012년 태풍 ‘볼라벤’으로 한 해 사과농사를 망친 뒤 처음 꽃벵이 사육을 시작했다. 2014년 식약처가 꽃벵이 등을 정식 식용곤충으로 지정하며 사업에 물꼬가 트이자 2016년에는 아예 사과농사를 완전히 접고 꽃벵이 사육으로 전업했다. 날씨나 기후 등 환경적 영향을 많이 받고, 전국적인 작황에 따라 시세가 널뛰는 노지 농사보다 꽃벵이 사육이 안정적일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나만수 대표는 "예전에는 ‘미쳤냐’며 말리던 주변 사람이 요즘엔 ‘꽃벵이 키우는 법 좀 알려달라’고 성화다"라며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800㎡ 남짓한 사육장에서 1년에 1억8000만원의 수익이 난다. 꽃벵이는 45일에서 60일이면 상품 가치가 있을 정도로 다 자라는데, 1마리당 가격이 300원꼴이다. 300~400마리씩 사육하는 리빙박스 1개를 수확할 때마다 현금 10만원을 손에 쥐는 셈이다. 현재 전북 지역에 있는 곤충 농가 165곳 중 121곳이 꽃벵이를 사육하고 있다.


꽃벵이가 이렇게 비싼 값에 팔리는 이유는 바로 약효 때문이다.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 간(肝) 기능을 돕는 아미노산이 풍부해 주로 약재나 건강보조식품으로 소비된다. 아무리 몸에 좋아도 생 꽃벵이를 씹어 먹기는 어렵기 때문에, 건조·분쇄 과정을 거쳐 환이나 과립 형태로 가공해 유통한다. 당귀나 감초 등을 첨가한 ‘꽃벵이차’도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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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6일 전북 장수군 백만돌이농업법인에서 수확된 꽃벵이. 절식·건조·분쇄 공정을 거쳐 환이나 과립 등 상품으로 가공된다./ 최상현 기자

정성희 대표는 꽃벵이 사육의 핵심 포인트로 ‘먹이’와 ‘온습도’를 꼽았다. 곤충 특유의 생존력 덕분에 병충해 등 걱정은 덜하지만, 꽃벵이를 찾는 목적인 효능을 높이기 위해 철저한 품질 관리가 필수다. 정 대표는 "직접 공수한 참나무톱밥을 유산균으로 발효해 먹이로 주고 있다"며 "알을 거둬들이는 종충에게는 장수군 특산품인 사과를 먹이기도 한다"고 했다. 사육장 내 온도는 25℃, 습도는 65%를 연중 유지한다.


농가 방문에 동행한 김은선 농촌진흥청 곤충산업과 연구사는 "보통 꽃벵이 먹이로 저렴하고 편리한 버섯 배지를 선호하는데, 관리가 안된 버섯 폐배지는 질병 감염 등 우려가 있기도 하다"며 "그런 면에서 이곳 농가는 ‘꽃벵이 사육의 정석’을 지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애초에 식용이 아닌 굼벵이나 저급한 먹이로 기른 꽃벵이는 악취가 심하다고 한다.


철저한 품질 관리 덕분에 재구매율이 높다. 정 대표는 "‘꽃벵이 덕분에 간경화가 나았다’ ‘술이 술술 들어가더라’며 다시 찾는 단골이 많다"며 "그런 구매평을 들을 때마다 확실한 보람도 느낀다"고 했다.


다만 ‘곤충을 먹는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 탓에 여전히 판로 확대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블로그나 홈페이지 등 다방면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신규 고객 상당수는 기존 고객의 추천을 통해 유치된다. 수요 증가가 더디다 보니 생산 규모를 확대하고 싶어도 여의치 않다.


나 대표는 "결국 전문 유통기업과 연계한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이 돌파구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다만 B2B 사업에 요구되는 물량을 맞추려면 여러 농가가 협업해야 하는데, 농가마다 꽃벵이 사육 및 가공 방식이 제각기 달라 품질 안정성 문제가 계속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나 대표는 "추후 꽃벵이 가공 공장을 세워 생산 방식을 통일하고 가공 공정도 일원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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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방혜선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곤충산업과장

"곤충은 완전식품…생존력 강해 사육도 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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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혜선 농촌진흥청 곤충산업과장이 11월 26일 전북 완주군 집무실에서 고소애 쿠키와 에너지바를 들어 보이고 있다./ 최상현 기자

"얼마 전 미국 워싱턴 D.C.에서 월드뱅크 관계자에게 한국의 곤충사육 기술을 발표했더니 ‘혁명적(revolutionary)’이라는 감탄사가 튀어나왔습니다."


방혜선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곤충산업과장이 미국 출장 뒷얘기를 전하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방 과장은 전국 2318개 곤충 농가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11월 26일 전북 완주에 있는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에서 방 과장을 만나 한국 식용곤충 산업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들었다.


인터뷰 도중 방 과장의 집무실에 식용곤충 사육을 희망하는 제주도 농민 십여 명이 찾아왔다. 방 과장은 "곤충 농가가 수익성이나 안정성 면에서 일반농가보다 월등하다는 사실이 퍼지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상담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했다.


식용곤충 산업이 유망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곤충은 기본적으로 다른 동물에 비해 ‘연비’가 월등하다. 소는 단백질 1㎏을 생산하기 위해 곡물 25㎏을 먹는다. 곤충은 2㎏이면 충분하다. 영양학적으로도 곤충은 완전식품이다. 식용곤충에는 풍부한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에 더해 다양한 항생물질까지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사육 농가 입장에서도 굉장한 고부가가치 사업이 된다. 생존력이 강해서 농작물보다 키우기가 수월하고, 330㎡(약 100평) 사육장에서 연간 수t을 출하할 수 있을 정도로 생산성도 뛰어나다. 월드뱅크에서 아프리카의 빈곤 문제를 해결할 키포인트로 식용곤충을 주목하는 것이 이런 이유에서다."


식용곤충이라고 하면 보통 ‘괴식’이라는 인식이 있지 않나.


"그렇다. 농진청은 식용곤충에 대한 혐오감을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고소애(갈색거저리)를 중심으로 소비자 기호에 맞춰 쿠키, 소면, 순대, 셰이크 등 다양한 식품화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교육부와 협의를 통해 정규 교육과정에 곤충식품과 관련된 내용을 편성할 계획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곤충도 식품의 한 갈래’라고 가르친다면 인식 개선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곤충 산업의 미래 전망은 어떤가.


"식용곤충은 곡물의 역할도, 고기의 역할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팔방미인’이다. 가루 형태로 분쇄한 식용곤충은 밀이나 쌀가루처럼 쓸 수 있다. 반면 영양성분 측면에서 단백질이 50% 이상으로 고기를 완벽하게 대체한다. 밀가루 대신 쿠키에 넣어도, 돼지고기 대신 미트볼에 넣어도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사료용 곤충’도 돈 되는 산업이다. ‘동애등에’라는 파리과 곤충이 중심인데, 음식물쓰레기를 먹고 유기농 비료와 동물 사료를 생산한다. 애견 사료로 가공해 해외에 수출하는 청년 창업자도 있다. 과거에는 곤충 산업의 중심이 잠사·양봉이었지만, 앞으로는 식용곤충이 주가 될 것으로 본다. 2018년 기준 국내 식용·사료 곤충 시장은 3600억원 규모다. 전 세계적으로는 2025년까지 13억3600만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 방혜선

경북대 졸, 서울대 곤충생태학 박사, 국무조정실 평가담당관, 농촌진흥청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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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전북)=최상현 이코노미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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