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사는 없어요”… 혼자 사진 찍는 셀프 사진관 뜬다
사진사 없이 모니터 보며 직접 찍는 사진관
인증 넘어 놀이가 된 사진…색다른 경험 찾는 셀프족에게 인기
사진사 대신 카메라에 연결된 리모콘을 이용해 직접 사진을 찍는 셀프 사진관이 뜨고 있다./포토매틱 |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한 사진관, 1960년대 유럽의 현상소를 연상시키는 복고풍 인테리어를 빼면 여느 사진관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이곳이 특별한 콘셉트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바로 사진사 없이 직접 찍는 셀프 사진관이라는 것.
지난 6월 가로수길에 첫선을 보인 셀프 사진관은 배우, 모델 등 유명인들이 즐겨 찾는 사진관으로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하루 10팀씩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주말에는 한 달 전에 예약을 해야 할 만큼 손님이 몰린다. 비슷한 콘셉트의 셀프 사진관도 전국적으로 속속 개설되는 추세다.
사진사 없이 사진을 찍는 방법은 간단하다. 카메라 앞에서 자세를 잡고, 모니터를 보며 리모컨 스위치를 눌러 촬영하면 끝. 촬영시간은 15분, 리터칭과 인화는 30분 정도 소요된다. 가격은 업체마다 다르지만, 보통 2인 기준으로 2장에 7만원 선. 스마트폰 사진 앱으로 멋진 사진을 수십·수백 장 찍을 수 있는 시대임을 감안하면 결코 싼 가격이 아닌데, 왜 이곳에 사람이 몰리는 걸까?
사용자들은 색다른 경험을 이유로 꼽는다. 대학생 박민아 씨(24)는 "잡지 모델처럼 포즈를 잡고 놀면서 친구들과 추억을 남겼다. 우리끼리 찍어서인지 재미있는 표정이 많이 나와 사진을 고르기 어려웠다. 흑백사진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직접 사진을 찍는 게 번거롭지는 않을까? 프로필 사진을 찍었다는 이도윤 씨(30)는 "혼자 여행을 할 때면 무선 촬영 기능이 있는 삼각대를 들고 가 사진을 찍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방식이 편했다"라고 했다.
숭의초등학교 학생들의 우정사진, 아이들도 쉽게 셀프 사진을 찍을 수 있다./포토매틱 |
사진관만 가면 얼굴이 굳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하다. 홍승현 포토매틱 대표(36) 역시 사진 찍히는 게 싫어 셀프 사진관을 열었다. "사진작가지만 정작 사진 찍히는 걸 싫어해, 증명사진도 혼자 찍을 정도였다. 그러다 혼자 찍을 수 있는 사진관을 열게 됐다."
홍 대표는 "사진사 앞에서 잔뜩 경직돼 있다가도, 혼자 사진을 찍으면 대부분 표정이 밝아지고 자세가 과감해진다. 그래서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아무래도 나의 가장 멋진 모습은 처음 본 사진사보다는 본인이 가장 잘 알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사진관에서 마주한 사진들은 하나 같이 유쾌하고 인간미가 넘쳤다. 어떤 사진은 리모컨 스위치를 누르는 모습까지 고스란히 담겼는데, 거슬리기보다 오히려 자연스러움을 더했다. 셀프 사진관을 찾는 이들은 가족, 연인, 친구부터 만삭의 모습을 기념하는 임산부까지 다양하다. 홍 대표는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혼자 찍을 수 있는 포토부스를 곳곳에 설치하고 있다. 조만간 뷰티 콘셉트의 셀프 사진관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손쉽게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에도 사람들은 특별한 사진을 찾는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흑백 사진을 찍어주는 ‘연희동 사진관’, 개성 있는 증명사진을 찍어주는 논현동의 ‘시현하다’는 한 달 넘게 기다려야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디지털 카메라의 출현으로 사라지는 듯했던 필름 카메라와 일회용 카메라도 소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사진 찍는 것이 하나의 놀이 문화가 됐기 때문이다.
SNS의 활성화로 프로필 사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도 셀프 사진관과 같은 이색 사진관이 뜨는 이유다. 이정민 트렌드랩506 대표는 "요즘엔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만 해도 심사숙고해서 올리고 자주 바꾸는 추세다. 사진 쓸 일이 많아진 만큼,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 공을 들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