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침팬지도 나이 들면 우정이 깊어진다
무리에서 다툼 멀리하고 원만한 관계 유지
침팬지도 나이가 들면 사람처럼 가까운 친구들과 더 자주 어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집단에서 젊은 침팬지와 달리 다툼을 멀리하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터프츠대의 인류학자인 자린 마찬다 교수와 미시건대의 심리학자인 알렉산드라 로사티 교수 연구진은 22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20년 동안 우간다의 침팬지 집단을 관찰한 결과 침팬지 수컷들은 나이가 들면 소수의 친구와 가깝게 지내며 동료에 대한 태도도 더 유순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소수 친구들에게 쌍방향 털 고르기 늘어
사람은 젊을 때 가능한 많은 친구를 사귀려고 하지만, 나이가 들면 좋은 친구 몇 명과 오래도록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사회감성적 선택이론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소수의 친구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낫다고 인식한다고 설명한다.
터프츠대 연구진은 침팬지가 죽음을 인식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사람처럼 나이가 들수록 사회 관계가 좁아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우간다의 키베일 국립공원에서 20년 간 거의 매일 침팬지 무리를 관찰했다. 수컷을 연구한 것은 같은 수컷들과 무리 지어 다니길 좋아하기 때문에 교우 관계를 분석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암컷은 가족에 집중한다.
연구진은 15~58세에 이르는 침팬지 수컷 21마리를 7만8000여 시간 동안 관찰했다. 서로 가까이 있으면 친구로 보고, 털 고르기를 통해 이 친구 관계가 쌍방향인지 아니면 일방적인지 판단했다.
분석 결과 침팬지 수컷들은 나이가 들면 쌍방향 교우 관계가 더 발달했다. 또한 친구가 아닌 동료도 털 고르기를 자주 해주는 등 무리 전체에 대해 보다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반면 공격 횟수는 감소했다.
연구진은 다른 영장류에서는 침팬지와 같은 행동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원숭이는 나이가 들면 사회 관계를 단절하거나 보다 공격적인 성향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긍정적 태도가 자손 번식에 유리할 수도
침팬지가 나이가 들면 왜 소수의 친구에 집중하고 공격성이 줄어드는지 아직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과학자들은 나이가 들면 감정이 보다 안정적인 상태가 되거나 친구들이 죽으면서 자연 소수의 친구만 남았는지도 모른다고 본다.
연구진은 무리에서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면 수컷이 짝짓기를 하고 자손을 퍼뜨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추후 연구에서 긍정적 태도를 가진 수컷이 자손을 더 낳는지 분석할 계획이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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