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알코올 향기에 힘이 솟는 딱정벌레 로봇
[사이언스샷]
메탄올 연소시켜 다리 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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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TV 애니메이션에 나온 꼬마자동차 붕붕이는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났다. 딱정벌레를 모방한 꼬마 로봇은 알코올 냄새만 맡으면 언덕도 문제없이 올라간다.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대의 네스토르 페레스-아란치비아 교수 연구진은 19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알코올의 일종인 메탄올로 작동하는 초소형 로봇 딱정벌레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몸무게 2.6배까지 들 수 있어
연구진은 이 로봇에 로봇과 딱정벌레를 뜻하는 영어 단어 비틀을 합쳐 ‘로비틀(RoBeetle)’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무게는 88밀리그램(㎎, 1㎎은 1000분의 1g)이며, 몸통에 연료인 메탄올을 95㎎ 싣는다.
로비틀은 네 다리로 이동하며 몸무게의 2.6배까지 옮길 수 있다. 연료를 가득 채운 무게로 따지면 1.3배까지 들 수 있다.
로봇은 메탄올의 화학 반응으로 네 다리를 움직여 이동한다. 다리는 니켈과 티타늄 합금으로 된 전극이다. 표면은 메탄올 연소를 촉진하는 촉매인 백금 가루도 덮여 있다.
몸통에서 메탄올 증기가 나오면 다리에서 산화되면서 열을 발생한다. 이러면 전극이 팽창한다. 산화 반응이 끝나면 다시 온도가 내려가면서 다리가 수축한다. 이와 같은 팽창과 수축이 반복되면서 다리가 움직인다.
◇마이크로로봇 자율이동에 이정표 될 듯
지금까지 개발된 초소형 로봇들은 대부분 배터리로 작동하거나 전선으로 전력을 공급받았다. 그러다 보니 로봇 무게가 늘어나고 이동에도 큰 제한이 있었다.
메탄올은 다른 물질을 녹이는 용매나 부동액으로 쓰인다.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10배나 높다. 그만큼 같은 무게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낼 수 있다.
이번 로봇 딱정벌레는 한 번 메탄올을 채우면 2시간 동안 작동했다. 실험에서 로봇은 풀밭이나 침낭 패드, 콘크리트 인도 등 다양한 형태의 길을 이동했다.
MIT의 슈광 리 교수와 하버드대의 라이언 트루비 교수는 이날 같이 발표된 논평 논문에서 “초소형 로봇에 화학연료를 저장하거나 작동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로봇공학의 엄청난 이정표”라고 이번 연구를 평가했다.
하지만 이들은 로봇이 같은 크기의 다른 로봇에 비해 속도가 느리고 직진 운동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앞으로 어떻게 연료를 재충전할지, 꽃가루받이나 미세 수술 보조 등 특정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어떻게 동작을 프로그램하고 통신을 할 수 있을지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꼽았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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