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네가 어디를 보는지 마스크는 안다
눈동자 움직임과 맥박 감지하는 스마트 마스크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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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하고 싶은데 손가락을 움직이기는 귀찮다. 이런 사람을 위해 눈동자 움직임만으로 게임을 조작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미국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 캠퍼스의 트리서 앤드루 교수 연구진은 지난 20일 국제 학술지 ‘매터(Matter)’에 “눈이 어디를 쳐다보는지 실시간으로 알려줄 마스크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눈 동작 감지용 마스크가 얼굴에 아무런 불편을 주지 않고 심장박동까지 감지할 수 있어 수면장애나 심리상태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광고 화면을 볼 때 눈이 어디를 향하는지 알 수 있어 광고 효과 분석에도 활용할 수 있다. 연구가 발전하면 게임이나 가상현실(VR) 기기를 눈동자 움직임만으로 조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이드로겔 전극으로 이물감 없애
얼굴 가까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실시간 감지하는 일은 쉽지 않다. 사람은 얼굴이나 머리에 이물질이 있으면 금방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물감을 줄이기 위해 천으로 눈 주변을 감싸는 마스크를 만들었다. 이전에도 천 마스크에 센서를 부착해 눈 주위 근육의 움직임을 감지하기도 했지만, 센서가 도드라져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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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는 센서를 천과 한 몸이 되도록 해서 해결했다.
먼저 하이드로겔에 전기가 통하는 은 입자가 들어 있는 전극을 만들었다. 하이드로겔은 묵이나 젤리처럼 물을 함유해 말랑말랑한 물질이다. 천에 붙이면 빈틈에 달라붙어 한 몸이 된다. 하이드로겔은 마스크 팩에 쓰일 정도로 피부에 이물감을 주지 않는다.
하이드로겔 전극은 눈동자 주변의 근육이 움직이면서 발생하는 전류 변화를 감지한다. 이를 통해 눈동자가 어디로 향하는지, 어떤 운동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이마에 닿는 부분에는 압력 센서를 붙였다. 이곳에 있는 동맥을 감지해 심장 기능을 파악할 수 있다. 연구진은 “하이드로겔 전극과 압력센서가 감지한 정보는 신축성 전극을 통해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로 보내 처리한다”고 밝혔다. 덕분에 마스크 자체에 들어가는 부품이 크게 줄었다.
◇1년 이상 사용하고 세탁도 가능
연구진은 눈 마스크를 눈과 머리를 움직이면서 씹고 말하는 다양한 동작을 분석했다. 마스크는 1년 이상 쓰며 15번이나 세탁을 해도 기능에 문제가 없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하이드로겔 전극은 물이 마르면 성능이 떨어진다. 이번 마스크는 6시간을 계속 사용해도 신호가 약해지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하이드로겔 전극은 물이 완전히 마르는 데 40시간이 걸렸다. 앤드루 교수는 “전극이 말라도 물 한두 방울을 떨어뜨리면 30초 만에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앤드루 교수는 “마스크는 수면 장애나 정신 건강, 치매 등 뇌질환 연구에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깊은 잠에 빠지면 눈동자가 빨리 움직이는 렘(REM) 수면 상태가 되는데 마스크는 눈 주위 근육 움직임으로 이를 감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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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산업적 활용도 가능하다. 마스크를 사람과 컴퓨터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TV 화면에서 눈동자가 향하는 쪽을 감지해 광고 효과를 분석할 수 있다. 광고가 말 그대로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지 알 수 있다. 게임이나 VR 기기에 연결하면 눈동자 움직임으로 화면을 작동할 수도 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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