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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왕세자, ‘카슈끄지 피살 배후설’ 직접 부인…사건 첫 언급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반(反)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59) 피살 사건의 ‘몸통’이라는 의혹을 받는 ‘왕실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33) 사우디 왕세자가 24일(현지 시각) 카슈끄지 살해에 책임이 있는 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게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카슈끄지가 터키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된 후 그가 공개적으로 사건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사건 발생 22일 만에 공식석상에서 입장을 밝히며 자신의 암살 배후설을 부인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국제투자회의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에 참석해 자신이 카슈끄지 사건의 배후라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FII 패널 토의에서 사회자가 사건에 관한 생각을 묻자 "(카슈끄지) 살인범은 정의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모든 사우디인에게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고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사우디 왕세자, ‘카슈끄지 피살 배후

무함마드 빈 살만(33)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2018년 10월 24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국제투자회의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에 참석해 자신이 카슈끄지 사건을 언급하고 있다. /cbs

카슈끄지가 지난 2일 피살된 이후 빈 살만 왕세자가 공식석상에서 사건을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이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자신은 사건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아델 아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도 사건 관계자들 중 누구도 왕세자와 가까운 관계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때문에 세간에서는 사우디가 ‘꼬리 자르기’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번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각)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피살 사건의 배후일 수 있다고 직접 말한 이후에 나온 것이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국정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 누군가가 (카슈끄지 사건) 범행 배후에 있다면 그일 것"이라며 빈 살만 왕세자의 사건 개입 가능성을 제기했다. 줄곧 모호한 태도를 보이며 사우디 정부를 두둔해왔던 이전과는 다른 태도였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건 배후를 밝히기 위해 터키와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그는 "두 나라(사우디·터키) 정부가 범인을 처벌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며 "결국 정의가 승리한다는 것을 세계에 증명해 보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사우디와 터키 사이에 균열을 내고자 고통스러운 상황(카슈끄지 피살 사건)을 이용하려는 세력이 있다"며 "사우디 국왕과 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있는 한 세력이 뜻하는 대로 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은 사건 관련 핵심 증거를 갖고 있는 터키가 사우디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카슈끄지 살해를 사우디 측의 치밀한 계획에 따라 이뤄진 정치적 살인이라고 규정했다.


카슈끄지는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에 사우디 왕정을 비판하는 칼럼을 써온 인물이다. 그는 지난 2일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에 혼인신고 서류를 작성하러 갔다가 실종됐다. 이에 사우디 왕실이 보낸 ‘암살조’에 의해 총영사관 안에서 살해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사우디 왕세자, ‘카슈끄지 피살 배후

사우디아라비아의 반(反)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그는 2018년 10월 2일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된 것으로 밝혀졌다. /조선 DB

사우디 정부는 초기에 이를 부인하다 지난 20일 이를 인정했다. 국제사회가 이번 사건을 규탄하자 이에 압박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카슈끄지가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 용의자들과 말다툼을 했고 이 과정에서 몸싸움으로 번지면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사건 발생 후 빈 살만 왕세자가 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됐다. 사건 당일에 이스탄불에 입국한 사우디 정부 관계자 중 빈 살만 왕세자 측근이 포함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 의원들은 이번 사건에 빈 살만 왕세자가 연루돼 있다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하며 ‘왕세자 교체’까지 주장했지만 사우디 정부는 왕세자 연루설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이다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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