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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by 조선일보

비운의 효명세자… 정조를 뛰어넘는 文藝군주 꿈꿨네

국립고궁박물관서 특별전

"아! 하늘에서 너를 빼앗아감이 어찌 그렇게도 빠른가."

조선 순조 30년(1830) 스물한 살 세자가 세상을 떠났다. 순조는 '효명(孝明)'이란 시호(사후 업적을 평가해 붙이는 이름)를 내렸다. 선왕의 뜻을 이어 사업을 이뤘다는 효(孝)와 사방에 빛을 비춘다는 명(明)을 합친 것. 아비는 애통한 마음을 담아 제문(祭文)을 썼다. "장차 우리나라를 두드려서 망하게 하려고 그러는 것인가. 슬프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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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명세자는 23종의 궁중 무용을 창작했다. 춤을 출 때 여성 공연자가 입은 복식이 전시됐다. 오른쪽은 드라마에서 효명세자를 연기한 박보검. /연합뉴스·뉴시스

국립고궁박물관이 28일 개막하는 '문예군주를 꿈꾼 왕세자, 효명' 특별전은 효명세자의 삶과 문예적 재능, 업적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순조와 순원왕후의 맏아들로 태어난 효명(1809~1830)은 짧은 생을 살다 갔으나 뛰어난 문학적 재능과 성취를 보였다. KBS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배우 박보검이 연기한 이영이 바로 효명이다. '학석집' 등 효명이 지은 시집과 문집, 편지 글 등 110여 건의 유물이 나왔다.


전시장 일부를 효명세자 서재인 의두합(倚斗閤)으로 꾸몄다. 의두합은 '북두성에 기댄다'는 뜻으로 당나라 두보의 시 구절에서 따온 것. 창덕궁 후원에 자리 잡은 이 서재에서 효명은 책을 읽고 시를 썼다. 의두합에서 바라본 사계절 경치를 열 가지 절경으로 표현한 '십경(十景)'이 영상과 함께 흘러간다. 손명희 연구관은 "효명이 남긴 시가 400여 편인데 역대 조선 국왕 중 가장 많은 시를 남긴 정조의 두 배"라고 했다.


1827년 순조는 안동 김씨의 외척 세도를 극복하기 위해 18세 세자에게 대리청정을 명한다. 효명은 3년간의 대리청정 기간에 인재를 등용하고 문예 정책을 펼쳤다. 궁중 잔치를 개최하면서 23종의 정재(궁중 무용)를 창작했다. 하지만 대리청정 3년 만에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면서 그가 주도한 정치 개혁은 미완으로 끝난다. 후에 추존왕 익종이 되고, 고종이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익황제'로 올렸다. 박물관은 "추존된 왕 중 유일하게 종묘 정전에 위패가 모셔진 분"이라고 했다.


9월 22일까지. 때마침 국립한글박물관에선 효명세자의 막냇동생이자 조선 마지막 공주인 덕온공주 가문 한글 자료 특별전(8월 18일까지)이 열리고 있으니 함께 관람해도 좋겠다.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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