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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by 조선일보

‘복수의 맛’ 핫치킨 버거를 아십니까

바삭한 치킨에 핫소스 뿌려 바람난 남자에 복수하려던 음식

원래는 핫소스 대신 후추 넣어

하루동안 절인 당근·적양파·보라색 콜슬로까지 얹으면 끝

외고 진학을 위해 종일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중학생 전명호에게 휴식은 요리책 독서였다. 도서관 한쪽에 꽂힌 화려한 요리책 책장을 넘기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렸다. 그렇게 하루 이틀 지나다 보니 꿈이 생겼다. 외고를 포기하고 조리학교를 택했다.


졸업을 하고 호주로 떠났다. 식당 개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2년 동안 딸기 농장에서 딸기도 따고, 멜버른의 브런치 식당에서는 1년 반 만에 헤드 셰프 자리에도 올랐다.


“생각보다 부지런한 친구들이 많지 않더라고요. 남들보다 조금 일찍 출근하고, 제일 늦게 퇴근했을 뿐인데. 메뉴 아이디어도 많이 냈어요. 멜버른의 브런치 식당은 한국 국밥집처럼 많아서 차별화가 필요했거든요. ‘불고기 에그 베네딕트’처럼 아시안 색채를 가미했더니 줄 서는 식당이 됐지요.”


호주에서 일하는 동안 우연히 먹게 된 ‘핫치킨 버거’. 핫소스의 매콤함과 치킨의 바삭함. 타지 살이의 고단함과 허기를 잊게 해주는 맛이었다. ‘이건 딱 한국인이 좋아할 맛이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2019년 귀국해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핫치킨버거’가 대표 메뉴인 ‘르프르크’를 열었다. 1978년 흑인 밴드 ‘쉭(Chic)’이 발표한 디스코 명곡 제목 ‘르프리크(le freak)’에서 따왔다.


핫치킨 버거는 미국 테네시 내슈빌에 있는 식당 ‘프린스 핫치킨 셱’을 운영하는 안드레 프린스 제프리즈 가족이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프리즈는 “증조부인 손턴 프린스 3세가 바람을 피우다 집에 늦게 들어오자 화가 난 여자친구가 복수한다고 아침 식사에 엄청 매운 치킨을 내놨는데 이게 너무 마음에 들어 형제들과 레시피를 개발해 식당 문을 연 것”이라고 말했다. 복수의 레시피에는 후추라고 돼 있지만, 현재는 핫소스, 고춧가루 등 다양한 소스를 넣어 식당마다 각기 다른 매운맛을 낸다.

조선일보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레시피 : 햄버거 빵을 반으로 가르고 제일 밑에 딜피클(서양식 오이지), 그 위에 잘 튀긴 매운 치킨, 마지막으로 코울슬로를 듬뿍 올린다. 전명호(30) 셰프는 “소스나 부가 재료는 들어가지 않는다. 단순한 구성으로 맛을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재료의 질과 기본기가 중요하다. 치킨은 아침에 가락시장에서 받아온 생닭다리살을 버터밀크에 재워 80도에서 6~7분 정도 튀긴 후 핫소스를 뿌린다. 그보다 온도가 높으면 퍽퍽하고 육즙이 없어져 맛이 없다고 한다.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보라색 코울슬로. 적채, 당근, 적양파를 머리카락처럼 가늘게 썬 후 하루 동안 소금, 설탕, 식초에 절였다가 마요네즈에 묻혀 낸다. 집에서 이렇게까지는 힘들다면 배달시켜 남은 치킨을 에어프라이어기에 바삭하게 데워, 햄버거 빵에 피클 깔고, 코울슬로 올려 먹어보자.


부드러운 빵 속 매콤 바삭한 치킨, 산뜻한 피클과 아삭거리는 코울슬로의 조화는 ‘르프리크’ 노래 가사처럼 ‘프리크 아웃(freak-out·마약으로 인한 환각 상태)’했다.


[이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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