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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by 조선일보

밥에도 국수에도, 무화과 피었네

단맛·은은함은 10월이 절정… 디저트만으로 먹는 건 下手

불맛 입혀 밥 한그릇과 뚝딱… 파스타·비빔면에도 어울려

"빛깔 고운 무화과 라테… '인증샷' 찍기 딱 좋아요"


10월은 무화과의 단맛과 향이 꼭짓점에 치달을 때다. 한동안 무화과는 과일이란 이유로 식후에 먹거나 디저트에만 이용됐지만, 최근엔 그 풍경이 달라졌다. 밥에 얹어 먹거나 국수·피자 위에도 올려 먹는다. 은근한 단맛이라 요리에 활용하기 좋은 데다, 빛깔과 모양까지 예뻐 식전에 '인증샷'을 찍는 젊은 세대에게 각광받기 시작했다. 지난봄 딸기가 사랑받은 것과 비슷한 이유로, 올가을 무화과가 그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밥에도, 국수에도, 피자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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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의 '베이스 이즈 나이스'에서 내놓는 '향채 간장소스의 구운 무화과밥'. 불맛이 나도록 토치로 그을린 무화과를 밥 위에 올리고 향채 간장을 뿌린다. 특제 소스에 살짝 버무린 새싹채소도 곁들였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 마포 도화동 주택가에 있는 채식 식당 '베이스 이즈 나이스'는 무화과를 활용한 채소밥을 내는 곳이다. "무화과를 구웠더니 단맛이 훅 살아나고 고기와 비슷한 식감도 나더라고요!" 뉴욕에서 10년간 레스토랑 기획자로 일한 이곳 대표 장진아(39)씨는 무화과는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질감과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무화과를 토치로 그을려 직화구이처럼 불맛을 내면 고기와 비슷한 식감이 되고, 무화과를 동결 건조하면 과자처럼 입안에서 사르르 녹았다. 그래서 준비한 메뉴가 '향채 간장소스의 구운 무화과밥'과 '건무화과를 올린 햇우엉구이 밥'이다. 구운 무화과는 밥에 올리고 로즈메리와 올리브 오일, 소금·후추·들깨가루 등을 섞은 소스를 새싹채소에 뿌려 함께 얹는다. 건무화과는 유자소금을 솔솔 뿌린 밥에 얹으면 맛있다. 발효 버터에 볶은 햇우엉구이와 함께 먹으면 건강하고 은은한 '단짠(달고 짠)'의 감칠맛이 난다. "식감 강한 우엉과 살짝 말린 건무화과가 굉장히 잘 어울려요. 씹는 맛도 좋고 향도 좋죠."


서울 을지로3가 인쇄소 거리에 있는 '경일옥 핏제리아'에서는 계절 한정으로 무화과 피자를 내놓고 있다. 반죽 위에 리코타 치즈를 듬뿍 얹고, 그 위에 모차렐라 치즈를 올린다. 485℃가 넘는 장작 화덕에 넣어 1분 30초간 바싹 구워준 다음 생무화과 3~4개를 잘게 썰어 올린다. 그 위에 후추, 올리브 오일을 적당히 뿌려 주면 끝. 단순하지만 신선하고도 관능적인 맛이다. 사장 권창범(48)씨는 "향이 강하지 않은 두 치즈와 무화과가 담백하게 잘 어우러져 부담 없는 맛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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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베이스 이즈 나이스'의 '건무화과를 올린 햇우엉구이밥', 리코타 치즈와 모짜렐라치즈를 깔고 무화과를 썰어 올린 '경일옥 핏제리아'의 피자.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무화과는 루콜라·아르굴라처럼 향이 강하지 않은 채소와 곁들일 때 풍미가 살아나기도 하지만, 볶아낸 소고기가 잘게 썬 베이컨 혹은 햄과도 잘 어울리는 맛을 낸다. 고기의 진한 맛을 무화과의 은은한 과즙이 중화시켜주는 효과도 있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문인영씨는 "집에서 고기 등을 버터에 볶고 마늘이나 셀러리를 더한 다음 삶은 파스타를 넣고 더 볶다가 무화과를 숭덩숭덩 썰어 얹어주면 굉장히 색다르면서도 풍성한 맛이 난다"고 했다. 비빔면에 먹기도 한다. 매콤한 비빔면 위에 무화과를 잘게 다져 얹어주면 덜 자극적이고 고급스러운 단맛과 경쾌한 식감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샌드위치에도, 라테에도

맛이 은은하면서도 풍성하다 보니 디저트에도 자주 쓰인다. 특히 크림치즈나 생크림, 우유 같은 재료와 찰떡궁합. 서울 을지로 낙원상가에 있는 '호랑이 카페'에서 내놓는 제철 과일 생크림 샌드위치에도 무화과가 쓰인다. 흔한 식빵 위에 버터를 살짝 바르고 생크림을 두껍게 얹은 다음 적당한 크기로 썬 무화과를 빼곡히 얹고 다시 생크림을 얹어 식빵으로 덮으면 끝. 얼그레이나 흑임자, 마스카포네 크림 같은 개성 강한 재료와도 잘 어울린다. 서울 연남동의 카페 '작당모의' 등에선 무화과청으로 만든 무화과 라테, 얼그레이 파운드 케이크에 마스카포네 크림과 무화과를 얹은 메뉴 등을 만날 수 있다.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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