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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by 조선일보

[박돈규 기자의 2사 만루] 교무실 옆 PC방 설치?··· OK, 된다고 하세요!

[박돈규 기자의 2사 만루]

[아무튼, 주말] ‘문제아들의 교장’ 방승호


대학 진학률은 1등, 삶의 만족도는 꼴찌. 한국 청소년이 마주한 현실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가장 아슬아슬하다. 교실에서는 적으면 대여섯, 많으면 열댓 명이 수업 중 습관적으로 잠을 잔다. 공부는 포기했다. 그래도 받아주는 대학이 있지만 고생은 끝이 아니다. 대졸 노동력은 1000만명 수준인데 양질의 일자리는 500만여 개에 불과해 청년 실업은 갈수록 태산이다.


“교육이 일부 대학과 입시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은 패잔병이 되고 맙니다. 이걸 바꾸지 않으면 아이도 부모도 불행해져요. 현재 교육 시스템은 공부가 느린 학생을 챙겨주지 않습니다. 뒤처지기 시작하면 따라잡기 힘들고요. 그런데 세상에 공부 잘하는 학생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방승호(59)씨는 ‘문제아들의 교장’이다. 공부가 제일 싫다는 학생, 밤새 게임하는 학생, 수업 시간에 자는 학생, 꿈 없이 방황하는 학생을 1만명 넘게 상담했다. 현재 일터는 경기도 가평에 있는 서울시교육청 산하 학생교육원. 명함에는 ‘모험 상담가’ ‘가수’ ‘교육 연구관’이라 적혀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방 교장’이라 부른다.


올해 핀란드 헬싱키국제교육영화제(9월 25일~10월 5일)가 한국 영화 ‘스쿨 오브 락(樂)’을 초청했다. 방승호 교장이 서울 마포구 아현산업정보학교에 일으킨 혁신을 포착한 다큐멘터리다. 이 직업학교에 10여년 전 교감으로 부임했다가 떠난 그는 올 초까지 교장으로 다시 근무(총 8.5년)했다. 일반고에서 공부를 포기한 3학년생을 위탁받아 1년간 직업 교육을 하는 곳이다. 교육 강국 핀란드는 왜 이 사람에 주목했을까. 지난 16일 아현산업정보학교에서 만난 방 교장은 “교실에서 하루 5시간 이상 엎어져 잘 수 있는 능력자만 오는 곳인데 겪어 보니 모두 천재”라며 껄껄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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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문제아’가 아니다


아현산업정보학교에 교감으로 처음 부임한 날 그는 교문에서 충격을 받았다. 같은 교복을 입은 학생이 하나도 없고 머리(색깔)도 다 달랐다. 책가방은 아무도 들고 오지 않았다. 날마다 100여 명이 지각했다.


-교무실 풍경은 어땠나요.


“오토바이 훔친 놈, 담배 피우다 걸린 놈, 뭐 잘못한 놈이 득시글했어요. ‘어떡하지? 잘못 온 거 아닌가’ 고민하다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인문계 고교에선 뭐 했는지 물으니 답이 한결같았어요. ‘잤다’는 겁니다. 교실에서 자는 데도 마일리지가 있더군요. 누구는 2년, 누구는 3년···. 숨이 콱 막혔어요. 우리 교육이 떨어뜨리는 교육이잖습니까.”


-떨어뜨리는 교육이라뇨?


“걔들은 수학과 영어가 절벽이에요. 내신 성적은 전부 7~9등급입니다(9등급이 최하다). 우리 교육은 그렇게 낙오한 아이들을 안고 가질 않아요. 그렇다면 왜 공부를 포기했을까 궁금했어요. 전교생 700명을 직접 만나보기로 한 겁니다.”


-그런 아이들은 상담도 질색할 것 같은데.


“기존 상담법은 ‘너 왜 그랬니?’ ‘문제가 뭐야?’ ‘반성문 써와라’인데 그렇게는 한 발짝도 못 들어갑니다. 저는 초코파이 주고 함께 팔씨름을 하거나 동전 찾기를 하면서 일단 놀아줬어요. 학생은 제 손 안에 있는 동전을 찾느라 힘을 쓰고 저는 주먹을 꽉 쥐느라 힘을 씁니다. 얼굴이 금방 벌게져요. 몸으로 그렇게 부대끼면 공감대가 생기고 순수해집니다. 그때 애들이 마음의 문을 열어요.”


-그것이 이른바 ‘모험 놀이’인가요?


“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무장이 해제돼요. 과거나 어떤 상황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만 남게 됩니다. ‘어릴 때는 뭘 좋아했니?’ 제가 물어요. 그러다 마지막엔 꿈이 뭔지, 뭘 하고 싶은지도. 그때 나오는 게 진짜예요. 놀아준 다음에 자기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주는 겁니다. 충고나 훈계요? 절대 하지 마세요. 백전백패입니다.”


-전교생을 만나고 얻은 결론이라면.


“얘들이 평소에 ‘잘했다!’는 말을 못 들었구나. 칭찬에 목 말라 하는구나. 부모도 자식 편이 아니구나. 제대로 위로를 못 받아봤구나···. 공부 못하는 아이들도 속에선 하고 싶은 게 들끓어요. 어느 분야에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아직 얻지 못했을 뿐입니다.”


-처방도 하셨나요.


“살면서 좋았던 것을 세 가지 쓰라고 하면 예외 없이 ‘가족 여행’을 적어요. 그다음엔 나빴던 것 세 가지를 묻지요. 성적, 친구 관계, 부모 이혼···. 그 과정에서 응어리를 한 번 풀어요. 꺼내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아픔의 크기가 줄어드는구나를 체험하게 합니다. ‘ΟΟ해서 너무 슬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온전히 받아들인다’는 구절을 대여섯 번 소리 내어 같이 읽어요. 그럼 아이들이 눈물을 쏟아요. 아무리 큰 꿈도 처음 한 발짝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꿈을 위해 오늘 할 일’을 스스로 정하게 해요. ‘일찍 잘래요’ ‘엄마한테 화내지 않을래요’···. 그럼 제가 말해줍니다. ‘잘했다!’고. 참 사소하잖아요. 그런데 결코 사소하지 않아요.”


제발 5분만 기다려 주자


2015년 교장으로 아현산업정보학교에 다시 온 날엔 복도가 소란했다. 술 취해 비틀거리는 학생을 교사들이 혼내고 있었다. 방 교장은 그 아이를 교장실로 데려와 물을 한 잔 주면서 속사정을 물었다.


-뭐라고 하던가요.


“갈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왔대요. 손님들이 주는 술을 받아 마시고 취한 겁니다. 집으로 가 자야 할지 학교에 가야 할지 고민했겠지요. 행동만 보면 그냥 술 취한 아이였어요. 그런데 잠깐 앉히고 얘기를 듣는 순간 ‘밤새 일하고 피곤한 몸으로 등교한 아이’로 바뀐 거예요. 그때 제가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말자. 어떤 아이든 일단 학교에만 오면 성공시킬 수 있어요. 우리 교육은 학생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훈련이 필요해요.”


-아이마다 배우는 속도도 다르지요.


“풍선을 못 묶는 고등학생이 참 많습니다. 부모나 누가 대신 해줬기 때문이에요. 풍선을 불어 묶는 법을 제가 천천히 보여줬어요. 아이들이 처음엔 잘 못하는데 5분 정도 걸립니다. 두 번째는 2분으로 단축되고, 세 번째 하면 못 하는 아이가 하나도 없어요.”


-그 5분도 못 기다린 거로군요.


“교사나 부모가 기다려주지 않으니 포기하고 낙오하는 거예요. 배우는 속도는 천차만별인데 배려하지 않고 앞질러 갑니다. 실패할 기회를 빼앗으면 그 실패를 딛고 성공하는 경험까지 원천 봉쇄돼요. 그래서 선생님이 중요해요.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학교에서 우스꽝스러운 탈이나 가발을 쓰고 다녔다면서요.


“높은 자세로는 학생들에게 다가갈 수 없으니까요. 호랑이 탈을 쓰고 교장실 밖으로 처음 나갈 땐 떨렸어요. 저도 내성적인 편입니다. 교직원들이 어떻게 볼까 겁났고 솔직히 X팔렸어요. 용기를 내 복도로 나갔는데 그날 저는 희망을 봤어요.”


-어떤 일이 일어났습니까.


“아이들이 ‘너는 누구니?’ 묻고 사진을 찍고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아주 난리가 났어요. 새로 온 교장이라고 명함 돌리면서 ‘초코파이 줄 테니 교장실에 놀러 와!’ 했습니다. 교직원을 더 설득할 필요도 없었어요. 제 익살에 아이들이 밝아지는 게 보였으니까.”


-보수적인 교직 사회에서 욕하는 사람은 없었나요.


“튄다고 싫어하는 교장 선생님들이 많았대요. ‘저 교장 미친 거 아냐?’ 소리도 들었고요. 교장실은 큰 사고를 치지 않고는 갈 일이 없는 곳이잖아요. 저는 놀이터로 만들었어요. 하루에 100명씩 교장실에 드나들었지요. 초코파이 먹고 교장과 놀고 노래하고 대화하러. 그렇게 했는데 학교가 더 엉망이 됐다면 저도 중단했을 거예요. 최근엔 교문 앞에서 탈 쓰는 교장이 전국에 여럿 나왔대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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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학교에서 만난 천재들


학생들이 방 교장 명함을 집 냉장고에 붙이곤 ‘우리 학교에 날라리 교장 선생님이 있다’고 부모에게 자랑하기 시작했다. 뭔가 열심히 하는 사진을 찍어 교장에게 보내면 ‘와! 잘했다’는 칭찬이 돌아왔다. 방 교장 이야기가 언론에 소개되자 오리온은 초코파이를 무상으로 보내줬다.


-학생들에게 꿈을 찾아주다가 본인 꿈도 발견했다고요?


“상담하다가 나는 뭘 할 때 제일 좋은가 생각해 보니 노래였어요. 그때부터 학생들 앞에서 ‘나도 가수로 음반을 내겠다’고 뻥을 쳤는데 글쎄 그게 이뤄진 겁니다. 제 좌우명이 ‘선(先)뻥 후(後)조치’예요. 벌써 7집까지 냈습니다(웃음). 교육도 궁극적으로는 학생 속에 웅크리고 있는 꿈을 학교라는 공간에서 찾도록, 용기 내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스쿨 오브 락’에서 ‘배워서 남주나’라는 트로트를 직접 부르더군요.


“요즘 대세잖아요(웃음). 아현산업정보학교 학생들은 절반이 흡연자였습니다. ‘담배 피우지 마라’고 수십 년을 지도한들 애들이 듣나요? 에라 모르겠다, 점심시간에 화장실 옆에서 앰프 놓고 기타 치며 노래를 했습니다. 흡연하려던 애들이 한 번 참아요. 절제도 교육입니다. 후미진 곳으로 가서들 피우는데 이 학교에 또 실용음악과가 있습니다. 그 학과 아이들을 흡연 다발 구역에 보내 버스킹(길거리 공연)을 시켰더니 교내에서 꽁초가 싹 사라졌어요.”


-여기 오는 학생들이 다 천재라고요?


“휘성, 박효신, 환희 같은 스타를 이미 배출했어요. 지난 5월에는 조남준이라는 제자와 함께 KBS ‘아침마당’에 출연해 노래를 불렀습니다. 남준이는 고3 때 슈퍼스타K에 나가 30위 안에 들었고 지난해 MBC대학가요제에서 금상을 받았지요.”


-또 다른 천재라면.


“게임하는 애들은 더 천재예요. 노래야 잘하면 인정이라도 받지, 우리나라에서 게임하는 애들은 죄인이잖아요. 상담을 해보니 공부 포기하고 가는 곳이 남학생은 99%가 PC방이었습니다. 그래서 역발상을 했어요. 교내에 PC방(e스포츠학과)을 마련한 겁니다. 그러자 준(準)프로 실력자들이 생겨났고 전국 대회 우승까지 했어요. ‘페이커’ 이상혁과 같은 프로팀에서 뛴 ‘레오’ 한겨레가 대표적인 천재죠.”


-학교에 PC방이라니, 반대도 많았을 텐데요.


“쓸데없는 짓 한다고 수군거렸어요. ‘또라이’ 소리도 들었고요. 그래도 e스포츠학과를 만들어 신입생을 뽑았습니다. 당시 제 목표는 ‘무사히 졸업만 시키자’였는데 착각이었어요. 게임에 미친 아이들을 과소평가한 거죠. 인정하고 격려하니까 그들이 엄청난 성과를 내는 겁니다. 직업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비율이 10~20%쯤 되는데 그 과만 유일하게 복교(復校)생이 없었어요. 70%는 대학 게임 관련 학과에 진학했고요.”


-무엇이 차이를 만들었을까요.


“학생들은 보통 낮밤이 바뀐 생활을 해요. 밤에 게임을 하고 낮에 잡니다. 그런데 e스포츠학과 학생들은 낮에 학교에서 실컷 게임을 하니까 집에서는 거의 안 해요. 밤에 드디어 잠을 자기 시작한 겁니다. 게임 때문에 부모와 싸울 일도 없어지니 표정도 밝아졌어요. 요즘 이 과 들어오는 학생들은 부모가 전폭적으로 지지해줍니다. 팔자가 바뀐 거예요. 게임 천재를 교실에 가두었다면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요. 아마 계속 취침 중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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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 학교’도 열었다


방 교장은 사범대를 졸업하고 1988년 교사로 임용됐다. 기술 과목을 가르쳤지만 재미가 별로 없었단다. 1990년대 말에 미국 연수 중에 모험 놀이라는 새로운 상담법을 배운 게 전환점이었다. 장학사를 거치며 학교 현장에 적용해 나갔고 영국 BBC, 일본 NHK에도 소개됐다. 올해 어린이날에는 유공자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학생연수원에는 왜 자원했나요.


“이 학교에서 거둔 성과를 널리 보급하고 싶었어요. 요즘엔 ‘ 마음방역’이라는 온라인 카페에서 가족 놀이와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집콕 때문인지 온라인 놀이가 인기예요. 줌으로 하는 강의는 300명까지 동시 접속이 가능합니다. 지난 21일에는 학생들 대상으로 온라인 ‘ 롤(LoL) 게임 학교’를 개강했어요. 전문가가 게임을 가르치고 게임 영어, 게임 인문학도 곁들이는데 반응이 좋네요.”


-상담은 에너지가 많이 들고 피로해지는 일일 텐데요.


“저도 아이들로부터 에너지를 받아요. 하루에 10명을 만난다면 10명의 에너지가 충전되는 셈입니다. 아이 얼굴이 환해지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힘이 나요. 서로 긍정적인 것을 주고 받았기 때문입니다. 또 상담하면서 책을 쓰고 노래를 발표하고 이렇게 영화까지 나왔잖아요. 저한테는 애들이 은인입니다.”


-혹시 본업에 소홀했던 건 아닙니까.


“집사람도 처음엔 ‘베짱이처럼 노래만 한다’고 놀렸어요. 그런데 생각해 봅시다. 교장은 왜 존재하는지. 종일 결재나 하라고 여기 앉혀 놓은 거 아니잖아요. 학생들을 위해 교장이 있는데, 그들과 소통하는 것보다 중요한 업무가 있겠습니까?”


-교장 한 사람이 변한다고 학교가 달라질까요. ‘승진 필요 없고 조용히 정년까지 갈 테니 건드리지 마’ 하는 교사도 있을 텐데요.


“저는 눈치 주거나 강요하지 않고 기다립니다. 교장이 교사들을 통제하는 것보다 자율성을 주고 애들에게 집중하는 게 훨씬 나아요. 행정에 쓸 에너지를 학생에게 쏟아야죠. 제가 이 학교에 있을 때 요리과 선생님이 연말에 자발적으로 ‘돼지 해체 쇼’를 마련했습니다. 이 부위는 족발, 저건 갈매기살, 이건 항정살···. 33년 교직에 있었는데 수업하며 아이들이 탄성을 그렇게 많이 토하는 걸 처음 봤어요. 그게 살아 있는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학교의 자랑이라면.


“다른 학교들은 목표가 공부(대입) 하나뿐이잖아요. 이곳에는 다양성이 있어요. 공부에 지친 아이들이 저마다 새로운 꿈을 향해 갑니다. 교육 과정이 일방적으로 내려오지 않고 애들이 지지고 볶고 만들어가니까 더 값져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생기고 진로에 대한 확신도 갖게 됩니다.”


-교육자로서 보람은 뭔가요.


“이 직업학교를 학생들은 ‘아현고’라고 불러요. 전에는 쉬쉬했지만 이젠 ‘나 아현고 다녀’라고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엄청나게 성장한 거예요. 좋아하는 일에 첫 걸음만 뗄 수 있다면 성공입니다. 저도 이런저런 시도를 하며 부싯돌 역할을 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스쿨 오브 락’에 등장하는 아현고 아이들은 시나리오를 쓸 때, 드럼을 칠 때, 안무를 익힐 때, 반죽을 치댈 때 다들 눈이 반짝인다. 게임에 인생을 걸었다는 한 학생은 “19년간 몰랐던 행복을 이곳에서 찾은 것 같다”고 고백한다. 방 교장은 “부모가 욕심을 걷어내야 아이가 똑바로 보인다”며 “좋아하는 일을 한 달만 해도 애들이 변한다.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은 기다림과 지지”라고 말했다.


차동엽 신부 책에서 읽었다는 이야기를 그가 들려줬다. “중국에는 심어도 5년 동안 자라지 않는 대나무가 있답니다. 뿌리를 내리는 시간이래요. 그 5년이 지나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데, 우리 아이들도 비슷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명문대를 몇이나 갑니까? 대학 졸업해도 노량진 학원가로 가잖아요. 그렇다면 왜 학생들을 한 방향으로만 밀어붙이나요. 나훈아가 국·영·수를 잘해서 ‘테스형’으로 한국을 들었다 놓은 게 아니잖아요. 아이를 지지하며 좀 기다리자고요. 뭔가에 뿌리 내리고 끓어오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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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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