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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by 조선일보

'바퀴 달린 아이폰' 테슬라,혁명을 꿈꾸다

전문가 14인 인터뷰 “테슬라는 차가 아니라 컴퓨터다”

전화기 만든적 없던 애플, 스마트폰 시장 점령했듯

자동차 신인 테슬라, 굴러가는 AI 로 ‘지배자’ 될까


“바퀴 달린 아이폰입니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테슬라가 영역을 넓혀가는 지금의 상황이 2007년 애플 아이폰 등장 이후를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그는 세계 IT 업계가 ‘아이폰 쇼크’에 강타당한 직후 삼성전자에서 스마트폰을 개발했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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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3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근교에 건설 중인 기가팩토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 EPA·연합뉴스

실리콘밸리 한 괴짜 사업가의 허풍으로 여겨졌던 차 회사 테슬라에 대한 논란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연초 이후 네 배 넘게 올랐던 주가가 이달 들어 하루 20% 넘게 폭락했다가 10% 이상 급등하는 등 요동치면서 테슬라란 회사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격론 또한 가열되는 중이다. 2003년 세워진 이 회사는 전 세계를 전기차로 점령하겠다는 ‘담대한 희망’을 향해 계속 질주할까, 아니면 곧 꺼질 ‘담대한 허풍(audacity of hype·파이낸셜타임스)’에 불과할까. 자동차·반도체·투자 등 각 분야의 눈이 쏠려 있다. 테슬라라는 파도엔 또 한국인도 올라타 있다. 올해 상반기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산 해외 주식이 테슬라로 4조원어치(지난달 말 기준)를 보유 중이다.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가운데 테슬라의 올해 하반기 가장 큰 이벤트가 22일 열린다. 머스크가 “기대하라”며 빅 뉴스를 예고한 이른바 ‘배터리 데이’다. 연례 주주총회를 겸한 이날 머스크가 내놓을 ‘작품’은 무엇일까. 21세기에 태어나 자동차 업계의 ‘공룡’을 하나씩 뛰어넘는 테슬라는 어디까지 진격할까. 이 멀미 나는 주식에 지금이라도 올라타야 할까. Mint가 국내외 각계 전문가 14명을 인터뷰했다. 주가의 단기 전망에 대해선 다소 의견이 엇갈렸다. 하지만 테슬라의 미래에 대한 본질적 분석은 한 지점으로 모였다. “테슬라는 미래의 아이폰이 될 것이다. 테슬라의 지향점은 자동차가 아니다. 굴러다니는 최첨단 컴퓨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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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주가 추이

"테슬라는 바퀴 달린 컴퓨터다"

“테슬라를 무엇으로 볼 것인가. 나는 테슬라를 차(車)로 보지 않는다. 바퀴 달린 컴퓨터, 인간을 태우고 다니겠다는 인공지능(AI)으로 본다.”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과 교수의 말이다. 그는 “나에게 테슬라는 아이폰과 똑같은 만능 컴퓨터로 보인다”고 했다. “저쪽(아이폰)은 사람이 들고 다니는 가벼운 컴퓨터이고 이쪽(테슬라)은 사람을 운반하는 무거운 컴퓨터, 그 차이가 있을 뿐이다.”


아이폰이 2007년 등장할 때부터 관심을 가져온 각계 전문가 중엔 테슬라에서 아이폰과 비슷한 성장 스토리가 보인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전화기를 만든 적 없는 애플이 내놓았던 아이폰의 용도 중 ‘통화’가 극히 일부가 되었듯이, 테슬라에 ‘이동’은 그저 수많은 기능 중 하나일 뿐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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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전기차용 통합제어시스템 기판. 중앙에 테슬라가 자체 설계한 강력한 성능의 AI칩이 박혀 있다.

테슬라엔 다른 자동차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컴퓨터가 탑재돼 있다. 자율주행 등에 핵심인 AI 반도체까지 테슬라가 전부 자체 설계한다.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엔 실리콘밸리 특A급 엔지니어 500여명이 투입된다고 알려졌다. 자동차에 성능 좋은 컴퓨터를 장착했다기보단, 컴퓨터를 자동차 모양으로 만들고 바퀴를 달았다고 보는 게 더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그 무엇’이다. 일본 기술자들이 모델3를 뜯어본 뒤 최근 펴낸 보고서엔 “모델3(테슬라의 대표 차종)의 컴퓨터보드 성능이 폴크스바겐·도요타보다 최소 6년 앞섰다”고 적혀 있다.

애플처럼, 소프트웨어로 돈 번다

테슬라가 ‘아이폰 모델’을 따라간다는 또 하나의 결정적 단서는 수익의 무게중심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바뀌어가고 있단 점이다. 한때 PC(맥)를 팔아 돈을 벌던 애플은 아이폰을 출시한 후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의 비중을 계속 늘려가고 있다. 애플의 공시 자료를 보면 전체 매출 중 앱스토어·애플뮤직 등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10년 전 4%에서 26%로 크게 늘었다. 아이폰 등 하드웨어의 가격에도 애플이 때때로 업그레이드하는 운영체제(iOS) 비용이 포함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애플은 이제 소프트웨어·서비스 회사로 체질을 거의 바꿨다고 보는 전문가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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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 테슬라 실적 추이

테슬라도 이런 길을 가려는 조짐을 보인다. 그 극명한 사례가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도요타를 제치고 자동차업계 1위에 오른 7월 1일에 있었다. 이날 테슬라는 북미 시장에서 풀셀프드라이빙(FSD·완전자율주행)이라는 이름의 옵션 요금을 7000달러에서 8000달러로(한국에선 900만원), 단번에 1000달러(14%)나 올렸다. ‘모델3’ 기본형 가격은 3만7990달러다. FSD라는 소프트웨어를 더하면 차값이 21%나 뛴다. 이 옵션이 없어도 차는 굴러가지만, 진짜 ‘테슬라의 맛’을 보기 위해 이 옵션을 구입하는 이가 많다. 모건스탠리는 “FSD는 2025년 테슬라 총이익의 25%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메리츠증권 김준성 연구원은 “모빌리티 서비스가 연간 7000조원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 단계씩 채워가는 ‘테슬라 생태계’

애플은 또 아이폰을 중심에 두고 맥·시계·아이패드·에어팟(이어폰)·TV 등도 잘 호환되도록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했다. ‘애플 생태계’란 말이 생겼다. 이 안에 들어간 사람은 쉽게 빠져나가지 못한다. 카이스트 김정호 교수는 테슬라가 이와 비슷한 ‘테슬라 생태계’를 만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가장 기초가 되는 반도체에서 시작해 소프트웨어, 데이터 저장, 콘텐츠, 서비스로 이어지는 IT 산업의 각 단계를 테슬라가 하나하나 메꿔가고 있다. 그 단계를 채울 때마다 주가가 ‘점프’하고 있는 모습이다.”


예를 들어 테슬라는 지난해 9월 테슬라 소유주만을 위한 자동차 보험을 출시했는데, 이는 서비스란 단계의 한 ‘조각’을 채웠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테슬라라면, 차라는 하드웨어는 저렴하게 공급하고 서비스와 소프트웨어가 주수입원이 되는 수익 모델도 만들지 못하란 법이 없다. 구글·아마존같은 서비스 회사와 경쟁하게 될 가능성도 보인다”고 했다. 매티어스 슈미트 오토모티브마켓인텔리전스 연구원은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들은 기존 고객에게만 집중하다 보니 소프트웨어 개발 등 디지털 전환 속도가 매우 느리다”며 “반면, 테슬라는 하드웨어 비용을 아끼면서 소프트웨어로 새 고객을 하나둘씩 사로잡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테슬라 주가의 고공 행진은 테슬라가 ‘미래의 애플’이 되리라는 기대가 선행한 결과였는지 모른다. 물론 테슬라 열풍이 꺼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위르겐 파이퍼 메츨러은행 연구위원은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이 아직 0.5%에 불과해 막대한 자본 투입이 필요한 자동차 시장에 혁명적 변화를 불러오기엔 역부족”이라고 했다.

매혹적 ‘물건’에 집착…잡스, 그리고 머스크

테슬라와 애플의 또 하나 공통점은 카리스마 폭발하는 최고경영자다. 애플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가 전 세계 마니아를 만들어냈듯이 머스크 역시 열혈 추종자들을 몰고 다닌다. 소비자를 매혹하는 ‘물건’을 만들어 전 세계에 충성 팬을 양산한 인물로는 잡스 이후 머스크가 유일하다. 유튜브 창업자 스티븐 첸은 “머스크의 삶은 (잡스와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에게 강한 영감을 전해준다”고 말했다. 애플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은 한 인터뷰에서 잡스의 뒤를 이을 디지털 시대 리더로 머스크를 꼽았다. 그는 “테슬라 차량이 아이폰의 확장형을 보는 것 같다”면서 “(아이폰이 그랬듯이) 자동차 시장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했다”고 말했다. 구글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도 “재산을 남긴다면 자선단체가 아니라 머스크에게 물려주겠다. 미래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라고까지 말했다.


머스크와 잡스의 공통된 점은 이종(異種) 문화의 산물이며, 천재적이지만 오만한 혁신자로 보인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나 10대 시절을 보냈고, 잡스는 시리아 출신 이민자 아버지를 뒀으며 입양된 가정에서 자랐다. ‘압도적으로 훌륭한 제품’의 가치에 집착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머스크가 가장 강조하는 말은 이렇다. “훌륭한 제품을 만들지도 않으면서, 훌륭한 기업을 만들겠다고 큰소리 치는 사람이 있다는 게 놀랍다.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탁월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자비하다는 점 또한 둘의 공통점이다. 머스크가 소유한 또다른 기업인 ‘스페이스X’ 스티브 저비슨 이사는 이렇게 말했다. “머스크는 잡스와 마찬가지로 C급·D급 직원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습니다. 그래도 잡스보다는 친절하고,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보다는 세련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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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3.

30초 경제: 니콜라 테슬라는 누구?

수소차 회사 니콜라와 전기차 회사 테슬라 두 회사 모두 최근 주식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 모두 ‘비운의 과학자’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 니콜라 테슬라(1856~1943년)의 이름을 빌려 만든 회사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의 라이벌로도 잘 알려진 테슬라는 1878년 창업한 에디슨종합전기회사(제너럴일렉트릭의 전신)에 입사해 에디슨과 인연을 맺었다. 그러나 테슬라는 교류 전기의 가능성을 확신하며 직류 전기를 고집하던 에디슨과 마찰 끝에 결별했다. 테슬라는 제 뜻이 맞다 싶으면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전류 표준을 두고 에디슨과 싸워 승리했다.


이 과정에서 에디슨이 과학기술계와 언론, 투자자에게 테슬라를 끊임없이 비방하는 바람에 두 사람의 악연은 죽을 때까지 풀리지 않았다. 또한 기술을 상업화하는 데도 실패해 호텔방을 전전하는, 쓸쓸한 말년을 맞았다. 현실적이고 계산에 치밀했던 에디슨이 특허를 거머쥐고 거대 기업을 키운 것과 대조적이다. 그의 굴곡진 인생사는 미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 마니아층이 두껍다. 


[최원석 국제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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