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컬처]by 조선일보

마이클베이도 반한 이 여자의 '아이돌'…"저를 투영했죠"

마리킴 '마리마리' 창업자 겸 대표⋅현대미술가

세계적인 경매에서도 주목한 한국의 블루칩 작가

내년 5월 국내서 개인전, 4년 만

몸 던진 실험적 퍼포먼스로도 화제


큰 눈을 한 인형인 아이돌(Eyedoll) 그림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화가 마리킴이 4년 만에 국내에서 전시회를 연다.

조선일보

마리킴이 자신의 작품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리킴 제공

마리킴은 세계 각국에서 마니아층을 가지고 있는 유명 작가다. 한국에서는 YG 엔터테인먼트 ‘2NE1’의 앨범 재킷을 디자인하고 수록곡 ‘헤이트 유(Hate You)’ 뮤직비디오를 연출하면서 대중에게 더 알려진 인물이다.


마리킴은 호주 멜버른공대에서 멀티미디어를 전공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해 석사과정을 마쳤다. 이후 한국과 호주를 오가며 그림을 그렸다. 마리킴은 지난 2008년 성숙하지 않은 소녀의 몸집에 눈이 큰 인형인 아이돌 그림을 책으로 출간해 큰 화제를 모았다.


한국에선 지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6년간 가톨릭대학교 디지털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했고, 작년부터는 자신의 이름을 건 패션브랜드 ‘마리마리’를 만들어 사업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마리마리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케이큐브홀딩스가 투자한 회사이기도 하다.


보통은 갤러리나 전시회를 통해 작가의 작품이 알려지지만 마리킴은 달랐다. 그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2년간 매일 1점씩 아이돌 작품을 그려 자신의 블로그와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영국의 억만장자 버니 에클레스톤 F1그룹 회장과 미국 마이애미 사교계 거물 데이비드 그룻맨 같은 유명한 컬렉터들이 자신의 SNS에 구매한 마리킴 그림을 올리면서 전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온라인을 통해 작품을 접한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작품을 구매하겠다고 요청이 왔고, 전시회 제의도 들어왔다. 마리킴은 홍콩과 LA, 런던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자신의 작품을 전부 솔드아웃시켰다. 영화 트랜스포머 감독인 마이클베이도 마리킴 작품 팬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일보

마리킴이 지난 9월 2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서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마리킴 인스타그램

최근에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 미술장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서 "스티커를 붙이세요. 제 몸 어디를 먼저 봤나요?"라는 문구가 새겨진 피켓을 들고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보여 화제가 됐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가나 아트갤러리 작업실에서 개인전 준비에 한창인 마리킴을 만났다. 자신의 아이돌 그림 옆에 서 있는 마리킴 작가를 보자 마치 그림 속 아이돌을 현실에서 보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마리킴은 "작가가 어떤 미술적 장르로 분류되는게 아니라 개인 자체가 미술의 한 장르가 되고, 브랜드가 되기를 원한다"고 했다.


4년 만에 한국에서 개인전을 연다고 들었습니다.


"지난 8월 국내 가나 아트갤러리와 계약을 맺고 한국에서 내년 5월 가나 아트센터에서 작품전을 열기로 했어요. 한국에서는 약 4년 만의 개인전이죠. 한국에선 2016년 1월 개인전이 마지막이었거든요. 작년에 패션브랜드 사업도 시작해서 운영 중이고 해외 전시회 일정에 집중하느라 좀 바빴어요. 내년 3월에 독일 베를린에서도 개인전이 있어서 내년 1월까지는 작품을 마감해야 해요.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어요.

조선일보

마리킴이 마이클베이 감독과 함께 찍은 사진(왼쪽)과 2016년 미국 LA에서 열린 마리킴 개인전 전시장 전경(오른쪽). /마리킴 인스타그램

해외 활동을 하면서 음악가 캘빈 해리스,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댄스상을 받은 가수 스크릴렉스, 영화 트랜스포머를 만든 감독 마이클베이 같은 해외 유명인들과도 잘 알게 됐구요. 마이클베이 감독은 2016년에 미국 마이애미 개인전에 제 작품을 보러왔는데 저녁을 같이 먹으면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지금은 서로 메시지도 주고받는 사이가 됐어요."

조선일보

마리킴 그림으로 꾸며진 미국 마이애미 코모도 라운지 전경(왼쪽)과 마리킴이 미국 마이애미 개인전을 찾아온 가수 캘빈 해리스, 가수 스크릴렉스와 함께 찍은 사진(오른쪽). /마리킴 인스타그램

작가님도 단편 영화를 직접 만들지 않았나요.


"네 맞아요. 제가 대학에서 영상 쪽을 전공해서 직접 단편 영화를 만든 적이 있어요. 시나리오부터 연출, 주연 배우로 출연까지 제가 모두 다 했어요. 영화 제목도 제 작품과 동일하게 ‘아이돌(Eyedoll)’인데요. 13분 정도 분량으로 짧게 만들었답니다. 아직 외부에 공개는 안했는데요. 작품 콘셉트와 맞는 작품전을 할 때 전시장에서 상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마리킴이 연출한 단편영화 ‘아이돌(Eyedoll)’ 촬영장 모습.

이번 개인전의 주제는 뭔가요.


"'오마주(Hommage)'라는 프랑스 말이 있어요. 영상 예술에서 어떤 작품의 장면을 차용해 그 감독에 대한 존경의 표시를 나타내는 말인데요. 베를린 개인전 주제는 걸작(Masterpiece)을 오마주해서 마리킴화 하는 거에요. 키스 반동겐이나 클림트 같은 작가의 그림도 오마주로 그렸어요.


한국 개인전 주제도 비슷한데요. 한국의 고전 걸작을 오마주 한 작품을 계획하고 있어요. 한국 고전 걸작 중에선 '미인도'라는 작품을 오마주 한 적이 있는데요. 그 이후로는 없었거든요. 기대하셔도 좋을 거에요.(하하)"


최근에 크리스티 뉴욕 옥션에서 그림이 팔렸다면서요.


"네 맞아요. 4000달러(약 470만원)에 시작한 스몰 사이즈 그림(72cm x 90cm)이 경매에서 1만5000달러(약 1800만원)에 팔렸어요. 여기서 그림이 팔린 건 한국인 작가 중 드문 일이라고 들었어요."

조선일보

크리스티 뉴욕 옥션에서 팔린 아이돌 그림(왼쪽)과 신윤복 작가의 ‘미인도’를 오마주한 그림(오른쪽). /마리킴

아이돌 그림이 작가 자신을 투영한 것이란 말이 있던데요.


"그림 속 큰 눈을 가진 아이돌이 저인지 묻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저를 그리겠다고 마음먹고 그린 건 아니였어요. 그런데 작가들이 저마다 그림에 자기 자신을 투영하려는 욕구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도 실제론 작가 자신을 그린거라는 말이 있잖아요."


작품에서 눈에 포커스를 맞춘 이유가 궁금합니다.


"눈은 인간의 몸에서 밖으로 나와 있는 유일한 장기에요. 눈은 사람의 겉과 안을 이어준다고 생각하거든요. 사람의 내면을 눈을 통해 볼려고 하잖아요. 진실을 말하는지 확인할 때도 눈을 보고요. 그리고 저는 우주에서 먼 거리를 가로 질러 지름길로 여행할 수 있다고 하는 가설적 통로인 웜홀같은 존재가 사람의 눈이라고 생각해요. 마치 인터스텔라처럼요."


우주를 주제로 작품전을 한 적도 있으시죠.


"2016년에 ‘세티(SETI)’ 개인전을 열었을 때 우주 외계생명체가 탄생한 창세기로부터 현재, 미래까지의 변화를 담은 세계를 작품 주제로 했었죠. 사실 저는 우주와 외계인 이런 SF과학에 관심이 많아요. 인간과 교신 가능한 지적 외계생명체의 수를 계산하는 데 사용되는 드래이크 방정식이라는 게 있는데요. 저는 이걸 제 작업실 벽에 새기고, 소파에도 그렸어요. 죽기 전에 외계인을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 사람들에게 얘기하기도 했어요. 작품 활동이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것을 계속해 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만나지 못해 본 외계인을 만나고 싶고 경험하지 못한 우주에 대해 궁금증을 품는 것도 새로움을 추구하는 그런 맥락인 것 같아요.

조선일보

마리킴 작품 우주비행사 아이돌. /마리킴 인스타그램

그래서인지 드라마나 영화도 우주나 SF과학을 다룬 걸 좋아해요. 최근엔 시공간 역설을 다룬 미국 드라마 '12 몽키즈'를 보고 있습니다. 일주일 만에 시즌 1을 다 봤어요.(하하)"


작업실에 진화론을 다룬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책이 있네요.


"네 맞습니다. 제가 과학 서적을 좋아하는데 지금 보고 있는 책이에요. 저는 인간은 유기적으로 진화가 계속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거든요. 앞으로 인간이 어떤 형태로 변할지를 알려면 과거의 진화를 알아야 한다고 보거든요. 공룡은 1억년 이상을 살았지만 멸종했어요. 인간은 지구상에 나타난지 몇백만년 밖에 안 돼서 공룡보다 짧은 기간을 살았잖아요. 인간 중심으로 생각하는게 유의미한가 그런 생각도 하게 됐어요. 원래는 영문 원서를 읽었는데 이해가 어려웠어요. 최근 장대익 박사님이 새롭게 번역한 책이 나와서 읽기가 훨씬 쉬워진 것 같아요."


지난 9월 아트페어에서 퍼포먼스는 어떤 의미였나요. 작품들이 ‘눈’과 관련 있어서 사람의 ‘눈’을 가장 먼저 보는지 실험한 퍼포먼스라고 해석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요.


"제가 아이돌을 그리지만 사람의 눈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한 퍼포먼스는 아니에요. 몸에 국한했기 때문에 얼굴은 실험 대상이 아니었거든요. 실제로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쳐다볼 때 가장 먼저 바라 보는 특정 신체 부위가 있다고 해도 그걸 말이나 행동으로 외부에 표현하는게 일치하기란 어렵다고 봐요. 외부 시선 때문이죠. 이러한 인간의 의식이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고민했어요. 자신이 실제 인식한 것과 외부에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일치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제 퍼포먼스를 보거나 참여한 사람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고 싶었죠. 좀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었어요. 아 그리고 올해 1월 미국 LA에 이어 지난 7월 영국 런던에서도 동일한 퍼포먼스를 진행했답니다."

조선일보

마리킴은 지난 7월 영국 런던에서도 동일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마리킴 인스타그램

자신의 몸을 이용한 퍼포먼스가 인상적인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신디 셔먼이라는 여성 작가를 좋아하는데요. 이 분은 자신의 몸을 변형시켜 사진으로 기록한 분이에요. 여고생부터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을 자신의 몸을 변형시켜 연출했죠. 그림은 아니지만 이번 퍼포먼스에서 제 자신의 몸을 이용했는데 어떻게 보면 제가 좋아하는 작가의 영향을 받은 건지도 모르죠(하하).


사실 이런 부분은 제가 그린 그림에서도 잘 나타나는데요. 신디셔먼의 작품에서 본인 얼굴이 변형되는 작업과 제 작품에서 아이돌의 얼굴이 변형돼 각기 다른 작품이 되는 점도 어찌보면 비슷한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선일보

마리킴이 운영하는 패션브랜드 마리마리 팝업스토어 전경(왼쪽)과 자신의 아이돌 디자인을 접목시킨 패션 제품들(오른쪽). /마리킴 인스타그램

사업을 시작했던데요. 김범수 카카오 의장도 투자했다면서요.


"제 아이돌 그림을 제품 디자인에 응용하기도 하구요. 패션 제품들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회사를 작년에 창업했어요. 가방이나 스카프 등 다양한 제품들을 만들고 있어요. 김범수 의장님이 100% 지분을 보유한 케이큐브홀딩스가 저희 회사에 조금 투자를 하셨어요. 지분 일부를 가지고 계시죠."


프랑스 골프웨어 ‘까스텔바작’과 비슷한 콘셉트 아닌가요.


"화가 까스텔바작의 이름과 그분의 디자인을 이용한 패션 브랜드 저도 알아요. 그런데 까스텔바작 자신이 직접 회사를 차려서 운영하진 않았어요. 그런 점에서 저와는 다르죠."

조선일보

마리킴. /마리킴 인스타그램

앞으로 어떤 작가로 남고 싶은가요.


"사람들은 저를 팝아티스트라고 부르는데요. 팝아트는 1960년대 미술의 한 장르인데 저는 이미 소멸된 사조라 생각하거든요. 저는 팝아티스트가 아니라 현대미술가에요. 그리고 어떤 미술적 사조에 제가 분류되기 보다는 작가 개인이 브랜드가 되고 개별 미술 장르로 불려야 한다고 봐요. 저는 마리킴이라는 브랜드이자 마리킴이라는 미술 장르를 만들어 가고 싶어요. 또 여성 작가로 역사에 남는 의미 있는 행적도 남기고 싶어요."


심민관 기자

오늘의 실시간
BEST
chosun
채널명
조선일보
소개글
대한민국 대표신문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