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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by 조선일보

따끈한 와인 칵테일 '뱅쇼' 한잔… 감기야, 뚝 떨어져라

맛있는 감기 요리


요리 연구가 유영윤(49)씨는 지난 24일 첫눈이 펑펑 내리자 초등학생 아들과 눈싸움을 하고 들어오면서 창고에 있는 싸구려 와인 몇 병을 꺼냈다. "아이 옷이 흠뻑 젖었더라고요. 감기에 걸릴까 봐 걱정됐죠. 이럴 때 따뜻한 뱅쇼를 만들어 마시면 감기를 쉽게 물리칠 수 있어요."

따끈한 와인 칵테일 '뱅쇼' 한잔…

찬 바람 불 때 먹어주면 좋은 이색 음식. 차려 내면 인증 샷 찍기에 좋을 만큼 예쁜데다 몸을 한껏 덥혀줘 감기 예방에도 좋다. 따끈하게 끓여낸 뱅쇼. /이진한 기자

뱅쇼(Vin Chaud)는 따뜻한 와인이란 뜻. 대형 마트에서 파는 6000~7000원짜리 와인 두어 병을 큰 냄비에 콸콸 쏟아붓고 집에 남은 과일을 찾아 썰어 넣는다. 오렌지·레몬·사과·배처럼 향이 좋은 과일은 다 괜찮다. 감이나 대추를 넣기도 한다. 여기에 통계피·황설탕·통후추를 입맛에 맞게 넣어준다. 매콤한 향을 더하고 싶을 땐 팔각이나 정향, 월계수 잎 같은 향신료를 넣지만 생략해도 된다. 팔팔 끓어 오르면 약한 불에서 25~30분 정도 더 끓인다. 알코올은 날아가고 과일의 향과 맛이 녹아들어 달콤해진다. 병에 담아주면 완성! 냉장고에서 열흘까지도 보관이 가능하다. 유씨는 "계피나 정향이 몸의 온도를 한층 높여준다. 춥고 으슬으슬할 때 온 가족이 약처럼 마시기 좋고 연말 분위기 내기에도 제격이다. 알코올이 없어 아이들이 마셔도 괜찮다"고 했다.

 

따끈한 와인 칵테일 '뱅쇼' 한잔…

찬 바람 불 때 먹어주면 좋은 이색 음식들. 위부터 에그노그와 영귤에이드, 굴라시. /메이스테이블·게티이미지코리아

부모 세대가 쌍화탕과 설렁탕을 먹고 감기를 물리쳤다면, 최근엔 감기 요리조차 멋과 분위기를 생각한다. 연희동 사는 푸드 스타일리스트 메이씨는 연말에 에그노그(Eggnog)를 만들어 먹는다. 우리말로 풀면 '유럽식 달걀술'. 따뜻하게 데운 우유 두 컵과 생크림 한 컵에 달걀노른자 4개와 설탕을 넣고 잘 섞어 약불에 우르르 끓여준다. 달걀흰자는 따로 설탕을 조금 넣고 거품기로 휘저어 거품(머랭)을 만든다. 우유·노른자 끓인 것에 흰자 거품을 섞어주고 바닐라 시럽과 육두구(nutmeg), 럼주 약간 넣어주면 끝. 메이씨는 "온 가족이 나눠 먹으면서 파티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예전엔 이런 음료 소개하면 '누가 그런 걸 만들어 먹느냐'는 댓글이 많았는데 요새는 덜해요. 스마트폰으로 버튼만 누르면 온갖 재료가 하루 만에 배달되는 세상이니까요(웃음)."


서울 광화문과 전주 한옥마을에서 카페 '홀드미커피'를 운영하는 김용준 대표는 영귤청으로 감기를 예방한다. 영귤(瀛橘)은 레몬보다 비타민C와 칼슘 함량이 높아 감기에 좋은 대표 과일. 베이킹소다로 깨끗이 껍질을 씻어낸 영귤을 슬라이스로 썰고 미리 씨앗을 빼서 쓴맛이 나지 않게 한 다음 설탕에 충분히 재워놓는다. 냉장고에 두었다가 따뜻한 물이나 탄산수에 수시로 타 먹으면 영양제와 진배없는 효과를 낸다고. 김 대표는 "맛과 향이 레몬이나 라임보다 낫다"고 했다.


홍보 대행사 대표 김효완씨는 겨울이면 헝가리 국물 요리인 굴라시(goulash)를 보약처럼 만들어 먹는 경우다. 매년 겨울이면 닭뼈로 한 솥 가득 육수를 낸 다음 껍질 벗긴 토마토와 토마토 페이스트, 양송이, 소고기 등심, 감자, 당근을 큼직큼직하게 썰어 넣고 반나절 이상 끓여낸다. 소고기 등심은 소금·후추 밑간을 따로 하고 양파와 버터로 따로 볶아놓았다가 넣기도 한다. 김씨는 "쌀쌀할 때 이보다 좋은 음식도 없다"고 했다.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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