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프리오가 던진 유혹의 멘트는 무엇이었나, 영화 ‘플라워 킬링 문’ 쉽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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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신정선 기자입니다. ‘그 영화 어때’ 15번째 레터는 마틴 스콜세지의 ‘플라워 킬링 문’ 쉽게 보기로 보내드립니다. 19일에 개봉했는데 미국에선 벌써 내년 오스카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네요. 저는 일반 관객의 눈높이대로 보기 위해 영화를 먼저 보고, 그 다음에 원작을 읽었는데요, 간단한 배경 지식 위주로 몇 가지를 문답으로 준비했습니다. 저희 신문에 나간 기사 링크는 아래에 붙일게요. 관람에 도움이 되시도록 정보 위주로 썼습니다.
검은 황금을 둘러싼 비극적 연쇄살인… 인간 탐욕을 고발하다
그럼, ‘그래서 재미있냐, 아니냐’ 이런 원초적인 질문부터 시작해볼까요.
지난 19일 개봉한 영화 '플라워 킬링 문'. 벌써부터 내년 오스카의 여러 부문 후보로 거론된다. |
Q: 영화가 3시간26분이나 된다. 참고 볼 만큼 재밌나.
A: 네. 영화 ‘오펜하이머’가 길게 느껴지지 않으셨다면 이 작품도 지루하지 않으실 거에요. 저는 ‘오펜하미어’ 끝나고 나서 ‘아니, 벌써 끝난거야?’라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도 상영시간이 길다고 느끼지 않았습니다. 대가의 터치라서일까요. 단, 잘라내도 괜찮겠다는 부분은 있었습니다. 30분 정도 자르고 속도를 더 올렸으면 어땠을까 싶네요.
Q: 애플TV OTT에 곧 올라온다는데, 언제 올라오나.
A: 애플에서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만, 통상적으로 대작 영화는 45일 간격이 기본입니다. 이르면 12월 초로 미국 언론에서 예상하고 있습니다.
Q: 제목은 무슨 뜻인가. 영어 제목과 한국 제목이 달라서 더 헷갈린다.
A: 저도 그랬습니다. 심지어 책 제목도 다릅니다. 영어 원제는 ‘Killers of the flower moon’이고, 한국어 영화 제목은 ‘플라워 킬링 문’, 한국어 책 제목은 ‘플라워 문’입니다. 인디언의 시적인 표현이고요, 플라워 문은 5월에 뜨는 달인데요, 그맘때 자라난 키 크고 장대한 꽃들에 가려져 4월에 피었던 작은 꽃들이 시들어가며 흩날리다 땅에 묻힌다고 해요. 누가 죄없는 꽃을 죽이는 걸까요. 그걸 추적하면서 책도 전개되고 영화도 펼쳐집니다.
Q: 영화에 나오는 내용은 전부 사실인가.
A: 네, 원작이 FBI 문서 등 방대한 공식 서류와 취재를 모아쓴 논픽션입니다. 영화는 실제 사건에 영화적인 상상력을 입혀서 인물의 감정이나 대화를 재창조하고요. 예를 들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인디언 여성 몰리가 만나고 가까워지는 장면을 만들어 넣었습니다. 돈없는 백인 디카프리오는 택시기사(말이 택시지 인력거 비슷한)고, 부유한 인디언 여성 몰리는 승객입니다. 디카프리오가 몰리에게 “지금 하신 인디언 말은 아마도 제가 잘생겼다는 말이겠죠”라는 식의 느끼한 작업용 멘트를 던지는데요, 아주 잘 어울립니다. 그 말을 듣고 피식 웃는 몰리. 이미 빠져버렸습니다. 디카프리오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한 몰리가 하는 말은 “라면 먹고 갈래요?”의 인디언 버전인 “저녁 먹을래요?”였고요. 동서고금 불문하고 먹고 갈거냐고 물어봐야 이뤄지나 봅니다.
Q: 영화에서 몰리가 돈을 쓸 때마다 동의를 구하러 찾아간다. 왜 그런가.
A: 당시 정부가 인디언들을 금치산자로 취급했기 때문입니다. 순수혈통일수록 더 그랬습니다. 법원에서 ‘종족적 취약점’이라고 했다는군요. 반드시 백인 재정후견인을 두도록 강제했고, 영화에서 묘사하듯 절차를 거쳐야만 돈을 쓸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후견인들이 착복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고 해요. 인디언이 쓴 돈보다 부풀려서 지출하고 중간에서 가로챈 거죠. 인디언들에게만 통용되는 가격이 따로 있었고요. 같은 상품이라도 백인이 사면 100원, 인디언이 사면 1000원하는 식으로요.
Q: 인디언의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서 죽였다고 하는데. 그 땅을 사들이면 되지 왜 죽이기까지 했나.
A: 그 땅은 거래가 안 되고 반드시 상속을 통해서만 물려받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인공 몰리 가족의 돈을 차지하기 위해 드니로와 디카프리오 일당이 몰리 가족들을 하나씩 차례로 살해하는 거고요. 다 죽고 나면 몰리가 유일한 상속인이 되고, 마지막으로 몰리만 죽이면 남편인 디카프리오가 다 가질 수 있다고 본 거죠.
Q: 영화에 나오는 FBI 활약은 다 사실인가.
A: 네, 책에서는 FBI 수사 분량이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대폭 할애돼 있습니다. 원래 ‘Killers of the flower moon’ 뒤에 붙은 부제가 ‘The Osage Murders and the Birth of the FBI’, 즉 ‘오세이지 살인사건과 FBI의 탄생’이에요. 1920년대 초반에 막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한 FBI와 수사관 톰 화이트(영화에서 제시 플레멘스가 맡은 역할)의 실제 수사에 대해 자세히 기록하고 있어요. 원래 디카프리오 역할이 수사관 톰 화이트였는데, 각색 과정에서 수사관 부분이 덜어내지면서 역할도 변경됐다고 하네요.
Q: 그 땅의 인디언들은 그후로도 석유 부자로 잘 살고 있나.
A: 아니요. 영화 속 살인사건이 1921년, FBI 수사가 벌어진 때가 1925년이죠. 그 후로 4년 뒤인 1929년 대공황이 덮치죠. 배럴당 3달러 넘었던 석유값이 1931년에는 65센트로까지 떨어졌습니다. 게다가 유전에 매장됐던 석유도 고갈되기 시작했고요. 그래서 카지노를 새로운 수입원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래도 예전과 같을 수는 없죠. 책에는 주인공들의 후손까지 만나서 취재한 내용이 들어가 있는데, 제가 기자라서 그런지 참 감탄스러웠습니다.
영화 ‘플라워 킬링 문’의 부부 어니스트(왼쪽)와 인디언 여인 몰리. 몰리 역 릴리 글래드스턴의 연기가 뛰어나다. |
Q: 81세 스콜세지옹이 차기작을 벌써 준비하고 있다는데 사실인가. 디카프리오도 나온다던데.
A: 네, 맞습니다. 바로 ‘플라워 킬링 문’의 작가 데이비드 그랜의 올해 신작인 ‘The Wager: A Tale of Shipwreck, Mutiny and Murder’ 입니다. 이번에도 애플이 판권을 샀다고 합니다. 한국어로 직역하자면 ‘모험가: 난파, 반란 그리고 살인’인데요, The Wager는 영국 배 이름이라고 합니다. 아마존에서 정보를 찾아보니 18세기 스페인 보물선을 찾아나선 영국 선원들의 반란과 배신, 제국의 통치와 야만성을 다룬다고 합니다. 서평이 매우 좋군요. 스콜세지옹이 더 늙기 전에 좋은 작품을 많이 보여주시길 기대합니다.
‘플라워 킬링 문’은 이번주 박스오피스에서 2위를 했는데요, 25일 수요일에 개봉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어느 정도 반응을 얻느냐에 따라 ‘플라워 킬링 문’ 성적도 영향을 받을 것 같습니다. ‘그대들’은 그 무엇도 알려주거나 홍보하지 않는 ‘노 마케팅’으로 유명해졌죠. 심지어 일본은물론 한국에서도 언론 시사회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거나말거나 실시간 예매율 1위네요(22일 현재). 스콜세지냐, 하야오냐. 관객의 선택이 기다려지는 한 주입니다. 지난 7월에 일본에서 개봉했을 때 극과 극으로 갈린 현지 반응을 저희 신문에 기사로 썼씁니다. 아래 링크 붙일게요. 영화 관람에 도움이 되시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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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