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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 진짜 계란 요리는? 눈은 "똑같다" 혀와 코는 "아니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짜 음식'으로 하루 살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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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달걀(왼쪽)과 가짜 달걀로 요리한 스크램블 에그. 겉으로는 거의 구별이 불가능하지만, 맛과 식감은 차이가 있었다. 오른쪽 사진의 왼쪽은 진짜 치킨너깃·소시지이고 오른쪽은 콩고기로 만든 대체품. 역시 육안으로는 구분하기 쉽지 않다./새너제이=박순찬 특파원

21일 오전 8시(미국 현지 시각)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노란 '달걀 물'을 부었다. 달걀이 익기 시작하자 플라스틱 주걱으로 살살 밀었다. 5분쯤 지나자 '스크램블 에그'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 요리는 '가짜'다. 달걀 물 대신 미국의 푸드테크(음식 기술) 기업 '저스트'가 만든 '저스트 에그(Just Egg)'를 부어 만들었다. 녹두와 강황·당근과 같은 식물성 재료로 달걀 고유의 식감(食感)과 맛을 재현했다고 선전하는 제품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집 근처 마트에서 7.99달러(355mL)를 주고 사왔다. 가격은 일반 유기농 달걀보다 2배 정도 비싸다.


완성된 요리의 겉모습은 감쪽같았다. 진짜 계란 요리보다 좀 더 진한 노란색이지만 모르는 사람에게 갖다 주면 십중팔구 속을 것 같았다. 다만 향(香)은 속이지 못했다. 말 그대로 녹두전 냄새였다. 식감과 맛에서도 차이가 났다. 진짜 달걀은 덩어리가 차지게 입에서 부서지지만, 가짜는 부드럽게 뭉쳐진 균일한 반죽이 사르르 녹는 느낌이었다. 눈은 '이건 달걀'이라고 하는데, 혀와 코는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하루 세 끼, 가짜 음식으로 살다

지금 미국 실리콘밸리는 '가짜 음식' 열기로 뜨겁다. 식물성 재료로 고기와 달걀, 해산물을 대체하려는 실험이다. 공장식 가축 사육 환경, 고통스러운 죽음이 동반된 육류(肉類) 소비를 거부하고 이른바 '착한 음식'을 먹고 싶다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태어난 세대)의 욕구에 첨단 기술 기업이 부응한 결과다. 소수의 취향 같지만 이미 미국에선 대형 마트, 패스트푸드 체인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국 상륙을 앞둔 이 '가짜 음식'들로 하루를 살아봤다.


점심은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패스트푸드점 '버거킹'으로 향했다. 버거킹은 지난 6월부터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 베이(bay) 지역의 111개 매장에 가짜 고기 패티를 넣은 '임파서블 와퍼(Impossible Whopper)'를 팔고 있다. 미국 푸드 테크 기업 '임파서블 푸드'로부터 공급받은 콩고기로 만든다. 가격은 6.99달러로 일반 와퍼(5.99달러)보다 1달러 비싸다. 마침 버거킹은 임파서블 와퍼와 일반 와퍼 두 개를 7달러에 주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었다. 계산대 직원은 "둘 다 먹어보고 맛을 비교해보라"고 했다. 가짜 버거를 한 입 먹고 물로 입을 헹군 뒤 일반 버거를 먹었다. 소스와 야채 맛이 뒤섞인 탓에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양쪽에서 고기만 빼내 먹어 보니 그제야 차이가 느껴졌다. 울퉁불퉁한 소고기 패티는 특유의 씹는 맛과 불 냄새, 짠맛, 깊은 풍미가 느껴졌다. 반면 매끄러운 표면의 콩고기는 부드러운 식감에 깊은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저녁은 콩으로 만든 치킨너깃과 소시지를 택했다. 대형 마트의 '식물성 단백질(Plant-based protein)' 코너에서 칠면조 고기, 닭 날개, 미트볼 등 수십 종의 콩고기 중에서 골랐다. 300g짜리 치킨너깃 가격이 4.69달러로 일반 제품보다 2배 정도 비쌌다. 쫄깃함 없이 부드러운 속 재료로 단단하게 채운 듯한 식감이었다. 소시지도 진짜 씹는 느낌을 어느 정도 흉내 냈지만 70% 수준이었다. 다만 채식주의자에겐 '고기 없는 허전함'을 상당히 채워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날 먹은 '가짜 음식' 세 끼는 진짜에 비해 칼로리, 지방, 콜레스테롤이 모두 낮았다. 다만 맛을 내기 위해서인지 설탕과 나트륨(sodium) 성분은 더 많았다.

엄격한 채식주의, 왜 대세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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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기 패티를 넣은 임파서블 와퍼를 판다는 버거킹 포스터. /새너제이=박순찬 특파원

'가짜 고기의 열기가 뜨겁다.'(블룸버그), '비건(Vegan) 레스토랑이 뜨고 있다.'(포브스) 주요 외신들은 최근 '가짜 음식'을 다룬 기사를 여럿 내보냈다. 육류·생선뿐만 아니라 우유·계란·꿀까지도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비건'이 최근 급부상한 탓이다. 2015년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중 비건 비중은 0.4%에 불과했다. 하지만 수년 새 상황이 변하면서 급기야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올해를 '비건의 해'라고 부르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는 채식주의자가 아닌 사람까지 채식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물성 고기가 실제로 소·돼지를 키우는 것보다 물 소비와 탄소 배출이 적고, 서구인의 비만 해소에 도움이 되며 나아가 빈국(貧國)의 기아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선한 뜻에 지갑을 여는 것이다. 이런 바람은 윤리적 소비, 지속 가능성에 가치를 두는 밀레니얼 세대가 이끌고 있다.


미래 주력 소비층이 움직이자 관련 기업에도 돈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시초 가격 25달러로 뉴욕 증시에 상장한 '비욘드미트(Beyond Meat)'의 주가는 현재 6배가 됐다. 식물성 달걀을 만드는 저스트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홍콩 최대 부호 리카싱 등 글로벌 큰손들로부터 2억5000만달러(약 30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최근 창업자가 방한했고 내년 초 한국에도 진출한다.


실리콘밸리의 관심은 고기·유제품을 넘어 해산물로도 향하고 있다. '핀리스 푸드(Finless Foods)'라는 스타트업은 세포 배양을 통해 신선한 참치살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조만간 연어, 게, 성게 알과 같은 '식물성 해산물'도 식탁에 오를 전망이다. 관건은 맛·영양을 모두 지키면서도 대량생산·비용 절감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무섭게 한쪽으로 쏠리는 '인공 음식 열풍'에 대한 반론도 있다. 미국 유기농 수퍼마켓 체인 홀푸드마켓의 창업자 겸 CEO(최고경영자)인 존 매키는 21일 CNBC 인터뷰에서 "이런 고도의 가공식품을 먹는 것이 건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고, CN BC도 "이런 견해는 매키의 것만이 아니다"라고 했다.


실리콘밸리=박순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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