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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by 조선일보

데이팅앱 가입 후 48시간… 5000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아무튼, 주말] 소개팅보다 데이팅앱 시대 직접 가입해보니

[아무튼, 주말]

소개팅보다 데이팅앱 시대

직접 가입해보니


‘***님이 당신을 좋아합니다.’


연애를 하지 않는 이상 1년에 한 번도 들어 보기 힘든 말, '좋아합니다'. 5일 하루에만 25회 들었다. 평생 동안 이 말을 들은 횟수를 합친 것보다 최근 닷새 동안 들은 횟수가 최소 열 배는 더 많다. 그것도 매번 다른 사람에게서. 비결은 데이팅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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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애를 시작한 동갑내기 친구에게 물었다. "어떻게 만났어?" "아, 앱에서."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의 미혼자들에게 연애나 데이트 상대를 데이팅앱에서 만났다는 얘기를 자주 들을 수 있다. 데이팅앱은 이미 20~30대 사이에서 소개팅의 강력한 대안이 됐다. 앱스토어에 나온 데이팅앱은 200개가 넘는다. 국내 비게임 앱 중 매출 1위인 '카카오톡'을 제외하면 2위부터 5위까지 전부 데이트앱이 순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사용자가 많다. 업계에서는 시장 규모를 2000억원(2018년) 정도로 보고 있으며 1~2년 내 5000억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난해 8월 스탠퍼드대학 등에서 나온 조사 결과에 따르면, 데이팅 앱 문화가 한국보다 일찍 정착한 미국에서는 연인·부부의 40%가 온라인에서 만났다. '만난 계기'에서 온라인은 소개팅, 술집 등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과거에는 이런 앱이 가벼운 만남을 주선한다는 선입견이 강했다. 2010년 출시돼 국내 초창기 데이팅앱으로 꼽히는 '이음'은 애초 20대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이제는 30대 초중반이 많은 편이다. 김도연 이음 대표는 "데이팅앱이 갖고 있던 부정적인 이미지나 오해는 이제 거의 없다"며 "앱으로 연애 상대를 만난다는 건 더 이상 특별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혼자 술 마시는 사람을 예전에는 이상하게 봤지만, '혼술'이란 말이 나온 지 몇 년 만에 문화로 자리 잡았어요. 데이팅앱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도 이제는 문화입니다."


데이팅앱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연애를 할 수 있을까? 해외 데이팅앱의 원조랄 수 있는 '틴더'와 '커피 미츠 베이글', 그리고 국내에서 가입 자격으로 논란을 일으킨 '아만다'와 '스카이피플'에 가입해봤다.


'기혼' '성관계만' 당당히도 적어놔


3일 오후 5시쯤 틴더에 가입했다. 2019년 전 세계인이 가장 돈을 많이 지출한 앱이다. 2018년 한 해의 매출은 9000억원이었다. 회원 가입 절차가 따로 없어서 쉬웠다. 이름과 나이를 적고 사진을 올리면 끝이다. 실명도 필요 없고, 얼굴이 안 나온 사진을 올려도 된다. 나이도 확인하지 않는다. 남성 회원들의 사진을 엄지손가락으로 쓱쓱 넘겨봤다. 일명 '스와이프(휴대전화의 화면을 살짝 밀어내는 동작)'다. 프로필을 보다가 마음에 드는 사람을 발견하면 오른쪽으로 밀고, 그렇지 않으면 왼쪽으로 밀면 된다. 틴더를 성공시킨 요인 중 하나로 스와이프가 꼽힌다. 손가락 끝에 이성을 선택하는 권력이 있다는 쾌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두 시간이 지나자 900개에 가까운 '좋아요'를 받았다. '틴더'를 비롯해 다양한 데이팅앱을 5년 넘게 써온 강모(37)씨는 "틴더에는 가벼운 만남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만남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 남자들은 아주 싫지 않은 이상 '좋아요'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48시간이 지났을 때 '좋아요'를 표시한 사람들은 5000명이 넘었다. "가벼운 만남은 역시 틴더"라는 얘긴 틀리지 않았다. 네 개의 앱 중 유일하게 프로필에 'FWB'(Friends with Benefit·서로의 필요에 의해 가끔 성관계를 맺는 친구)나 'married'(기혼)라고 자기 소개를 써놓은 이들을 볼 수 있다. 자신의 반나체 사진을 올리는 남자들이 유독 많은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커피 미츠 베이글'은 틴더만큼이나 가입하기가 쉬웠지만, 진지한 만남에는 틴더보다 낫다는 평이 맞았다. 여기서도 인증 절차나 사진 규정 같은 것은 없었지만, 틴더처럼 얼굴 사진 대신 캐릭터 사진을 올린다거나 프로필에 아무것도 쓰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프로필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쓰는 칸이 있다. 강제성이 있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여기에 자신의 취향을 드러낼 무언가를 적어놓는다. '커피 미츠 베이글'에서 호감을 보이는 남자 숫자는 틴더보다 훨씬 적었지만, 성공 확률은 더 높아 보였다. 틴더에서 대화 한두 마디 하고 "오늘 밤늦게 술을 마시자"는 남자들이 있었지만, '커피 미츠 베이글'에서는 프로필에 적힌 좋아하는 가수나 영화, 드라마 등을 소재로 대화를 이끄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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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팅앱 ‘아만다’의 예시 화면.

남자는 스펙, 여자는 사진?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여서 '아만다'란다. 사진을 두 장 이상 올려서 회원들에게 외모 평가를 받은 뒤에 5점 만점에 3점 이상을 받아야 가입을 할 수 있다. '외모 지상주의'로 비판을 많이 받았지만, 오히려 그게 성공 요인이 됐다. 포털사이트에 '아만다'를 검색하면 '3점 이상 받는 법', '아만다에 합격하는 법'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들만의 리그'에 꼭 끼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하는 것 같았다. 한 벤처캐피털리스트는 "클럽도 개업했을 때 '물이 좋다'는 소문을 내기 위해 외모가 출중한 남녀를 고용하거나 이런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이벤트를 많이 벌인다. 소개팅앱도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아만다'는 출시 초반에 외모 심사를 엄격하게 하는 듯한 인상을 줘서 성공했고, 지금은 그 심사가 훨씬 완화돼서 예전보다 통과하기 수월해졌다"고 했다.


가입 과정이 다른 데이팅앱과 달라서 그렇지, 일단 가입하고 보면 별반 차이는 없다. 외모가 출중한 사람들만 모여있는 것도 아니었고, 취미나 출신 학교, 직업을 드러낼 수 있는 프로필이 있어서 외모만 보고 상대를 선택하는 것도 아니었다. 가입 때 받았던 점수와 그 점수가 상위 몇 퍼센트에 해당하는지는 본인만 알고 있는 것이지 공개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 회원이 되면 예비 신규 가입자들의 외모를 평가할 수 있다.


'스카이 피플'은 남녀에게 다른 가입 기준을 들이댄다. 남자의 경우 서울의 중상위권 대학 혹은 지방 명문대를 나오거나 공무원, 대기업, 전문직 등의 확실한 직장을 갖고 있으면 가입이 가능하다. 이를 증명하기 위한 서류나 이메일을 등록해야 한다. 여자는 사진 세 장과 키, 취미 등을 적은 프로필만 올려놓으면 된다. 휴대전화 본인 인증을 하기 때문에 다른 앱과 달리 나이를 속이기 어렵고, 가입 승인을 받기까지 하루가 걸린다. 남자들의 가입 절차가 더 귀찮고 까다로워서 여자가 많을 줄 알았는데 남녀 비율은 1.65:1이다.


호감을 표시할 때 오케이를 보낸다. 첫날 20개의 오케이가 왔다. 그들이 보내는 글은 하나같이 "저랑 잘 맞을 것 같습니다. 차나 식사 한번 하고 싶습니다"였다. "반려자를 찾고 있다"고 하는 이도 있었다. 결혼을 염두에 둔 사람들이 가입하는 앱이라는 세평이 이해가 갔다. 가입 승인이 이뤄진 다음 날 아침 '매력지수'를 알려줬다. 전날 사람들이 보여준 호감에 따라 5점 만점의 점수와 백분위를 알려준다. 인기 투표 순위 같은 것이다. 매일 오전 업데이트가 된다. 3일 동안 이 점수를 받아보니, 점수에 따라서 소개받는 남자의 숫자가 달랐다. 점수가 가장 높았던 날에는 164명, 그보다 점수가 낮은 날은 90명의 프로필을 볼 수 있었다.


돈을 써야 만남이 성사되는 시스템


네 개 앱의 공통점은 지갑을 열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온라인게임에서도 승급을 하려면 아이템을 사야 하듯 여기에서도 만남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이템을 사야 한다. 틴더의 경우, 1만8000원짜리 틴더골드를 사면 '좋아요'를 무제한으로 보낼 수 있고, 누가 나에게 '좋아요'를 보냈는지 알 수 있다. 두 사람의 '좋아요'가 일치해야 대화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아이템은 거의 필수다. 스카이피플도 '오케이'를 보낼 때 돈을 내야 하고, '오케이'에 승낙할 때도 돈을 내야 한다. 혹시 상대방이 과금 때문에 '오케이'를 승낙하지 않을까봐 그 비용까지 지불하는 '슈퍼오케이'도 있다. 의사와 같은 특정 직군의 이성을 만나려고 해도 돈을 내야 한다. '커피 미츠 베이글'이나 '아만다'도 하루에 볼 수 있는 프로필의 숫자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상대를 보기 위해서는 돈을 낸다.


틴더를 통해서 주말마다 남자를 만났던 정모(28)씨는 최근 휴대전화에서 이 앱을 삭제했다. 그는 "스와이프를 하다가 전 남자친구의 프로필을 봤다. 아는 사람들이 내 프로필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틴더가 불편해졌다"고 했다. 세상은 넓고 남자는 없는 줄 알았는데, 데이팅앱을 써보니 세상은 좁고 남자는 많다. 9일 틴더, 커피 미츠 베이글, 아만다, 스카이피플에서 탈퇴를 한 뒤, 네 개의 앱을 삭제했다.


당신이 샤론 스톤이라고? 난 톰 크루즈다


화장앱까지 동원… 가짜와의 전쟁 진짜 샤론 스톤은 계정 폐쇄 해프닝 자신이 '기혼'임을 데이팅 앱에 적어놓은 사람이 있는 게 신기한가. 하지만 이런 앱을 좀 써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런 반응이다. "차라리 그렇게 적어놓기라도 했으면 정말 다행이지. 기혼자가 미혼인 척 속이는 것보다 훨씬 낫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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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팅 앱에선 언제나 가짜와 '전쟁'이 벌어진다. 여기서는 남자가 여자 사진을 올려놓고 여자 행세를 하건, 55세면서 25세라고 하건 확인할 수가 없다. 학교나 직장, 취미도 확인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틴더, 커피 미츠 베이글, 아만다와 같은 앱은 인증 절차가 아무것도 없다. 박모(36)씨는 "틴더에서 알게 된 남자가 낯이 익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지인의 페이스북에서 본 적이 있더라. 그 지인에게 확인해보니 아내와 아이까지 있는 사람이었다. 그걸 모르고 만날 뻔한 게 아직도 화가 난다"고 했다.


사진 보정 기술이 보급되면서 의도하지 않은 거짓말이 나오기도 한다. '아만다'처럼 외모가 가입 요건 중 하나인 곳은 남자들까지 화장 앱(사진에 화장한 것 같은 효과를 주는 앱)을 동원해서 외모를 꾸민다. 홍모(38)씨는 "나이나 직장, 학교 등 프로필에 아무것도 속인 게 없는데, 데이팅 앱으로 만난 남자가 만나자마자 화를 냈다"며 "사진과 실물이 너무 달라서 시간만 버렸다는 말을 대놓고 하는데 민망해서 대꾸도 못 했다"고 했다.


신원 인증을 한다고 '가짜'가 없어질까. 비율은 낮출 수 있지만 아예 없애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보수적 국내 정서를 감안해 국산 데이팅 앱 중에는 휴대전화 본인 인증을 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최소한 나이나 성별은 속이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음'의 김도연 대표는 "본인 인증을 하는데도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프로필과 실제가 다르다'는 고객 신고와 불만이 들어온다. 아무리 인증 절차가 있다고 해도 속이려고 드는 사람은 막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샤론 스톤은 트위터에 “'범블(데이팅 앱)'에서 내 계정이 폐쇄됐다”는 글을 올렸다. ‘범블’ 사용자들이 이 계정이 가짜라고 생각하고 신고했기 때문이다. 범블 측은 스톤의 트위터를 보고 “연예인이나 다른 사람을 사칭하는 계정이 있어서 오해했다”고 밝히고 계정을 복구했다. 그만큼 가짜 계정이 많다는 게 놀랍고, 스톤이 범블의 회원이란 건 더 놀랍다.


[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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