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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일 하는지 딴짓 하는지 ‘보스웨어’가 지켜보고 있다

직원들의 모니터 실시간 확인… 녹화 기능 갖춘 보스웨어도 나와


국내 한 외국계 금융회사 직원인 A씨는 재택근무에 쓰는 PC에 일정 시간마다 무작위로 마우스를 움직이거나 키보드 타자를 치는 프로그램을 깔았다. 동료 직원에게 “인사부에서 마우스 클릭 수와 키보드 타자 수를 집계해 생산성 평가에 반영한다”는 귀띔을 받고 나서 그랬다. 일정 시간 마우스나 키보드를 사용하지 않으면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그는 “왠지 컴퓨터 앞에서 계속 일하고 있다는 신호를 회사 서버에 보내야 안심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직원들의 컴퓨터와 스마트폰 활동을 감시·분석하는 데 쓰이는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보스웨어'(bossware·키워드)라고 한다. 예전에도 대기업에선 회사 PC에 깔린 그룹웨어를 이용해 출·퇴근과 외출 여부를 판단하곤 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대유행 이후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이제는 집에서 쓰는 PC에도 이런 보스웨어를 적용해 직원들의 근무 여부나 집중도를 체크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해외에서는 보스웨어에 대한 불만 제기가 늘어나면서 논란과 충돌도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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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화면, 키보드 입력 ‘실시간 감시'


회사에서 제공하는 대부분의 클라우드(원격 컴퓨팅) 협업 도구에는 ‘관리자 기능'이 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는 직원의 이메일과 채팅 기록, 저장 공간(웹드라이브)에 담긴 데이터를 회사가 검색하고 분류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 있다. 실시간은 아니지만, 필요하면 직원의 활동을 되짚어볼 수 있는 정도다. 국내 주요 대기업의 그룹웨어에도 유사한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용 PC의 작동 여부와 특정 프로그램 실행 여부, 업무용 메신저의 사용 이력 확인 등이다.


요즘 나오는 보스웨어는 이러한 기능이 훨씬 강화됐다. 국내 한 보안 업체 대표는 “직원들의 모니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키보드에 무엇을 타이핑하는지도 들여다볼 수 있다”고 했다. 타임닥터, 테라마인드, 사피엔스 등이 대표적 제품이다. 스니크(Sneek)라는 보스웨어는 직원 컴퓨터의 웹캠과 녹음기를 작동해 일하고 있는 직원의 모습을 녹화하는 기능까지 있다.


해외에선 금융업과 제조업의 보스웨어 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실 출퇴근에 익숙한 이른바 ‘전통 업종'의 관리자일수록 직원들이 재택근무 중 ‘딴짓’을 할까 우려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주 52시간 제도 도입 이후 보스웨어 사용이 점점 보편화하는 추세라는 말이 나온다. 법정 근무시간이 줄어든 만큼 직원들이 자리 비운 시간을 더 철저하게 기록하겠다는 것이다.


자연스레 직원들의 저항이 따른다. 미국에선 일부 테크 기업이 1~5분마다 웹캠으로 직원 모습을 촬영하는 기능을 썼다가 소셜미디어에서 격론(激論)이 일었다. 온라인 화상 회의 앱인 줌은 화상 회의를 할 때 직원들이 회의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 가늠하는 표정 분석 기능과, 일부 관리자가 개인 간 채팅 내용을 열람하는 기능을 도입했다가 사용자들의 반발로 관련 기능을 수정했다. 심지어 현행법 위반 가능성도 제기된다. 영국계 은행 바클레이스는 장시간 자리를 비우는 직원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보스웨어를 쓰다 영국 당국에서 개인정보법 위반 혐의로 조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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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웨어 맞선 ‘안티 보스웨어'도


보안 업계는 보스웨어 시장 규모가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4배 이상 커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스웨어를 도입한 회사들은 “보안과 생산성 유지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항변한다. 뉴욕타임스는 “모든 직원 관리용 소프트웨어가 직원들을 실시간을 감시하는 것은 아닌 만큼 보스웨어를 둘러싼 ‘빅브러더 논쟁과 우려가 과도한 측면도 있다”며 “그렇지만 회사가 어떤 소프트웨어를 쓰느냐에 따라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고 했다.


직원들의 저항이 확산하면서 ‘안티 보스웨어’도 등장했다. 업무용 채팅인 슬랙에서 자기 상태를 항상 ‘활성(active)’으로 만들어 두는 앱이 대표적이다. 자리를 비운 것을 숨기기 위해서다. 그러나 슬랙 측이 문제 제기를 해 사용이 불가능해졌다. 감시 프로그램의 감시 자체를 막는 애플리케이션이나, 허위의 마우스 키보드 움직임을 회사로 보내는 애플리케이션도 흔한 방법 중 하나다. 보스웨어를 피하기 위해 버추얼박스(VirtualBox) 같은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PC 안에 개인용 가상 PC를 만들어 쓰기도 한다. 감시 프로그램이 깔린 윈도 운영체제(OS)와 별개인 OS상에서 자유롭게 컴퓨터를 쓰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회사가 차라리 보스웨어 사용 내용을 직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토머스 샤모로 프레무직 콜럼비아대 교수는 “보스웨어가 일부 ‘딴짓’하는 직원을 잡아낼 수 있을지라도, 잘못된 사용 관행이 드러나면 노사 관계에 큰 타격을 준다”며 “신종 코로나로 회사와 리더의 ‘공감 능력’이 더 중요해진 만큼 생산성 감시 소프트웨어를 쓸 땐 투명하게 사용 범위를 공개하라”고 했다.


[남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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