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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밤 아파트 창가로 날아온 드론, 10쌍 성관계 장면 찍고 사라졌다

[사건 인사이드] 부산 고층서 촬영중에 추락, 범인은 평범한 40대 회사원… 경찰 “드론이 몰카가 될줄은…”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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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인 지난달 19일 새벽 1시쯤, 고층 아파트가 밀집한 부산 수영구의 하늘에 어린아이 몸통만 한 물체가 날아다녔다. 드론이었다. 누가 조종하는지 모를 이 드론은 수십 분간 고층 아파트 두 개 동을 아래위로 반복해서 훑듯이 날다가 어느 순간 한 집의 창문 앞에서 고정 비행을 했다. 불이 켜져 있고 커튼이 열려 있는 집이었다. 드론에는 수십 배까지 확대 촬영이 가능한 고성능 카메라가 장착돼 있었다. 100만원이 넘는 고가의 드론이었다. 드론은 카메라 렌즈를 줌인해 집 안에서 한 남녀가 성관계를 갖는 장면을 촬영했다. 그러다 새벽 3시쯤 기계 이상으로 프로펠러가 멈춰 서더니 추락했다.


“뭔가 떨어지며 굉음이 났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부서진 드론을 발견했다. 그때 현장으로 다가오던 한 남성이 경찰을 보자마자 달아났다. 드론 속 카메라에선 남녀 10쌍의 적나라한 성관계 동영상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현장 인근 CCTV를 분석해 당시 달아났던 남성을 지난 4일 체포했다. 평범한 40대 남성 회사원이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드론을 잃어버렸을 뿐이고 일부러 성관계 영상을 촬영한 것은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이 남성은 자기가 사는 인근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드론을 띄워 조종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옥상엔 이 남성의 지인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수영구에는 해운대와 마찬가지로 고층 아파트가 많다. 창쪽에 다른 고층 아파트나 고층 빌딩이 없을 경우, 거주자들은 밖에서 누가 들여다볼 가능성이 없다고 안심하며 커튼을 치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신종 ‘드론 범죄’는 이 점을 노린 것이다.


드론은 이제 누구나 쉽게 살 수 있는 제품이 됐다. 소형 드론은 3만~4만원대, 카메라를 장착할 수 있는 수준의 드론도 10만~20만원만 주면 살 수 있다. 국토부에 신고된 드론 수는 작년 8월 기준 1만21대에 달한다. 그러나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주로 사용하는 12㎏ 이하의 드론은 신고 의무가 없어 국내에서 실제 사용되는 드론은 수십만 대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번 범행에 쓰인 고가의 드론은 소음이 작아 밤에 아파트 창문 앞을 날아다녀도 알기가 어렵다”며 “이제 고층 아파트라고 커튼을 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했다.


부산동부지청은 지난 6일 이 남성에 대해 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7일 영장을 발부했다.


[조백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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