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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골드만삭스 CEO “재택은 무슨… 사무실 복귀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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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미국계 기업 서울 사무소에 근무하는 A씨는 최근 다시 사무실로 출근했다. 미국과 주요 선진국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자 신종 코로나 사태도 한풀 꺾일 것이란 본사 판단에 따른 것이다. A씨는 “재택근무가 길어지면서 서울 오피스 내에서도 (재택근무의) 장점보다 단점이 부각되는 분위기”라며 “앞으로 재택이 부활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시대의 대세이자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 잡는 듯했던 재택근무에 반기(反旗)를 드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국내에선 사회적 분위기와 정부 지침을 중시하는 문화 탓에 이런 의견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해외에선 일부 유명 최고경영자(CEO)가 “사무실로 돌아오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심지어 재택근무에 적극적이었던 실리콘 밸리의 테크 기업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 백신 보급·확산과 함께 재택근무에 대한 본격적 반동(反動)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금융업은 재택근무와 맞지 않는다”


사무실 복귀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금융회사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회장은 지난달 말 “금융업은 도제(徒弟)식 문화가 있는 데다, 직원들 간 협업이 필수적이라 재택근무는 이상적 형태가 아니다”라면서 “지난해 10% 미만의 직원들이 사무실에 출근했는데, 이는 뉴노멀이 아니라 일탈(aberration)일 뿐”이라고 했다. 솔로몬 회장은 지난해 여름 채용한 신입 사원들이 전원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창 선배 어깨너머로 일을 배워야 할 때, 줌으로 ‘일하는 시늉’만 내고 있다는 것이다.


JP모건은 올해 상반기 중 거의 모든 직원을 다시 사무실에서 일하게 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이달부터 직원 백신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재택근무는 직원 생산성을 떨어뜨리며 직원들의 창의적 협업도 가로막는다”며 “특히 젊은 직원들이 배울 기회를 잃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JP모건의 트레이딩(상품 거래) 부서 등 일부 직원들은 이미 지난해 9월부터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업무 특성상 사무실 출근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 투자와 영업 전략을 짜야 하고, 보안이 튼튼한 사무실 컴퓨터로 업무를 처리하는 게 더 쉽다는 이유다.


핵심 인력은 출근시키고, 지원 인력은 재택으로 돌리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영국계 은행인 HSBC는 사무실 출근 인력을 40%로 줄일 방침을 발표했고, 로이즈 뱅킹 그룹도 앞으로 3년간 사무실 근무 인력을 20% 줄이기로 했다. 코로나 대유행 사태를 ‘사무실 구조조정’의 계기로 삼은 것이다.


◇재택 옹호하던 테크 기업서도 ‘반동’


실리콘밸리서도 재택근무를 보는 눈이 다양해지고 있다. 트위터 등 상당수 실리콘밸리 기업이 여전히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내비치는 CEO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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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인사 정책으로 유명한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나는 재택근무의 장점을 단 하나도 찾을 수 없다”며 “대면 접촉 없는 근무 방식은 글로벌 기업인 우리에게 부정적 영향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해 장기간 재택근무를 허용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도 최근 “직접 만나서 회의를 하면 만남 전후 다양한 대화를 통해 좀 더 의미 있는 만남을 할 수 있다”며 “오랜 재택근무는 직원들의 정신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회장은 지난해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모든 직원이 재택근무를 할 수는 없다”고 강조하면서, 상당수 인력을 현장으로 출근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의 복귀를 염두에 둔 사무실 확장도 시작됐다. 구글은 지난해 말 샌프란시스코 업무 공간을 30% 이상 늘리는 한편, 서니데일 등의 새 사무실 건설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페이스북과 아마존도 본사 확장 계획을 계속 추진 중이다.


◇이도 저도 난감… ‘하이브리드’식 해법


상당수 기업은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으려 한다. 시스코의 척 로빈스 회장은 “많은 직원이 재택근무에 따른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며 “사흘은 재택근무, 이틀은 출근하는 ‘하이브리드’식으로 출근 방식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공유 오피스가 반사 이익을 보고 있다. 재택도 사무실 출근도 아닌 ‘공유 오피스 출근’을 이런 타협점으로 보는 것이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최근 홍콩 등 일부 국가 직원들에 공유 오피스로 출근하라는 방침을 전달했다.


덕분에 공유 사무실 회사 IWG와 지난해 파산 위기까지 내몰렸던 위워크 등이 수혜를 보고 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신종 코로나 이후의 세상에선 위워크가 빛날 것”이라며 “고비용 구조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지만, 축적된 경험과 브랜드 가치를 내세워 정상 궤도에 들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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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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