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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by 조선일보

내 삶은 춤 위한 리허설… 모든 무대를 마지막처럼

장르 넘나드는 무용수 김주원… 내달 ‘사군자_생의 계절’ 무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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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22일부터 서울 정동극장 개관 25주년 기념 공연으로 무대에 오르는 '김주원의 사군자_생의 계절'의 김주원. /정동극장

이제 ‘발레리나’만으로는 그를 수식할 수 없다.


2012년 6월, 15년간 그의 이름과 동의어였던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타이틀을 내려놓은 김주원(43)은 백조가 된 듯 날아올라 무용, 연극, 뮤지컬 등 장르의 벽을 넘나들었고, 내려앉은 무대마다 깊은 발자국을 새겼다. 다음 달 22일 서울 정동극장 개관 25주년 기념공연 ‘김주원의 사군자_생의 계절’(이하 ‘사군자’)로 돌아오는 그를 8일 만났다.


작년 7월 재즈 가수 웅산과 함께한 ‘탱고 발레’, 11월 초까지 공연한 연극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에 이어 근 1년 만의 무대. 사군자를 테마로 계절의 순환 속에 만남과 헤어짐을 거듭하는 인연과 윤회의 이야기를 담는다. 배우와 무용수가 함께 무대에 오르고, 춤·대사·음악이 한데 담기는 장르를 규정할 수 없는 공연이다. 김주원의 표현으로는 ‘언어와 춤의 듀엣’. “오랫동안 세계 어디서나 공감할 수 있는 한국적인 것을 춤에 담고 싶었어요. 외롭고 힘들어도 걸어야 하는 길, 만나고 헤어지는 ‘인연’ 역시 오래 고민해온, 늘 표현하고 싶었던 주제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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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 김주원이 2020년 9월 7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한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그와 함께할 창작진은 가히 ‘공연계 어벤저스’급이다. 여러 공연에서 압도적인 한국미(美)를 선보였던 디자이너 정구호가 예술감독을 맡고, 요즘 대학로에서 가장 핫한 박소영 연출가와 지이선 작가가 합류했다. 음악은 영화 ‘기생충’의 정재일 음악감독이고, 배우 박해수와 윤나무, 발레리노 김현웅과 윤전일이 함께 무대에 선다.


왜 ‘인연’을 들여다보게 된 걸까. 김주원은 “종마처럼 내쳐 달렸던 젊은 시절엔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2017년 4월 이미 마흔 살인데, 연습하다 허리 디스크가 터졌어요. 누운 채 응급실로 실려갔죠. 제 발로는 화장실도 못 가요. 걷는 운동부터 겨우 시작해 5월쯤 겨우 걸어서 어느 벤치에 누웠는데 어린 잎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이 보이는 거예요. 덜컥 눈물이 났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순간이 있었나. 왜 이걸 처음 보지. 나, 허리 다쳐서 너무 행복하다….’ 매일 그 벤치에 가서 누웠어요. 근데 연둣빛 어린 잎이 2주도 안 돼 새파래져요. 아, 아름다운 시절은 이렇게 짧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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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22일부터 서울 정동극장 개관 25주년 기념 공연으로 무대에 오르는 '김주원의 사군자_생의 계절'의 김주원. /정동극장

그는 “매번 무대에 설 때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몇 년 전 ‘백조의 호수’를 하면서 마지막 발레공연인가 싶었는데, 정말 마지막이 됐어요. 그렇게 하나하나 매듭을 지었고, 이제 44세 발레리나가 할 수 있는 걸 하려 해요. 전에는 내 춤에만 집중했다면 이젠 동료들을 보게 되고 관객과 교감이 깊어져요. 그래서 감사해요. 무언가를 더욱 갈구하고, 갈수록 더 어려워지지만 춤 때문에 살고 춤 때문에 행복해요.”


수석 졸업한 볼쇼이 발레학교 시절부터 독하게 연습하기로 유명했던 그는 지금도 하루 너댓 시간만 잔다. 새벽 6시면 일어나 물 한 잔 마시고 무조건 발레 고무판 위에 엎드린다. 하루 연습의 시작이다. “나이 먹을수록 연습량이 점점 더 늘어요. 몸이 젊을 때 느낌을 기억하니까, 그 상태를 유지하려면 2~3배를 연습해야 토슈즈를 신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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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의 사군자_생의 계절’ 예술감독을 맡은 디자이너 정구호는 반투명 실크 소재 천에 감싸인 무용수 김주원의 모습으로 윤회와 환생, 만남과 헤어짐의 인연에 관한 이 공연의 이야기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구현했다. /정동극장

30년 넘게 춤을 춘 그에게, 이제는 춤이 무엇인지, 그만의 답을 찾았는지 물었다. 김주원은 “내게 춤은 리허설”이라고 했다. “처음 발레를 시작한 때부터 제 인생은 쭉 춤을 위한 리허설이었어요. 춤을 만들고, 춤 속에서 사람을 만나고, 춤 속 이야기에서 배우고 성장했죠. 이제 조금씩 나이 먹으며 보니, 제 인생이 춤에 녹아나기 시작해요. 춤이 제 인생의 리허설인 줄 알았는데 제 인생이 춤을 위한 리허설이 돼 가고 있어요.”


김주원은 “그저 지금 여기, 주어진 순간에 충실하려 한다”고도 했다. “지금은 인터뷰, 그러고 나면 연습, 리허설, 또 무대. 최선을 다해 순간을 살고 싶어요. 물 흐르듯 흘러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들이 제 것이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 하고 싶은 거요? 지금까지 안 해본 거 전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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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22일부터 서울 정동극장 개관 25주년 기념공연으로 무대에 오르는 '김주원의 사군자_생의 계절'의 김주원. /정동극장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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