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이 업소에 7번 갔네요" '유흥탐정'에 발칵 뒤집힌 연인들
특정인 성매매업소 출입이력 돈받고 공개
업소 보유 손님 전화번호로 DB 구축
개인정보 도용한 범법행위, 경찰 "내사 중"
"서로 연애가 서툴러서 자주 싸웠지만 끈끈한 정(情)은 있었죠. (혹시나 해서 유흥탐정에 의뢰해보니) 작년 처음 헤어졌을 때, 성매매하러 갔더라고요. 그런데 저를 다시 만나고 나서도 6번을 더 갔네요. 제 생일 3일 전에도 가고, 같이 여행가기 1주일 전에도 갔다 왔어요. 욕을 퍼붓고 성병검사나 꼭 하라고 얘기하고 헤어졌어요."
"너무 우울해요. 남친과 전 5년을 사귀었어요. 올해 헤어졌다가 다시 사귀기를 반복했는데, 올해부터 (성매매 업소 출입) 기록이 뜨는데 저랑 헤어졌을 때마다 간 거 있죠. 너무 화나서 잠이 안 와요. 그 동안 남친은 성매매하는 남자 보고 ‘더럽다’고 말했는데, 진짜 어이없네요."
유흥탐정 사이트 메인화면. |
최근 여성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시끄럽다. 지난 8월 말 개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퇴폐업소 출입 추적사이트 ‘유흥탐정’ 때문이다.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유흥탐정 사이트를 이용해 남자친구와 남편의 부정(不正) 사실을 확인한, 회원들의 분노의 후기 글로 가득했다. 돈을 입금하고 특정인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면 그 사람의 성매매 업소 출입 기록을 알려준다고 주장한다. 과거 부정을 저지른 남성들도 공포에 떨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의 진위(眞僞) 여부는 불확실하다. 그래서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이 정보가 얼마나 사실에 가까운지 한 번 시험해 봤다.
입금 30분만에 "최소 7번 성매매 업소 출입했습니다" 답장
3일 오후 2시쯤 유흥탐정에 접속했다. 사이트 주소는 네이버나 구글에서 검색하면 나오지 않지만, 다른 SNS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사이트 주소를 알아낸 뒤 회원가입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후기글을 보니 얼마 전부터 신규 회원 가입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이미 가입한 회원에게 웃돈을 주고 대리 의뢰를 부탁하기도 한다.
다시 SNS를 뒤졌다. 유흥탐정은 현재 웹사이트가 아닌 모바일 채팅 프로그램으로 의뢰를 받고 있었다. 비밀대화방에서 대화하면 주고받은 메시지가 서버에 저장되지 않고 삭제돼 흔적이 남지 않는다. 프로그램에 가입하고, 아이디(ID)를 등록해 문의를 하자 유흥탐정 측은 비밀대화방을 만들어 계좌 번호를 보낸 뒤 3만원을 입금하라고 했다.
유흥탐정이 제시한 A씨의 성매매 업소 출입 기록./ 최효정 기자 |
입금을 한 후 남성 지인 A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보낸 것은 이날 오후 2시 29분. 그리고 32분만인 오후 3시 1분, 유흥탐정 측은 사진 두 장을 보냈다. A씨의 성매매 업소 출입 기록을 조회한 스마트폰 화면을 다른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이었다. 유흥탐정이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성매매 업소 출입 데이터베이스(DB)에서 A씨는 작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8개월간 17건의 출입 기록이 떴다. 유흥탐정 측은 "업소가 다르지만 각 기록에 적힌 멘트가 동일한 경우 서로 다른 DB가 통합돼 돌아다녀서 그렇다. 실제로는 방문하지 않았을 수 있다"며 "A씨는 17건 중 최소 7곳 이상에 방문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기록은 정확할까. 사실 확인을 위해 A씨에게 사진을 보여줬다. A씨는 "부끄럽지만, 여자친구가 없어 술을 마신 뒤 업소에 간 적은 있다. 그러나 이 기록은 부정확하다. 17건 중에 실제로 간 것은 1건 뿐이다. 전혀 간 적이 없는 지역에서도 업소를 갔다고 뜬다"고 했다. 유흥업소의 기록이 부풀려져 있고, DB가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흥탐정에서 B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검색했더니, 아무 기록이 나오지 않았다./ 최효정 기자 |
이번엔 전혀 성매매 업소와 관련이 없는 여성 지인 B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유흥탐정에 의뢰했다. 오후 4시 25분쯤 의뢰하니 1시간 40분이 지나 오후 6시 5분쯤 사진이 도착했다. ‘검색결과가 없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뜬 스마트폰 화면을 찍은 사진이었다. 유흥탐정 측은 "좋은 분과 행복한 일상 보내시기 바랍니다"라는 말까지 했다.
성매매 업자가 만든 DB 이용해 조회 주장
유흥탐정은 성매매 업자들이 만든 장부 5개를 이용해 휴대전화 번호를 조회해 성매매 업소 출입 기록을 확인한다고 주장한다. 이 사이트는 "100만여개의 전화번호 DB를 갖고 있다"고 한다.
업자들은 성매수자가 업소에 방문하기 전 휴대전화로 예약을 하면, 그 내용을 파일로 기록해 놓는다고 한다. 이 정보는 성매수자가 함정단속을 벌이는 경찰이 아닌지 확인하고, 진상 고객을 가려내는 데 쓴다. 요즘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장부를 관리한다. 유흥탐정 측이 이용한 것도 스마트폰 앱이다.
지난해 5월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가 성매매 업소에 전화하는 사람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앱을 판매한 혐의(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최모(41)씨를 구속했다. 이 앱은 업주들이 특정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진짜 성매수자인지, 아니면 경찰로 의심되는 번호인지 구분하도록 했다. 전혀 기록이 없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구글과 페이스북, 네이버에서 검색해 번호 소유자의 신상 정보를 알려주는 기능도 있었다고 한다. 이 앱 데이터베이스(DB)에는 총 495만개의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었다.
2013년 1월 서울 선릉역 인근 한 오피스텔에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단속수사팀이 성매매 현장을 덮치자 업소 실장과 성매수 남성, 성매매 여성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조선일보 DB |
경찰청 관계자는 "8월 말 이 사이트에 대해 신고가 들어와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통망법) 위반 혐의로 내사에 착수했다. 개인 정보를 불법으로 취득해 돈을 받고 불법으로 판매한 것인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강달천 한국인터넷진흥원 개인정보정책팀 연구위원은 "고객으로부터 개인정보 수집과 제3자 제공, 영리 목적 이용에 대한 동의를 받지 않았다면, 성매매 내역을 장부로 만들어 기록한 업자와 이 장부를 이용한 유흥탐정 모두 개인정보보호법과 정통망법 위반"이라면서 "경찰이 수사를 해봐야겠지만, 성매매라는 특성상 고객으로부터 동의를 받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현행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최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