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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by 조선일보

[공복 김선생] 왜 하필 ‘닭의 알’이었을까

달걀값 폭등으로 본 달걀 식용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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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거위·메추리·갈매기·악어… 많고많은 동물의 알이 있건만, 인류는 왜 하필 달걀을 선택했을까요. 달걀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알을 두루 섭취했다면 달걀 부족이나 가격 폭등은 없었을텐데 말이죠.


달걀 가격이 껑충 날아올랐습니다. 지난해 11월 하순부터 확산하기 시작한 조류인플루엔자 때문이죠. 자료를 조사해보니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달걀은 2019년 유엔식량농업기구 통계 기준 1조6000억 개가 넘더군요. 어마어마한 양이죠. 중국이 약 6618억 개로 가장 많습니다. 이어 미국이 약 1133억 개로 2위, 인도네시아가 약 1056억 개로 3위, 인도가 약 1050억 개로 4위, 멕시코가 557억 개로 5위에 올랐습니다. 한국은 약 134억 개입니다.


◇계속 낳아 채우는 닭의 알 낳기 습관


달걀은 오래 전부터 중요한 식품이었습니다. 인류가 남아시아에 살던 야생의 닭을 길들여 사육한 건 기원전 75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기를 먹기보다는 달걀을 얻기 위해서였죠. 우리나라에서는 원삼국 시대 이미 닭을 사육했고, 경주 155호 고분에서 달걀 30여 개가 든 토기가 출토된 걸 보면 일찍부터 달걀을 먹었으리라 짐작됩니다.


하지만 달걀이 고대 인류가 식용한 유일한 알은 아닙니다. 닭이 그리스로 전해진 무렵 그리스 사람들은 이미 메추리 알을 먹고 있었습니다. 오리 알이나 거위 알은 물론이고 타조, 꿩 심지어 악어 알도 먹었습니다. 로마에서는 공작 알을, 고대 중국에선 비둘기 알을 먹었죠. 갈매기 알은 영국과 노르웨이에서 별미로 쳤습니다.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는 뿔닭(guineafowl) 알을 어렵잖게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알 중에서 달걀이 인간의 식탁을 제패한 건 닭의 알 낳기 습관 때문입니다. 일부 새들은 연중 특정 기간에만 알을 낳습니다. 그리고 한 번 낳으면 더는 낳지 않지요. 하지만 닭을 포함해 어떤 새들은 둥지 속 알이 특정 개수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해서 낳습니다. 누군가 달걀을 훔쳐가면 또 낳아서 그 숫자를 채우려 합니다. 인간은 닭의 이러한 습관을 알게 되었고, 이를 이용해 단백질(알)을 편리하게 획득하려고 닭을 길들인 것이라고 합니다.


◇다양한 활용 가능해 사랑받는 달걀


달걀은 영양을 고루 갖춘 완전 식품이면서 삶은 달걀·프라이·달걀말이·오믈렛 등 다양한 요리로 활용 가능해 사랑 받습니다. 달걀은 다양한 요리가 가능합니다. 인류 최초의 알 요리는 선사시대 야생에서 채집한 알을 장작불에 구운 알구이일 것이라고 인류고고학자들은 추측합니다. 이 밖에도 삶거나 찌거나 데치거나 튀기거나 볶거나 절이는 등 어떤 요리법도 가능합니다.


달걀이 귀했던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손님 접대상이나 잔칫상에 달걀 요리를 올렸습니다. 수란과 알쌈이 대표적입니다. 수란은 국자에 기름을 발라 달걀을 살짝 쪄낸 것입니다. 알쌈은 고기 양념 소를 넣어 반달형으로 부친 달걀전입니다.


달걀선과 채란이라는 손이 많이 가는 요리도 있었습니다. 달걀선은 달걀을 고기 국물에 엉길 만큼 풀어 간을 맞추고, 다진 고기를 양념해 볶아서 양푼에 켜켜로 얹어서 중탕해 익힌 다음 썰어 담습니다. 채란은 달걀 껍질 위쪽에 구멍을 내 쏟은 다음 볶은 소고기와 버섯, 채소 채를 섞어 도로 껍질에 채워서 쪄낸 음식입니다. 달걀을 풀어 대나무 통에 채워서 구운 난숙(卵熟)이라는 요리도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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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달걀프라이를 찾아서


가장 간단한 달걀 요리는 달걀프라이가 아닐까요. 달걀을 깨뜨려 프라이팬에 익히면 끝. 라면보다 쉽죠. 그런데 해보면 알지만 달걀프라이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아니, 제대로 만들기가 매우 어렵죠. 그리하여 세계 최고의 요리사들이 ‘완벽한 달걀프라이’ 만들기에 나섰습니다. 이들 중 하나가 ‘현대 프랑스 요리의 아버지’라 불리는 전설적 셰프 페르낭 푸앙(Fernand Point·1897~1955)입니다.


푸앙이 개발한 완벽한 달걀프라이 요리법은 아주 약한 불에 프라이팬을 올리고 버터를 녹인 다음, 녹은 버터기름 속에 달걀을 넣고 삶듯이 오랫동안 천천히 익히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푸앙이 말한 “흰자는 완벽하게 익었으되 크림에 가깝게 부드럽고, 노른자는 열이 가해져 뜨겁지만 액체 상태를 유지한” 섬세하고 세련된 달걀프라이가 만들어집니다. 그는 이렇게 조리한 달걀프라이에 소금과 후추를 살짝 뿌리고 따로 녹여놓은 따뜻한 버터를 뿌려서 미쉐린 3스타인 자신의 레스토랑 ‘라 피라미드(La Pyramide)’에서도 냈지요.


미국 유명 요리사 데이비드 로젠가르텐(Rosengarten)의 완벽한 달걀프라이는 푸앙의 그것과 대척점에 있습니다. 부드러운 식감보다는 풍부한 맛과 씹는 맛을 추구했다. 로젠가르텐의 달걀프라이는 튀김에 가깝죠.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들이붓고 뜨겁게 달군 다음 달걀을 조심스럽게 깨 넣습니다. 그리고는 달궈진 기름을 스푼으로 떠서 달걀 위에 끼얹기를 흰자에 기포가 생기며 거의 갈색이 되도록 부풀어 오를 때까지 반복합니다.


이렇게 조리하면 흰자는 바삭하면서 노른자는 주르륵 흘러내리는 달걀프라이가 완성됩니다. 부산 중국집에선 간짜장을 시키면 가장자리를 태우듯 바삭하게 익힌 달걀프라이를 올려주는데, 이것이 로젠가르텐의 완벽한 달걀프라이와 가까울지 모르겠네요.


여러분에게는 어느 쪽이 완벽한 달걀프라이인가요. ‘완벽한 달걀프라이’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유명 요리사는 물론 일반 요리 애호가들이 올린 비법이 수없이 많습니다. 완벽이란 주관적 기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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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윤 음식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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