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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by 조선일보

[공복 김선생] 소몰이꾼 먹이던 포장마차, 스타 레스토랑으로 신분상승

푸드트럭의 역사


푸드트럭에서 음식을 만드는 프랑스 요리사가 2021년판 ‘미쉐린 가이드(Michelin Guide)’로부터 최고 등급인 별 3개를 받아 화제입니다.


세계적 권위의 식당 평가·소개서 미쉐린 가이드가 주는 별은 요리사라면 누구나 원하는 영예로, 프랑스에도 별 3개를 받은 곳은 30개에 불과합니다. 프랑스에서 미쉐린 가이드로부터 별을 1개라도 받은 음식점에서는 저녁 식사를 100유로(약 13만원) 이하에 맛보기 힘듭니다.


그런데 저렴한 음식을 주로 파는 푸드트럭에서 미쉐린 스타를 그것도 3개나 받았으니 주목 받을 수밖에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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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이름을 딴 푸드트럭 '미셸'에서 점심을 팔고 있는 알렉상드르 마지아. 2021년판 프랑스 미쉐린 가이드로부터 별 3개를 받았다./미쉐린 가이드

푸드트럭의 출발은 19세기 미국에서 등장한 ‘척왜건(chuckwagon)’입니다. 1866년 텍사스 목장주였던 찰스 굿나이트(Goodnight)가 바깥에서 장기간 야영하며 일하는 소몰이꾼들을 먹이기 위해 개발했다고 전해집니다.


척왜건은 ‘척 박스(chuck box)’라는 바퀴 달린 상자가 뒤에 달린 마차인데요, 척 박스는 펼치면 평평한 조리 작업대로 변하지요. 마차 내부에는 조리도구와 식재료를 수납할 수 있는 선반과 서랍이 부착됐고요.


냉장고가 개발되기 전이라 소금에 절인 고기, 감자, 콩, 비스킷, 커피 등 상온 보관 가능한 재료를 이용해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음식을 제공했죠. 목장에서 이용하려고 개발됐지만 미국 서부 개척에도 기여했다고 평가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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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왜건. 푸드트럭의 전신으로 여겨진다./위키피디아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마차는 자동차로 대체됩니다. 1950년대 미국에서는 동네에서 동네로 이동하는 ‘아이스크림 트럭’이 어린이들에게 사랑 받습니다. 1960년대에는 오늘날과 비슷한 형태의 푸드트럭이 등장합니다. 건설현장, 공장 등에서 노동자들에게 점심을 제공하는 푸드트럭들이었죠.


1970년대 푸드트럭은 거리로 진출합니다.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서해안 지역 도심과 고속도로 길가에서 멕시코 타코 등 저렴한 중남미 음식을 파는 푸드트럭이 인기를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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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멘도사 국도의 푸드트럭./조선일보DB

2000년대 후반 세계적 경기침체로 고급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요리사들이 대량 해고됩니다. 살 길을 찾던 요리사들은 식당 창업보다 훨씬 돈이 덜 드는 푸드트럭으로 눈길을 돌립니다.


푸드트럭은 차츰 ‘싸고 빠르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곳’에서 ‘색다르고 맛있는 음식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주머니가 가벼워진 미식가들에게 각광 받습니다. 때맞춰 등장한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어디로 이동하건 찾아가기 편해지면서 푸드트럭은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코로나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많은 국가에서 실내 모임을 금지하면서 식당들은 심각한 타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바깥에서 음식을 팔고 먹는 푸드트럭은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하죠.


이번에 미쉐린 별 3개를 획득한 프랑스 요리사 알렉상드르 마지아(Mazzia)도 지난해 10월 프랑스 정부의 2차 봉쇄령으로 식당 내부 영업이 중단되자 푸드트럭을 몰고 시내로 나와 ‘길거리 음식’을 팔게 된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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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푸드트럭./위키피디아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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